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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 곡선

학습은 빠르게 배우는 과 느리게 익히는 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빠르게 배우기만 하고 느리게 익히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절름발이 학습으로 전락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남의 정보에 빠르게 접속하고 다운로드 하지만 접속한 정보를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활동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내가 꿈꾸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그 분야에 필요한 지식을 숙성시키는 절대시간이 필요합니다. 겉절이는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김치는 숙성시켜야 비로소 맛이 살아 움직이는 이치와 같습니다. 학습활동을 통해 지식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숙성의 여유와 느림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세상의 아름다움은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찰나의 깨달음과 번뜩이는 통찰력의 순간은 직선이지만 그것이 오기까지의 여정은 긴 곡선의 소요와 기다림의 과정입니다. 느리게 익히는 것이 빠르게 배우는 지름길입니다.


수학분야의 기하학에서 두 점간의 최단 거리는 직선이다라는 공리는 다 알고 있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가장 빠른 길은 물론 직선입니다. 그렇지만 이 세계에서는 직선이 최단 거리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길을 가다보면 도중에 산이나 계곡, 절벽, , 연못, 호수 등이 있어서 똑바로 갈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곡선이 최선의 거리가 됩니다. “도끼는 되대 면도날은 되지 말라왜냐하면 면도날은 날카롭지만 쉽게 무너집니다. 큰 일에 쓸 수 있는 것은 도끼입니다.


우리에게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사람을 선생님(teacher)이라고 하고 용기와 인생의 지혜를 주는 사람을 스승(mento)이라고 합니다. 주변에 스승이 셋 만 있다면 그 사람은 장미빛 인생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부, 성자, 성령님의 인도를 받고 살고 있습니다. 면도날형이란 예리하고 능률적으로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멋지게 보이고 믿음직스럽지만 면도날을 약간만 힘을 주어 구부리면 부러지듯 저항력이 약하고 지구력에 견디지 못합니다. 면도날형은 개인적으로서 일 처리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커다란 일을 해내는 데는 힘이 부족합니다. 반면에 도끼형은 주위 사람들에게 안도감과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주위의 협력을 얻기가 쉽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리더나 거물은 어딘가 인격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이다”(A friend in need is friend indeed) 곧장 뻗은 것 보다 조금 굽어서() 구부러진 것이 더 아름답고 온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 길이나 강이 직선으로 뻗지 않고 적당히 굽어 있어 자신의 임무를 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굽은 길을 내어야 할 지형에서 길을 곧게 내려면 무리가 따릅니다. 조금만 돌아가면 될 것을 억지로 산을 깎아 내면서까지 지형을 망가트리다 보니, 주변 생태계가 파괴되고 급기야 길을 낸 처음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푸른 산은 우리에게 생의 장엄함과 의연함을 가르쳐 주고, 산과 산 사이로 끊임없이 이어져 흐르는 강물은 우리에게 겸허하고 유연한 삶을 일러주기까지 합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곡선의 삶은 우선 느림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점 사이를 곧 바로 달려가는 직선에 비해 곡선은 가는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하지만 늦게 가는 만큼 얻는 것들이 많습니다. 속도가 느리니 가족은 물론 인연을 맺은 이들을 차분하게 돌아보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걸으면 길에 있는 작은 돌 하나, 길옆에 있는 풀 한 포기 까지 볼 수 있지만 차를 타고 빨리 달리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또 곡선의 삶은 다양하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두 점을 잇는 방법 중 직선은 하나 밖에 없지만 곡선은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직선의 삶이 규격화된 하나의 삶에 값어치를 두고 서로 갖고자 투쟁하는 것이라면 곡선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삶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는 공존의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곡선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직선의 삶이 차가운 대리석과 같다면 곡선의 삶은 금강 소나무처럼 향기가 있고 온기가 있습니다. 너무 곧게만 자라게 되면 기둥과 서까래용 목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명을 다하기 전에 잘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굽은 나무는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굽은 나무가 나중에 곧게 자란 나무보다 더 큰 그늘을 만듭니다. 그늘은 누군가를 쉬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옛날 시골 동네의 나무들이 모두 크기도 크지만 대체로 굽은 나무 인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나무 아래 동네 사람들이 모여 피곤한 일상을 접고 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굽은 나무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면서도 자신의 쓰임을 조금씩 키워 더 큰 미덕을 만드는 것입니다. 또 굽은 나무는 수명을 다 누린다는 뜻과 같이 우리는 그 동안 잘 살아보기 위해 빨리, 빨리를 모토로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목표도 한 지점에 가장 빨리 도달하기 위한 삶이었고 옆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바로 직선의 삶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올레길, 둘레길 등 곡선 길을 찾아 걷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곡선을 구조로 한 건물도 눈에 띕니다. 모두가 곡선이 지닌 가치와 매력을 발견한 모습입니다.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구부러지지 않고 목이 뻣뻣한 사람을 교만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화살이 곧게 날아 갈 수 있는 기반도 또한 활이 휘어짐으로써 가능합니다. 휘어짐 없이 바로 날아감이 없는 것입니다. 대나무가 선비의 절개를 가리키듯 곧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지만 꾸불꾸불한 뿌리들이 땅에 굳게 뿌리를 내린 이후에 가능한 것입니다.

()은 겸허를 상징합니다. 사람이든 나무든 직선보다 곡선의 삶의 자세가 더 아름답습니다. 새들은 곧은 직선의 나무보다 굽은 곡선의 나무에 더 많이 날아와 앉습니다.


함박눈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쌓입니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만들어져, 굽은 나무의 그늘에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편히 쉽니다. 사람도 직선의 사람보다 곡선의 사람의 품 안에 더 많이 안깁니다. 직선보다 곡선의 나무나 사람이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넉넉하고 따뜻한 삶의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성숙은 직선이 아닌 곡선입니다. 과일은 봄에 수확하는 과일보다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 더 단단하고 영양가도 높습니다. 또 오래 저장해 둘 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는 서리가 내린 뒤 따는 것이 서리내리기 전 것보다 훨씬 더 맛이 있습니다. 이런 배는 저장 할수록 단맛이 더 납니다. 밤도 햇밤보다 늦밤이 더 알차고 맛이 좋으며 벌레도 생기지 않습니다.


인내는 곡선입니다. 인내는 성급한 직선의 결론을 막아 지혜로운 결론을 내게 합니다. 인내는 휘포모네(hupomone)이다. 이것은 고난을 극복하고 전진하며 영광으로 바꾸는 기개를 말합니다.

바울은 우리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14:22)”, 또한 참으면 또한 함께 왕노릇 할 것이다(딤후2:12)”라고 기록했습니다.


인내는 여자를 아름답게 하고, 남자를 가치있게 합니다. 소년시절의 인내는 사랑을 받고, 청년의 인내는 칭찬을 받으며, 노년의 인내는 존경을 받습니다. 다윗은 내가 주를 바랐사오니(38:15)”라고 외치며 인내로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살았습니다. 예수님은 쓸개탄 포도주를 마시지 않으셨다.” 고통을 가능한 한 빨리 잊고 끝내도록 유혹하는 로마 군인들의 요구에 응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은 인간적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구원을 선포하시기 까지 하나님 아버지 뜻에 완전 순종하시며 인내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은즉 내가 또한 너를 지켜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이는 장차 온 세상에 임하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시험할 때라(3:10)”탈무드에 인내력이 없는 사람은 남을 가르칠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들은 직선적 자세보다 때로는 곡선적 자세가 훨씬 아름답고 귀중한 가치 있는 삶이 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주여! 나에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 고흥식 목사 영통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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