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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들의 결혼식

백동의 새벽편지 - 24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


시대와 환경 때문에 공부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한글학교를 한다.

얼마 전 마을 한글 학교에서 공부하시는 엄니 손자가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교회 승합차에 가시는 모든 분들을 모시고 읍에 있는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연스럽게 엄니들의 결혼식은 어땠는가 물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 하다가 하나 둘 피시기 웃기도 하고 가끔 한숨도 쉬시며 결혼 이야기들을 털어 놓으셨다. 그래서 글로 써 보기로 했다.


“어제는 결혼하러 갔다. 손자가 결혼 하러 갔다. 즐겁게 했다. 할머니는 열여덟에 결혼을 했다. 아주 무서웠지. 이전에는 다 그렇게 했단다.”
“옛날에는 가마 타고 말 타고 쪽도리 쓰고 혼인식을 했는데 요즘에는 예식장에서 간단히 마친다. 사람이 한번 태어나면 꼭 한번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결혼식이다.”


맞춤법이나 글자는 좀 틀려도 손주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오시며 옛날을 회상하시며 얼떨결에 치른 결혼식의 즐거움과 그리움을 토로하신다. 아직은 서툴고 받침도 어설프지만 한자 한자 배우는 재미에 나이를 잊기도 하신다. 종종 “이 나이에 이런 거 배워서 머에 써먹겠어?” 그럴 때면 함께 부르며 힘을 내는 노래가 있다.


 “80세에,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그럼요 아직 쓸만하세요. 이제 글을 배워 손주들에게 글을 읽어 줄 수도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 만나셔서 자녀들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크리스마스에는 자녀들에게 카드를 써서 보내기도 하신다.


한글로 만난 분들에게 아버지의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고, 이제라도 예수님을 영원한 신랑으로 모시고 천국의 기쁨을 누리시도록 기도한다. 주님, 세상의 결혼은 얼떨결에 했을지라도 진정으로 예수님을 신랑으로 맞이할 수 있는 신부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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