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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믿음, 소망, 사랑을 온전케 하라

청년이 살아야 교회가 산다 - 14

석종준 목사
서울대 캠퍼스 선교사
상대원교회 협동
침신대 학부 신대원 출강

1980년 초 한국의 몇몇 캠퍼스에서 소수의 대학원 기독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삶과 괴리된 신앙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복음주의 기독교세계관 스터디 모임을 시작한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카이스트 등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기독교대학설립동역회”였고, 또 하나는 인문, 사회” 계통의 대학원생이 주축이 된 “기독교학문연구회”였다.


각자의 모임은 큰 틀에서 문제의식과 목적을 공유하고 간간히 교류하며 발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라는 이름 아래 통합됐다. 현재 약 6000명의 회원이 소속된 국내 가장 큰 기독교 NGO기관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처음 겨자씨보다도 작아 보였던 모임, 그 당시 첫 기도를 심고 뿌렸던, 학생들 대다수는 현재 여러 대학 캠퍼스의 시니어 교수들과 각계 최고 전문가들로 성장했다.


이 단체는 현재 매년 두 차례 대규모 기독교세계관 학술대회와 네 차례의 등재학술지 (신앙과 학문) 발간, 그리고 지속적으로 여러 캠퍼스와 지역 교회에 수많은 자원을 파송해 섬기고 있다. 기독교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요즘, 우리가 이 땅의 청년 세대를 향하여 무엇으로 다시 복음의 농사를 지을 것인가?
어제도 밤늦게까지 캠퍼스에서 한 대학원생 그룹과 ‘신약개론’ 성경공부를 했다. 본문은 히브리서였고, 지난 11개월의 사역을 간략히 회고할 기회가 있었다. 마침 추수감사의 계절, 올해도 어느덧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도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특별히 히브리서 11장 이하의 본문을 통하여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감사의 의미와 추수의 기쁨을 풍성히 나눌 수 있었다. 광활한 캠퍼스에서 점점이 희미하게 빛나는 반딧불 같은 모임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지난 11일 개월 동안 캠퍼스에서 맡겨주신 영혼들을 섬기면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개인적으로 매주 정기적으로 만나 섬긴 영혼은 대학원생 약 10~12명에, 교수 3~4명이었다. 보기에 따라서 너무 작은 인원이지만 내게는 벅차고 큰 의미가 가득한 숫자요 시간들이었다. 말씀을 따라서 세 가지로 정리가 됐다.     


첫째, 믿음이다(히 11장).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히 11:1~2). 연초에 80년대 초 캠퍼스 신앙의 선배들을 정신을 계승할 청년세대 동역자들이 세워질 것을 믿고 기도했다. 현재 직간접적으로 섬기는 캠퍼스 모임이 세 개나 생겼다. 모두 크게 신앙과 전공분야의 괴리 극복이라는 한 목적을 지향하며 기독교세계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언제든 함께 진솔하게 교제하고 스터디 하는 것이 가능한 모임들이다. 그중 어떤 지체는 권면을 받아들여서 논문발표로 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고, 어떤 지체들은 독자적인 모임을 세워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십으로 성장했다.


둘째, 소망이다(히 12장).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히 12:2~3) 연초에 주어진 상황의 연유로 특별히 힘겨워하는 영혼들이 몇 있었다.  한 지체는 국비장학생 시험까지 합격된 마당에, 지도 교수가 석사논문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요구해서, 부당하게 졸업이 연기되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한 지체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 교제하던 이성과의 이별을 혼란스러워했다. 어떤 지체는 교수로서 신청하는 연구비가 이례적으로 계속 거부되어 힘겨워했다. 이들을 매주 만나 섬기며,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 안에서 숨겨진 선물을 확인하고 감사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목사님, 저는 미국 잘 도착했습니다. 그간 정말 감사합니다. 성경 스터디를 한 것이 신앙적으로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마침내 유학을 떠난 지체가 보내온 감사의 문자다. 아픈 이별도 계속 거부되는 연구비 신청도 하나님의 뜻 안에서 기도하며 말씀으로 해석이 가능할 때, 더 존귀한 가치와 의미가 담긴 선물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절실히 깨닫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셋째, 사랑이다(히 13장).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 13:1~2) 물론 지난 11개월의 사역 농사에 기쁨의 추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영혼은 아무리 시간과 노력으로 사랑을 쏟아부어도 끝내 마음을 결정적인 단계에서 열지 못한 채 떠나거나, 때로는 시간과 관계없이 여전히 요지부동 겉도는 섬김의 대상들이 있다.


이는 십중팔구 하나님께서 나를 향하신 특별한 선물을 예비해 놓으신 경우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할 기회가 되었다. 우리의 진정한 소망과 위로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오직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며, 그 큰 은밀한 위로를 받으며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경험하게 되고, “끝까지 사랑하신”(요13:1)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생생히 헤아리는 기회를 통해서만 누리는 은혜로 감사하게 된 것이다.


엄마의 아기를 향한 일방적인 사랑은 그 자체가 모두 누림이고 즐거움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주님이 맡기신 영혼들을 그저 섬기고 사랑하는 과정만으로도, 그 결과나 열매와는 전혀 상관없이 주님과의 은밀한 비밀의 공유 속에, 누리려지는 감사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 기회가 됐다.
이 땅의 청년 세대를 섬기는 모든 사역자들을 응원한다. 믿음, 소망, 사랑을 온전케 하라. 당신의 섬김은 왜 이 땅의 청년 세대를 향해 계속되어야 하는가? 한국 교회는 계속 여러분들의 소명을 통해서 다음 세대를 예비하고, 신앙에 기초한 한국 교회의 자원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혼탁한 이 세상의 초등학문과 가치관을 건강한 성경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소화할 수 있는 실천적 자원들을 이 땅의 교회에 제공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시대에 스며있는 반(反)기독교적인 요소들을 건강하게 대응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지적 전투를 수행하며, 미래 한국 기독교를 지탱할 자원을 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의미와 가치를 짓는 농사에 쓰임받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누림과 감사의 조건은 충분히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