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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없는 결혼생활

상담








이희범 목사 지구촌가정훈련원

어느 남편이 결혼생활 20년만에 아내가 사랑없이 자신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동안 아내는 나는 당신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고 숨소리조차 싫은 친정 아버지 곁을 하루라도 빨리 떠나기 위해 도망치듯 당신과 결혼했다는 말들을 입버릇처럼 해 왔습니다. 남편은 그저 사랑스러운 아내의 투정으로 여겼습니다.


아내가 늘 남편의 일에 딴지를 걸을 때도 아내가 친정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 그러려니 이해하며 넘겼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지난 20여년 동안 아내와 함께 살아온 삶을 곰곰이 되돌아보니 비로소 아내의 지지나 인정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내에게 남편은 언제나 잘못하는 사람이요, 언제나 못된 사람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몇 번의 예외 외에는 아내가 이웃들에게 남편을 칭찬 한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아내는 언제나 남편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였습니다. 남편에게 잘했어요그렇게 하세요를 해 본적이 별로 없는 아내입니다. 언제나 안되요’ ‘하지 말아요’ ‘그래서 되겠어요?’ 입니다. 그래도 남편은 스스로 자존감이 높고 이웃들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확신하며 살았기에 아내의 이러한 모습들에 크게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또한 아내의 속마음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기에 섭섭한 마음이 올라와도 꿀꺽 참고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우울 모드의 아내였습니다.


환한 모습보다는 어두운 얼굴이 많았고 때론 화난 얼굴로 한 달 이상을 말없이 지낼 때도 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사랑스럽거나 안쓰러워 뒤에서 안아주거나 허리를 감싸 안다가 비명과 함께 상처 입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재미있는 유머를 던졌다가 신경질적으로 혼난 적도 꽤 많습니다. 팔목에, 눈가에, 어깨와 얼굴에 할퀸 상처가 하나 둘이 아닙니다.

많은 이웃들은 이 여인의 남편을 훌륭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누구든 만나면 남편 험담을 합니다. 친정 식구이든, 시댁 식구이든, 교회 성도나 친구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좋은 여자요, 착한 여자임을 증명하려고 애씁니다. 그래도 남편은 이웃들은 아내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별로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술이나 담배를 하지 않습니다.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함부로 사는 분이 아닙니다. 외도나 여자 문제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습니다. 처가에도 최선을 다해 섬기며 살아 온 분이라 처가 부모나 형제들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있고 좋은 사위, 멋진 사위로 존중받고 있는 남편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인정받는 신실한 분입니다. 그러나 아내에게 남편은 언제나 못되고 나쁜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은 이제까지의 아내와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소리를 내며 무너지듯 아내가 정말 나를 사랑하지 않고 결혼했다는 말이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의 생활이 너무 고통스러워 가난한 남자, 별 볼일 없는 남자라 사랑한 적은 없지만 아버지로부터의 도피처로 그냥 결혼했다는 아내의 말들이 그냥 화가나서 하는 말일 것이라고. 순간적으로 내가 미워서 하는 말일 것이라고. 자존심이 강한(낮은) 아내라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자위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아내의 말이 모두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편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까지 아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살아온 것이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아내가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요즈음 생각이 착각인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내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의 도피처로 자신을 선택했었다는 것이 안쓰러워 모든 것을 이해하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여인과 살아온 지난 세월이 허무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훌쩍 아무도 없는 시골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하나 가득 올라옵니다.


돌아보니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아내는 스스로 남편에게 안기거나 남편의 몸을 만지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며 키스를 요구하는 남편에게 정다운 키스를 한 적이 없습니다. 번번이 거절했고 남편이 화를 내면 어쩔 수 없이 얼른 입만 맞추고 돌아섰습니다.

그것을 아직도 수줍어하는 아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남자인지 깨달았습니다. 부부생활도 아내가 먼저 요구해 온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피동이요, 수동이고 의무 방어전입니다. 남편이 요구하지 않으면 한 달이든 두 달이든 그냥 지나갈 여인이라는 확신이 이제야 들었습니다. 운전할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남편과 동행할 때는 전혀 운전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강행군으로 남편이 피곤해 하고 힘들어 해도 전혀 남편을 도와줄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옆에서 코골고 잡니다. 남편은 집에서 요리라는 음식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남편을 위해 한번이라도 요리책을 보아가며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어 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언제나 백반 아니면 라면이요 국수나 냉면입니다. 요리라는 것은 구경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언제나 돈 타령입니다. 없다입니다. 모든 수입을 아내에게 맡기고 용돈을 타서 살아온 남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만큼 사는 것은 다 내가 알뜰하기 때문이라고 아내는 말합니다.

남편이 하는 일은 모두 가족을 힘들게 하는 일이요. 가정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뿐이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아내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테스트해 보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침실에서 자신이 아내 몸을 어루만지던 일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부부생활도 먼저 요구하는 일을 STOP 하기로 했습니다. 20년만에 처음 시도해 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아내가 견디다 못해 안겨오거나 먼저 부부관계를 요구해 오면 아내가 자신을 필요로 하거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기로 했습니다. 그런 후 두 달을 넘어 석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까지 벽 쪽을 향하고 잡니다. 남편 품으로 파고 들거나 남편 몸을 어루만지는 일은 역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이 여인과 남은여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절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성공을 향해 달려 온 사회적 신분과 사랑스러운 자녀들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인지 아닐꺼야 라는 소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믿고 싶은 소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상담소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꿈쩍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문제가 없으니 당신 혼자 상담받고 오라고 말합니다. 어느 상담자에게도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어 한숨만 내쉬는 남편이 애처롭기만 합니다. 결혼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 그것은 사랑없이 결혼하는 것입니다.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결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필요가 채워지지 않을 때 끝없이 배우자를 공격하고 험담하여 배우자와 자녀뿐 아니라 자신마저도 불행에 빠뜨립니다. 상담과정에서 남편의 진심어린 고백을 들은 아내는 비로소 놀라는 눈치입니다. 실제로 남편을 향해 사랑한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못하고 살아 온 자신을 보게 된 것입니다.


아내는 친정으로부터의 도피처로 지금의 남편과 사랑하지 않으면서 결혼했다면 이제 나의 필요를 포기하고 배우자를 사랑하는 일로 결혼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남편은 아무리 사랑을 퍼부어 주어도 아내가 바뀌지 않는다면 남편의 사랑보다 더 큰 상처로 아내가 고통받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통해 강력한 내면치유, 과거아(過去兒) 치유, 성인아이 치유가 일어나지 않으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내적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친정아버지와의 불편했던 관계를 치유해야 합니다. 진돗개에 물린 사람은 진돗개만 싫어하지 않습니다. 모든 개가 무섭고 두렵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딸에게 있어 아버지는 최초의 이성입니다. 이 관계가 깨져 있는 여성은 어느 이성과도 관계 맺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아내의 상처를 이해하고 끝까지 참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기하는 순간 두 사람의 인생은 무참하게 깨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원가정에서 입은 트라우마(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건강한 결혼생활을 위해 매우 급하고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상처로 인해 사랑을 하지도, 받지도 못하는 배우자를 돕는 것, 그것이 사랑이며 그것이 십자가를 지는 일이며 그것이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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