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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상담의 이해와 실제 –4

넷째는 방문상담사 돌봄과 성장을 위한 자문 제공이다. 방문상담은 교회의 목양적 방문이나 사회적 방문의 경우 모두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가 위로와 격려 및 필요한 지원과 돌봄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가치 있는 사역이자 전문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낯선 곳을 찾아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사람만 아니라 호의적이지 않은 여러 가족 구성원들이나 관리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무거운 이슈들을 다룬다는 것은 스트레스가 크고, 신체적·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소진(burn-out)시키는 힘든 작업이다. 자신들의 상담교육이나 훈련의 범주를 벗어나는 이슈에 직면하거나 상담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더 악화되는 경우 상담사로서의 부적절감 등으로 혼란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느 전문 상담사도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이슈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한계와 전문성에 관한 회의를 경험할 때가 있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방문상담사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위로와 격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많은 경우, 경제적 보상도 충분치 않거나 자원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경험을 오래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세심한 돌봄과 성장을 위한 자문 및 필요 지원을 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문상 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4. 방문상담의 실제와 지원

교회에 축적된 방문상담의 경험과 조직, 노하 우(know-how)는 지역의 이웃들 혹은 어려운 상황에 있는 지역민들을 돕는 효과적인 사회적 방문상담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선의와 동기도 있지만 주로 사회적 계약과 보상의 맥락에서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교회 공동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리고 지속될 수 있는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방문상담의 과정은 선행관계가 없고 참여자들도 비자발적이거나 타의에 의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다 유연하게 통합되고 보완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방문상담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실제적인 상담과정 혹은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오윤선은 청소년 위기상담의 경우 상황예측및 평가, 위기상담 관계 형성, 문제 해결을 위한 위기개입, 상담종결과 추후상담의 모델을 제시했다. 최경원과 임지영, 김은주는 취약계층 가정 방문 간호사들의 상담과정을 상담준비와 신뢰 형성, 진단발굴과 행동 및 마무리의 다섯 단계로 제시했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취약·위기 가족 지원서비스는 서비스신청과 서비스 유형구분, 초기상담과 서비스 계획 및 제공, 그리고 평가와 종결 및 사후관리의 단계로 나눴다. 이러한 방문 및 상담지원서비스의 단계들은 공감적 경청, 라포 형성, 치료적 관계형성, 문제 해결 목표와 개입 등의 과정을 다루지만 방문상담 대상자들의 고착된 내면의 심리적 이슈나 정서적 갈등, 관계문제 등에 대한 전문적 상담과 치유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지 않 다는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이런 내용 들과 교회의 목회적 방문상담의 전통적 유산을 사회적 방문상담으로 통합하는 한 가지 과정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1단계는 방문 준비와 신뢰관계 형성이다.

방문상담사는 사전에 방문대상 및 가족들에 대한 제반 정보를 확보하고 상황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담의뢰 기관이나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방문대상자 및 가족들이 어떤 상황인지,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전에도 방문지원을 받았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등 기본적인 요소들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방문하여 무엇을 실시할지 대상자 및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방문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위기 상황에서는 상황 발생 즉시 혹은 일반적으로 72시간 이내에 관련 기관의 사례관리자와 사회복지사, 지역 목회자, 경찰 등 안전요 원들이 함께 방문해 위기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담사는 이와 같은 사전 준비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내면정서나 생각, 상담에 임하는 태도, 자기효능감, 이전의 방문경험 등을 성찰하는 자기탐색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자신과의 정서적 분화를 통해 상담 과정에 자신의 이슈나 문제가 반영되지 않고 보다 기능적으로 상담에 임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방문대상자와 가족을 만나 기본 행정적 절차를 수행하고, 공감적 경청과 수용 등의 치유적 대화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담사와 피상담자의 역할과 관계경계선, 비밀보장과 그 한계 등에 대해 나누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이나 전문적인 준비 없이 무작정 방문부터 하고, 각 기관이나 부서별로 자신들의 업무라고 판단하는 것들만 실시한다면 효과적인 돌봄이나 지원은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서로 다른 기관에서 나온 상담사들이 각각 아동·청소 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상담 혹은 교육을 실시하면서 전혀 사례협의가 되지 않는 동떨어진 지원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방문지원을 받는 대상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 하면 그것으로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하여 체계적인 지원이 제공되지 않고, 한정적인 사회적 자원 또한 낭비되기도 한다. 따라서 방문상담사나 사례관리자가 정부 관련 지자체 담당자와 지역의 돌봄기관 담당자들과 모여 통합적인 공동체적 사례관리(community casemanagement)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2단계는 필요 사정과 해결목표 수립 및 지원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요소들이 해결되고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이러한 필요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고, 이성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서적으로 취약한 심리상태나 사고 및 언어와 행동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상담사는 사회복지사 혹은 사례관리자와 함께 방문대상자와 가족들의 상황과 필요를 정확하게 사정하고 목표를 세워 적절한 지원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필요하면 당장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과 연결하거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관계상황이나 문제의 핵심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해결을 위한 적절한 목표수립을 통해 체계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거나 잘못 연결해(miss-matching)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취약·위기가정들의 최저생계보장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저소득가정 아동들을 위한 드림스타트 등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이런 자원들을 적절하게 소개 및 연결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3단계는 개인 및 관계 환경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지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물질적 지원이나 돌봄 제공만으로는 유사한 문제활동이나 상황 발생을 차단하기 어렵다. 사람은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의 내면과 가족, 주변 의미 타자 및 사회와 연결돼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개별성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건강한 관계성의 추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따라서 상담사는 방문대상자와 가족의 물질적인 지원과 생활환경의 개선을 넘어 관계심리적 변화와 성장을 위한 멘토링이나 교육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서로 긍정적인 소속감을 가지고 상호 존중 및 배려, 인정해주는 긍정적인 관계 환경을 구축하는 생활기술을 습득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취약·위기가정 아이들을 위한 청소년 멘토링이나 동반자 프로그램 연결, 부모 대상 사회생활기술 멘토링 및 부모교육, 관계기능증진 등 가족 교육 및 가족친화 문화조성 등의 지원이 문제 개선에 도움될 수 있다.

 

4단계는 코칭상담을 통한 문제해결이다. 방문을 통해 물질적 필요가 지원되고, 사회적 관계 기능 향상 등의 멘토링이나 교육 서비스를 통해 상황 개선이 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복지지 원의 증가 외에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사례들 또한 많다. 내면의 역기능적인 심리가 고착되고, 원가족이나 가족관계 환경에서 형성된 미해결 이슈나 미충족 정서, 역기능적 관계체계가 다루어지지 않을 때 이전 단계들의 돌봄이나 지원들로는 문제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반복 혹은 악화되는 경우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가족코칭 혹은 가족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가정지원센터의 경우 다양한 가족지원 및 교육 서비스 외에 가족돌봄과 상담을 진행한다. 하지만 1~2회 해당가족을 방문하여 가족복지 증진과 가족문제의 어려움에 개입하고, 복지 관련 서비스와 연결하는 경우가 많다.

 

유재성 교수

한국침신대 상담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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