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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책상 위에 있다

하늘붓 가는대로 -100

권혁봉 목사
수류 (水流)

“책들이 책상 위에 있다.”(The Books are on the desk)는 위 짧은 문장에 만일 ‘on’이란 간단한 전치사 하나를 빼버리면 문장은 이상하게 변한다.
가령 “The books are (  ) the desk”이면 “책들은 책상이다.”가 되어버린다.
‘책들≠책상’이 ‘책들=책상’이 된다. 왜 이렇게 엉뚱한 문장이 되었는가? 책들이 책이지 왜 책상이 되는가?


이런 터무니없는 변화는 ‘on’이란 전치사 하나가 빠져버린 때문이다. 이 짧은 영문에 ‘on’이란 전치사는 문장의 의미를 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그까짓 전치사 ‘on’ 하나 떼어버리자고 하면 그땐 문장은 완전히 죽어버린다. 사람들이 율법의 한 획 정도야 지키지 아니해도 율법체계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10가지 율법 중에 9가지 율법을 잘 지켰으니 한 가지 율법은 지키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 있지 않느냐고. 곧 한 가지 율법은 범해도 나머지 9가지 율법은 지켰으니 율법의 관문을 통과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마치 ‘on’이란 전치사 하나 빼버리기로 문장 의미가 달라지겠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그게 하나 빠지면 그 문장은 완전히 죽어버린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니라 그 청년이 이르되 이 모든 것을 내가 지키었사온대 아직도 무엇이 부족하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온전하고자 할진대 가서 네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 청년이 재물이 많으므로 이 말씀을 듣고 근심하며 가니라”(마19:19~22)


재물이 많은 청년이 거의 모든 계명들을 지켰지만 하나의 계명 때문에 탈락된 것이었다.
“선생님 율법 중에서 어느 계명이 크니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도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마22:36~40) 율법을 잘 지켰다고 뽐내는 바리새인을 향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을 말씀하셨는데 이런 말씀 속에는 이것을 지킬 수 있느냐라는 반문이 들어 있는 것이다.


야고보서의 진술을 보자.
“누구든지 온 율법을 지키다가 그 하나를 범하면 모두 범한 자가 되나니”(약2:10)
예수 피 흘리시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도 그냥 봐주시지 않고 인간에게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마5:17~18) 그렇건만 많은 사람들이 이 구절을 오해하고 있다. 예수께서 이 율법을 인간이 지켜서 끝장 보라는 듯이 말했으니 인간이 지켜보자고 하는데 사실은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 내용은 사람은 지킬 수 없으니 예수의 ‘피’ 속에 모든 것을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율법은 빚이다. 남김없이 호리라도 갚지 않고는 감옥에서 못 나온다고 하셨다. 가령 1000냥 빚을 졌다가 999냥을 다 갚고 오직 1냥을 못 갚았다고 할 경우에도 아직 빚진 자로서의 채무자요 감옥에서 석방되지 못한다.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한 푼이라도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마5:26)
즉 율법은 한 조항, 한 문장이라도 철저히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율법 대충대충 이행도 안 된다. 율법 상당수 실천도 안 된다. 주어진 율법은 그 획 하나라도 요구하는 대로 다 이뤄야 한다. 사람으로서는 그것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율법의 한 획이 떨어짐보다 천지가 없어짐이 쉬우리라”(눅16:17)
율법의 한 획까지 예수 피로 해결받아야 하는 것이니, 인력으로 상당히 율법 실천하고 끝내 한 획 정도야 대충 넘어가자고 생각한다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겠다.
전치사 ‘on’은 결코 가볍게 버릴 단어가 아니다. 율법은 네트워크 시스템(network system)이었다. 한 고리만 끊어져도 그 그물은 망친 것이다. 율법은 여러 고리로 연결된 줄과 같아서 한 고리만 끊어져도 그 줄은 못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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