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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귀 기울이는 총회

매년 정기총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상정안건이 무엇인지, 규약 개정은 어떤 방향으로 논의되는지조차 대의원 대부분이 회의 당일에야 알게 되는 현실이다. 마땅히 모든 교회가 함께 준비해야 할 총회가, 여전히 일부 임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114차 임원회는 신문을 통해 규약개정안 등을 공지하긴 했지만, 그것은 설명도, 공감도, 토론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결국 정기총회 현장에서는 대의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회의는 소란 속에서 이어졌다.


침례교회의 정체성은 회중주의다. 모든 결정을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합의하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회중주의 정치체제다. 사전에 충분한 소통 없이 규약 개정안이 상정되고, 회무가 급히 처리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정기총회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보고와 승인으로만 끝나는 절차적 모임이 될 뿐이다.


총회 일정이 불과 3일로 짧다. 대의원들이 먼 길을 와서 충분히 의견을 나누기도 전에 주요 안건이 쏟아지고, 제대로 된 토의 없이 의결이 강행되는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본보가 아무리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해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서글픈 일이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115차 임원회는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소통과 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과거의 과오를 벗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기총회는 ‘결정의 장’이기 이전에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 각 지방회와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교단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논의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물론 전국 지방회를 모두 다니며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권역별로 간담회나 청취회를 열 수는 있다. 거리의 문제라면 인터넷을 통해 월별로 각 지방회 회장과 총무가 논의의 장을 여는 방법도 있다. 규약을 어떻게 고칠지, 총회 사업이 어떤 틀 속에서 운영돼야 하는지, 대의원들이 미리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전 소통이 있어야만 정기총회 현장에서의 갈등을 줄이고, 교단의 회중주의적 운영을 실현할 수 있다.


‘임원들이 바빠서 어렵다’는 말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총회 임원을 맡았다는 것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교단 전체를 대표해 섬기겠다는 약속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현장을 외면한다면, 그 자리는 명예직에 불과하다. 진정한 리더십은 책상 위에서가 아니라 현장 속에서 세워진다. 각 지방회와 교회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눈을 마주하며, 마음의 온도를 느끼는 것에서부터 총회의 회복이 시작된다.


임원회가 과로로 쓰러질 정도로 돌아다니더라도, 귀를 열고 현장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교단을 섬기는 자리의 무게이며, 회중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다. 침례교회의 정체성은 탁상 위의 결정문이 아니라, 현장의 땀과 대화 속에 있다. 현장으로 내려가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소통하는 총회’ ‘함께 가는 교단’이 세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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