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 -61

‘투두리스트’ vs. ‘투비리스트’


한 주간을 시작하는 아침, 어김없이 이번 주도 내 스마트폰에 입력된 해야 할 일 목록’(To Do List)들이 나를 채근한다. 교회 목회에서 꼭 해야 할 설교와 심방, 상담과 회의는 물론이고, 외부 설교와 강의 스케줄까지 내 마음을 분주히 일으키고 있다.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언제부터 내가 이런 해야 할 일들에만 나를 맞춰놓고 나를 끊임없이 몰아붙이게 되었을까? 바쁘다는 것이 자랑인가? 바쁘다는 게 유세(遊說)인가? 그래야만 내 존재감이 확인되는가? 그래서 오늘은 잠시나마 그 모든 것들 앞에서 내 걸음을 멈춰본다.


물론 해야 할 일 많고, 가야할 곳 많고, 부르는 곳도 많은 목회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날 알아주는 이들 앞에 서는 일에는 묘한 희열과 뿌리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그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날 흥분시키는 매력적인 것들, 그것이 날 넘어지게 하는 유혹도 될 수 있음을 왜 난 자꾸 잊는지 모르겠다.


어느덧 하나님 만나는 시간보다 사람 만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져버린 목회자. 하나님 앞에 서는 시간보다 사람 앞에 서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져버린 목회자. 내공을 쌓는(In-Put) 시간보다 밖으로 토해내는(Out-Put) 시간이 훨씬 더 많아져버린 목회자. 나 역시도 그리 되는 것만 같아 오늘은 참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 교회 성도들 입에서조차 목사님은 늘 바쁘시잖아요란 소리를 듣는 게 정말로 잘하는 일인가 싶다.


나 역시도 스스로 불문율로 세워두었던 원칙이 있었다. “첫째는 하나님 앞에, 둘째는 성도들 앞에, 그리고 셋째는 세상 앞에. 지금까진 그런대로 잘 지켜왔다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아닌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순서가 바뀌고 있다. 선배 목회자들로부터 귀 따갑게 들었던 말씀, “그래서 요즘은 주님도 주의 종 만나기가 힘드시다는 일침. 그 농담 속 진담을 이젠 내가 들어야 할 참이다.


얼마 전 장모상이 있어 장례를 치르는데, 장모님 하관예배를 충남 논산 연무대의 어느 교회 목사님께 부탁드린 일이 있었다. 옛날 나의 장인어른께서 초대장로를 지내셨던 교회 목사님이라 그랬다.


그런데 그날 딱 뵈니, 그냥 봐도 시골 목사님. 게다가 머리도 희끗희끗하신 목사님이라 솔직히 난 별 기대를 안했다. 나 역시도 임종예배, 입관예배, 발인예배, 하관예배 집례라면 이력이 찬 목회자이기에 나의 이 못된 교만이 그분을 자연스레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이 하관예배를 시작하시는 순간, 얼마나 내 판단을 회개했는지 모른다. 얼마나 그 목사님께 죄송했는지 모른다. 예배를 인도하시는 모습, 기도 한마디와 말씀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내공이 장난 아니었다. 얼마나 깊이가 있고 얼마나 통찰력이 있으신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중에 듣자하니 그렇게 그 분이 하나님 앞에 앉아 계신 시간이 많으시단다. 모세처럼 말씀 앞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는 시간 역시도 그렇게 많으시단다. 야곱처럼 기도 시간만큼은 어김없이 지키시는 분이시란다. 다니엘처럼 그러니 그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리는 맑은 샘물 같은 말씀이 그날 장례에 참여한 모두를 다 씻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더 다짐해 보았다. 나보다 바쁜 목회자를 절대 부러워하지 말고, 나보다 유명한 목회자를 결코 좇아가지 말며, 분주함보다 고요함을 즐기고, 사람 앞보다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맛을 아는 목회자가 되기로 ‘To Do List’보다 ‘To Be List’를 소중히 여겨 해야 할 일을 더 만들기보다 모자란 내 모습을 더 갖추어가기그것이야말로 목회자 노릇하는 것에서 벗어나 목회자 되어가는 길일 테니까.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



총회

더보기
최인수 총회장 “희망과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115차 총회 81대 총회장 이·취임 감사예배가 지난 10월 24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총회 임역원과 교단 목회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1부 감사예배는 총회 전도부장 박한성 목사(세종꿈의)의 사회로 총회 군경부장 이길연 목사(새서울)가 대표로 기도하고 경기도침례교연합회 대표회장 이병천 목사(지구촌사랑)의 성경 봉독, 배진주 자매(공도중앙)의 특송 뒤, 이동원 목사(지구촌 원로)가 “깊은 데로 나아갑시다”(눅 5:1~6)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동원 목사는 설교를 통해, “침례교 목회자의 특징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말씀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것이며 그 말씀을 붙들고 최선을 다해 복음 전도에 우선순위를 다하는 것”이라며 “침례교회가 다시 부흥의 계절, 아름다운 침례교회의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오직 말씀에 순종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념하는 총회가 돼야 하며 새로운 교단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정직한 성찰과 회개로 과거를 극복하고 주님의 말씀만을 향해 나아가는 총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2부 축하식은 사회부장 윤배근 목사(꿈이있는)의 사회로 81대 총회장 최인수 목사(공도중앙)가 80대 총회장 이욥 목사(대전은포)에게 이임패를 증정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