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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뜻에 순종하고 맡기신 양떼를 돌봤을 뿐입니다”

강북중앙교회 최건석 목사


“교회를 개척한 이래로 47년 동안 한 눈 팔지 않고 주님이 명령하신대로 양떼를 목양해 왔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영광을 받기에 합당합니다. 저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거나 가로챌까 늘 두려운 마음을 가진 채 그저 부목사 심정으로 충실히 했을 뿐입니다.”
교회의 리더십은 그 담임 목회자의 성품과 인격을 반영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강북중앙교회 최건석 목사(74)는 인터뷰 내내 이같이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의 신앙 간증이야기를 곁들이며 들려줬다. 최 목사는 “나의 담임목사는 주님이시며 자신은 그분을 섬기는 부교역자라는 마음으로 사역했다”면서 “그러기에 주님이 명령하신대로 목회에 전념할 수 밖에 없었고 말씀에 매달려 기도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삶을 고스란히 성도들에게 나눠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최건석 목사는 성경에 기록돼 있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보는 지난 3월22일 서울 강북중앙교회에서 50년 목회를 향해 흔들림 없이 항해하고 있는 ‘주바라기 목회자’ 최건석 목사의 목회이야기를 들어봤다.


◇ 부활절을 맞아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님의 영육간 축복이 성도님들께 풍성히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오늘까지 한평생 주의 일에 헌신하게 된 것은 오직 목자장되신 주님의 은혜라 믿고 모든 영광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의 기도와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 믿어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의 목회 사역은 너무 행복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교회분쟁을 겪지 않고 얼굴 붉히는 일 없이 화목한 가운데 하나 되어 사랑 안에서 주님의 일을 수종했는데 이는 첫째가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요 다음으로는 좋은 성도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감사드리며 성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 목회하신지 47년이 되셨습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바울 사도처럼 쉼 없이 달려오셨습니다. 목회사역에 대한 소회를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목회의 성공이나 본이 되는 이야기로 나오는 것이 솔직하게 부담됩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주님의 긍휼하신 은혜로 산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은 주님이 저를 만나주셨지 제가 주님을 만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모든 삶은 주님의 은혜입니다. 저는 청소년 때 확실한 중생의 체험과 명백한 사명을 깨달았습니다. 성령의 기름부음도 체험하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벽 별을 보며 교회에 나갔습니다.

새벽 2시든 3시든 교회에서 기도하고 자주 혼자 산에 가서 부르짖으면서 주님의 은혜에 감사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해서도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두어 달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저녁 불현듯 무거운 고민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졸업 후에 내가 가야할 길이 막막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오라는 곳도, 갈 곳도 없었고 개척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알지도 못했기에 앞길의 캄캄함을 느낀 것입니다.
나는 견딜 수 없어 절망감을 해소해 보려고 학교 기숙사를 벗어나 시내를 친구와 같이 헤맸는데 그럼에도 절망감은 떠나지 않았고 결국 힘을 잃고 길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때 나는 왜 그랬는지 초등학교 동창들 중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로 있었고, 어떤 사람은 면사무소에 근무하기도 했는데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쓰러진 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겨우 기숙사에 들어오게 됐는데 숙소에 들어와서도 절망감을 벗어날 수 없어 기숙사 기도실에 들어가 엎드려 부르짖었습니다.
“주님! 저는 실망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외친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주님은 저에게 놀랍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놈아! 내가 준 성직을 너는 어찌 5급 공무원에 비교했더냐”


지금도 그 기억이 또렷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 엎드려 믿음이 없었음을 눈물로 회개하고 다시는 성직을 세상 직업과 비교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님은 긍휼히 여기시사 놀랍게 그 응답이 있은 후 서울에서 개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주님은 침례교회가 없어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한 성도를 만나게 해주셨고 그분이 도와준 헌금과 제 아내로부터 결혼 혼수경비를 개척자금으로 받아 (당시는 약혼 때였음) 단돈 26만원을 가지고 민가 2층 10여 평 홀을 얻어 마침내 1971년 12월 26일 개척 창립예배를 드리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나온 삶에 그 어느 것 하나 주님의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감사 감격할 뿐입니다.



◇ 교회를 개척하고 성장시키시면서 많은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과 목회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교사부부 한 가정으로 시작한 개척교회에 하나님께서는 실로 놀라운 은혜를 부어주셨습니다. 환경은 말할 수 없이 좋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난로 연통을 붙들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끼니는 라면으로 해결했습니다. 정말 평생 먹을 라면을 그때 다 먹었습니다. 그때 숙소는 교회 한 모퉁이를 막아 사용했는데 슬래브 바닥이라 잠을 잘 수 없어 결혼 전에는 야전침대를 놓고 살았습니다.


