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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 임직

백동편지-27

김태용 목사
백동교회

얼마 전 근처 교회에서 권사 임직을 하며 순서를 맡게 됐다. 다시 권사에 대해서, 나아가 교회 직분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권사(勸師, exhorter)란 “교회에서 전도와 봉사 그리고 권면의 사역을 감당하는 직책의 사람”이다. 권사 임직을 생각하니 오래 전 들었던 말이 떠 올라 눈물을 훔쳤다. 어느 교회에 연세도 있으시고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께서 계셨다.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으며 칭찬 듣는 권사님이셨다.


어느 토요일, 권사님이 기도하려고 교회에 갔는데,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된 여자 하나가 부엌에서 나오는데 무엇인가 숨기듯 감추며 인사도 못하고 황급히 빠져 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기도를 마치고 집에 갔다. 그런데 주일 준비하러 왔던 사람들이 주일에 쓰려고 사다 놓은 고기가 없어졌다고 난리를 치다 기도하고 간 권사님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권사님에게 찾아가서 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기도하러 교회에 갈 때 황급히 나오던 그 여자가 생각났다. 말을 하려다가 만약 말을 하면 그 여자를 찾아갈 것이고 교회에 소문이 나면 교회에 못 다닐 거란 생각에 “내가 그랬노라고 고기를 보니 먹고 싶어 가져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계속 주일 준비하려고 했던 물건이 없어진 것도 다 그랬냐고 다그치는 말에, 그 권사님은 아차 싶었지만 한 사람이 교회 못 나올 생각에 “미안하다”고 대꾸했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권사가 “그럴 수가 있냐. 좋다고만 했는데 나쁜 도둑년”이라고 쌍소리를 했지만 권사님은 “미안하다”고 말만 할 뿐이었다. 그것이 교회에 소문이 나자 함께 교회 다니는 가족들도 “왜 그랬냐?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지 그랬냐? 창피해서 교회 어떻게 다니냐?”고 난리를 쳐도 말을 안 했다. 목사님이 물어도 미소를 지으며 그냥 “죄송하다”고만 하며 결국 교회 회의에서 권사직을 박탈하고 일 년 동안 교회 못 다니게 징계했다.


권사는 못되도 교회는 안 갈수 없으니 예배에 참석하면 “도둑년이 왜 왔냐?”고 쫓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교회에 나와서 권사님을 보면 얼른 피할 뿐 말이 없다. 일년이 다 되는 년 말에 교회에 부흥회가 열렸다. 이 권사님도 참석을 하면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하며 옆에도 앉지 않는다. 그 여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참석하여 자리에 앉아 있다.


부흥회 마지막 날, 강사가 죄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고 지은 죄가 있다면 회개하라고 외치자 사람들은 힐긋힐긋 이 권사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쪽에 앉아 있던 이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엉엉 울기 시작하여, 어쩔 수 없이 통성기도 하게 되고, 기도를 시작하니 이 여자자 앞으로 뛰어나오며 데굴데굴 구르며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권사님 앞에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고 통곡을 했다. 그러자 권사님은 그 여자의 입을 막으며 “아니야 말 하지마 말 하지마.” 그 여자는 더 소리치며 통곡을 하다 강대상 앞으로 나가 울며 소리쳤다.


“내가 도둑년입니다. 저 권사님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생활이 너무 어려웠던 이 여인은 어느 날 교회에 가니 먹을 것이 있어서 가져 오게 되었고 토요일마다 그렇게 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그 권사님은 이 여자가 교회 못 다닐까봐 달려나가 “아니에요. 내가 한 것이에요.” 그러면서 “몇 달만 참으면 되는데 왜 그러냐? 하나님은 다 용서하셨다”며 그 여인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엉엉 울음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권사님을 욕하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이 통곡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권사님 앞에 엎드려 “죄송합니다.”고 사죄했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다음부터 그 권사님께서는 더 존경 받으시고 그 분의 말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게 됐다. 하나님, 권사만 아니라, 주님의 교회에 세워진 목사를 시작하여 모든 직분자들이 이런 모습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