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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처럼 다정한

조영순

철제 빔 빈칸에
끼어 앉은 다정한 비둘기 한 쌍
정다운 시선으로
지는 해를 마주하고 있었다


세상에
우리처럼 다정한 부부 있다면
나와 보라는 듯이


사실
옆집 수많은 칸 칸마다
빈집이거나 외톨이로
한없이 누구를 기다리고 있거나
토라져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감격과 경이로 가득한
귀 기울여주는 마음씨 세심한 한 여자와
백일홍 다발처럼 열정이 넘치는 남자가
말할 수 없이 그리운 세계 한가운데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바보처럼 행복에 젖어 콕, 콕
서로의 기분 좋은 발등을 쪼아주고


어지럽게 흩어진 살림살이 단칸방에
이 빠진 화분을 가꾸는
건강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처럼
도락을 즐기는 호사가들이 있었다


/ 시인은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새들은 난간에 기대산다”외
다수를 발표했다. 현재 도서출판 굿글로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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