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본질
(칼빈주의 절대 예정론 vs 전통주의 일반 예정론)
구원의 본질을 두고 교단 안에는 ‘새로운 칼빈주의자’로 불리는 사람들과 ‘전통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인간의 회심 이전에 하나님의 절대 예정에 따른 강권적인 은혜로 거듭남(중생)이 선행된다는 (인간의 의지를 완전히 배제한) 칼빈주의 주요 신학을 따르고 있다. 반면에 후자는 회심 이전에 일어나는 인간 본성의 필연적인 내적 변화 없이도 모든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과 복음 전파를 통한 성령의 역사에 사람은 하나님께 긍정적으로 충분히 반응할 수 있다는 구원에서의 인간의 의지(선택)를 인정하는 신학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이 논쟁의 핵심 신학 문제는 구원의 주도권이 오직 하나님에게만 있는가 아니면 인간의 역할이 일부 허용되는가를 두고 벌어진 것이었다.
이 논쟁은 필연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선교사를 파송하는 당위성 문제로 확장됐고(모든 것이 하나님의 절대 예정의 결과라면, 인간의 선교나 전도의 노력은 불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남침례교인들에게는 소위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 문제로 불렸던 주제였다. 모든 사람이 알고는 있지만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를 꺼리는 골칫거리 문제였다.
◇ 새로운 칼빈주의자들의 주장
미 남침례회의 신학 전통을 칼빈주의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1986년 당시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였으며 교단 내 대표적인 칼빈주의자들의 모임인 Founders Ministries(The Southern Baptist Founders Conference, 일명 Founders Conference)를 이끌었던 토마스 J. 네틀즈(2014년 남침례 신학대학원 은퇴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네틀즈는 남침례회 설립 당시인 1845년부터 1920년대까지 교단의 주류 신학은 칼빈주의였으나 1920년대 말부터는 실용주의가 미국 사회에 주요 사상으로 등장하여 남침례 신학대학원의 멀린스(E. Y. Mullins, 1860-1928)와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의 스카보루(Lee R. Scarborough, 1870-1945) 교수를 통해 결국 남침례회가 칼빈주의를 떠나 “이단적” “이교적” “파괴적”인 신학을 가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네틀즈는 이러한 원인이 인간의 자유정신을 강조하는 실용주의의 확산에 따라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의 강권적인 주권 대신 인간의 자유로운 반응(선택)을 강조하는 절반-알미니우스주의(Semi-Arminiansim)로 바뀐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후 대표적으로 친 칼빈주의 진영의 모임인 Together for the Gospel(이하 T4G, 2006-2022)과 Building Bridges Conference: Southern Baptists and Calvinism(2007)는 교단 내에서 칼빈주의 신학의 회복을 주장했다.
2006년 T4G 모임을 결성했던 4명의 목회자들인 마크 데버(Mark Dever), 리곤 던칸(Ligon Duncan), 알버트 몰러(Albert Mohler), 매나니(C. Mananey)는 성경의 권위와 무오류성, 거듭남과 믿음의 분리 불가능, 그리스도의 의는 오직 하나님의 작정에 의해서만 믿는 자들에게 주어짐, 교회의 가르침은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남성에게만 허락되며, 복음은 모든 나라와 종족과 언어와 백성들에게 선포돼야 한다는 모두 18개 조항의 선언서를 발표했다. 결국 이들은 현재 미 남침례회의 다수 교회들이 시류와 현대 문명의 여러 기교에 의존하게 되어 성경의 가르침인 칼빈주의로부터 벗어나게 됐고, 자연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신본주의 신학이 아닌 인본주의 신학으로 변절됐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교단 내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신학교인 남침례 신학대학원(1859)이 설립될 당시의 주류 신학인 칼빈주의로 현재 교단의 신학이 되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통주의자들의 주장
전통주의자들은 교단의 신학 전통을 어느 특정 신학이 아니라 다양한 신학 전통이 공존해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사람은 재침례교도(Anabaptists)와 종교개혁 전문가인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였던 윌리엄 R. 이스텝(William R. Estep)으로, 그는 교단 내의 칼빈주의자들이 미 남침례회의 신학 선조로 여기고 있는 제임스 보이스(James P. Boyce, 1827-88)와 바질 만리 2세(Basil Manly Jr., 1825-92)가 칼빈의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침례교의 역사를 오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스텝은 영국성공회의 분리주의 운동에서 시작한 침례교가 처음에는 주로 칼빈주의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칼빈주의를 철저히 버렸다고 주장했다. 실례로 19세기 대표적인 영국의 칼빈주의 침례교인이었던 앤드류 풀러(Andrew Fuller, 1754-1815)와 스펄전(Charles Haddon Spurgeon, 1834-92)은 제한 속죄 사상을 거부하고 예수님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돌아가셨고 따라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칼빈주의를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스텝은 예정론을 너무 강하게 믿으면, 침례교의 복음 전도를 중단하게 할 것이며, 전통적으로 구원론에서 선택할 수 있거나 거절할 수 있는 인간 의지의 절대적인 자유를 믿어왔던 침례교 신앙을 파괴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계속>
김태식 교수
한국침신대 신학과(교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