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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모들이여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요?

“하늘 붓 가는대로”-90

시골 사는 남동생이 억척같이 살아서 땅 깨나 좀 사고 소도 수 십 마리가 되는 등 그 동네에서 1호 거부(?)라 할까? 또 그 옆에 살고 있는 그의 누님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 동생은 몸을 기계처럼 쓴다는 것이다. 기계에도 윤활유가 있어야 돌아가는데 그 동생은 자기 몸 보신도 모른 채 일만 한다고 안타까워 못살겠다고 오빠인 나에게 호소해왔다.

그 동생도 환갑을 지난 나이에 농사일을 하기 때문에 조로(早老)현상이 보였다. 옆에서 보던 그의 누님이 제발 편하게 살고 건강 유의해서 먹고 자고 쉬라 해도 소 귀에 경 읽기란다.

그런데 그의 누님, 나에게 여동생이지만 그가 내리는 남동생의 여생은 모두 그럴 듯한 것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그가 뼈 빠지게, 눈 들어가게 노동해서 한 푼 모은 것이 결국 자식 입에 들어가고 자기 입에는 알사탕 한 개도 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안되기를 일단 기대하고 기도를 드렸다.


시골 남동생 이야기를 하다가 서울에 있는 나를 생각해 봤다. 나도 똑같은 코멘트를 받아야 마땅하다. 폭염 속에 오늘도 30도가 넘는 기온을 기록한 것을 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그냥 노목(老牧)이 아니라 지금도 강의, 집필, 상담을 하고 있는 청목(靑牧)이다. 문제는 할멈이 설치된 에어컨 가동을 상명(上命)하지 않는다. 그냥 앉아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르는 실내 폭염 속 고문생활의 연속이다.

여보 에어컨 좀 켭시다라고 사정하면 바람이 조금 분다느니 조금 견디면 시원해진다느니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라든지 하면서 가동하명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 딱한 사정을 제주도에 사는 딸에게 말하니 아버지가 무조건 켜시는게 좋다. 켰다 하자. 켜는 순간 아내는 에어컨 기계 앞에 들락날락하면서 지금 온도가 내려갔으니 어쩌고 하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아예 에어컨을 켤 생각을 무덤에 장사지내고 말았다. 그리고 동네 커피숍으로 6·25 전쟁 피난을 간다.

시골 동생과 서울 할멈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선 그들의 타고 난 근검절약 정신에 허비라는 개념과 소비라는 개념에 둔감하다. 그러나 저러나 결국에는 전기료를 아끼며 몸 보신 안하고 모은 재산(?)이라 해도 여동생 말과 같다. 새끼 입으로 모조리 바치고 마는 것이다.


그럼 부모로서 할 일 할 것이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게 알뜰히 해서 혹 한 푼 모았다 한들 지금 자기에게는 무엇인가? 특히 한국 부모를 향해서이다.

한국 부모들이여,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재산(?)을 모으나요? 누구를 위해 커피 한 잔, 국밥 한 그릇을 아끼나요? 부모는 자식의 하나님이 아니다. 자신의 하나님음 부모가 아니다. 하늘에 계신 하늘 아버지가 자식의 아버지시오, 하나님이시다. 하늘 아버지가 자식에게 해 드릴 일을 땅의 부모가 하자니 고통이 아니고 뭔가? 하나님격의 부격(父格)을 내려놓자고 자기를 위해 살고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저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수류 권혁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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