이듬해 결혼하고는 가마니를 깔고 살았습니다. 신혼 첫 밤을 가마니 깔고 잔 셈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았기에 불평이나 불만보다 기도에 더 힘썼습니다.
시련도 찾아왔습니다. 개척초기 목회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미국선교부에서 매달 얼마씩 지원해주는 지원금이 있었는데 그 지원금을 그때는 신학교 학생과에서 선별해서 지급해줬습니다.
저도 혜택을 받아 조금이나마 교회재정에 보탬이 됐는데 갑자기 선교부에서 공부를 계속하면 풀타임 목회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인물 양성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더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한 뒤, 저는 과감하게 자립을 선언하고 선교부 지원을 포기했습니다. 조금은 야속했지만 불평불만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먼저라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교회를 개척하고 10년 정도 지났을 때, 교회가 자리를 잡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한국침례교회를 대표하는 서울의 모 교회 안수집사님 몇 분이 찾아와서 저를 초빙하겠다고 했습니다. 침례교 1번지 교회였기에 초빙의 권면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 세우신 교회를 등지고 떠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함께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성도들을 생각하며 과감히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또 정말 힘이 들고 목회가 답보상태에 놓여 있었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면서 이민목회를 계획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목회자에게 비자를 잘 안내주는 상황이라 브로커를 통해 비자를 내려고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브로커가 적발되면서 저는 한순간에 미국 입국이 불가능한 블랙리스트에 올라갔습니다. 결국 미국 이민 목회의 꿈을 자연스럽게 접게 되고 더욱 주님의 몸된 교회에 더 충성되이 지내다보니 몇 년 후에 미국 비자문제 또한 자연스럽게 해결됐습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저는 목회는 내 마음대로 함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습니다. 부족한 사람에게 무슨 목회철학이 있겠느냐 생각해봅니다. 다만 신앙적으로 몇 가지 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하며 온몸으로 살아왔습니다.


먼저 오직 주께서 부르신 사명감에 매여 감읍한 마음으로 목회하려 노력했습니다.
우리교회의 목자장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믿습니다. 저는 다만 몸된 주님의 교회에 부교역자같이 세워주신 종이라 생각하며 부교역자의 마음으로 무슨 일이나 목자장 되시는 주님께 말씀드리고 주님의 지도와 인도하심 속에 사명을 감당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주의 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종이라는 주어진 상황과 주제를 넘지 않기 위해 힘쓰며 살았습니다. 모든 사역의 목적을 아버지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고 시원하게 해드리고 흡족하게 해 드리고자 하는 중심으로 할 것을 숙제처럼 생각하며 몸부림쳐 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 강북중앙교회는 해외선교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헌신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별히 필리핀 선교후원 현황과 선교사역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셨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교요? 사실 학교에서 선교학 수업 외에는 알지 못했습니다. 교회가 어느 정도 자립의 길을 걸으면서 국내선교와 해외선교 지원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선교비를 지원하면서 ‘적어도 선교지에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할 텐데 이 정도는 안되겠다.’ 싶어서 교회 모든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어 1년 동안 적금을 들고 만기가 되면 그 비용을 선교지에 후원하는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목돈을 모아 국내선교(개척기금) 후원에 사용하던 중 광천교회 이봉수 목사님께서 필리핀에 목회자 세미나를 같이 인도하자는 제안을 해 오셨고 필리핀을 방문해 거기서 이용진 선교사를 만났습니다.
이 선교사는 학원선교에 비전을 품고 있는 사역자로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겨줬습니다. 하루는 그가 우리를 초청해 텅 빈 대지 위에서 믿음으로 기공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이렇게 무모한 선교사가 있는가!’하고 그에게 물으니 “이 모든 것은 주님께서 하실겁니다”라는 대답에 제가 오히려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열정과 무모함이 바로 이 시대의 선교사라는 생각에 교회에서 이용진 선교사의 사역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2004년부터 매년 4000~5000 만원의 헌신된 이들의 헌금이 보내져 필리핀의 다음세대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학교를 건축하고 체육관을 짓고 교회를 건축하며 글로벌 센터를 세웠습니다. 또한 교회에서 필리핀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해주고 민도르 섬에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였고 주님의 물질이 온전히 사용된 결과였습니다. 또 하나 우리교회가 선교를 위해 헌신한 것은 민도르 섬에서 진행한 단기선교입니다. 의료팀과 미용팀, 어린이사역팀, 구호팀 등 약 40여 명의 성도들의 자비량으로 헌신하고 이들에게 전해줄 선물과 의약품, 필요 구호품들을 전하며 섬김의 사역을 감당해 왔습니다(현재까지 6회 실시). 나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고 좋을 수 없습니다.


저도 그곳에 가면 정말 행복합니다.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이를 통해 우리 성도들도 큰 도전을 받을 수 있음에 기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교를 감당하면서 다음과 같은 정신으로 임했습니다. 우선 가능한 한 곳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선교에 도울 수 있는 능력은 제한적인데 분산시키면 효과가 반감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선교가 하루 이틀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계속 추진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경우도 선교지원자인 우리 교회나 저는 그 일로 생색내지 않고 자랑할 것 없으며 오직 주님의 손에 우리를 사용해 주심에 감사하면서 지원했습니다. 실제 선교기금의 100%는 주님의 물질입니다. 제돈 1원도 없습니다. 현재까지 필리핀선교지에 그 흔한 교회기념비하나 없습니다. 또한 저나 교회는 현지 선교사에게 특별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손에 사용된 것으로 감사드리며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 목사님께서는 일생을 교회와 함께 하셨습니다. 목회를 시작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동료 목회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그 누구에게 본이 될 존재도 아니고 권면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함이 있어 굳이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면 우선 저는 철저하게 사명아래 성경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삶을 말할 때 그냥 사는 것은 생존한다고 말하고 사명따라 사는 것은 생활한다고 합니다.
오늘 시대 목회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명”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철저한 사명의식만 있으며 반드시 주님께서 쓰십니다.


목회의 목적을 “나 중심”에서 “주님중심”으로 옮겨야 합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주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주님을 시원하게 해드리는 마음을 가진다면 됩니다. 강조하지만 내 교회가 아니고 주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나는 주님의 종일뿐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내 주제를 확실히 파악하고 살아야 합니다. 세월을 아껴야 합니다. 지나고 보니 잠깐 임을 실감합니다. 엊그제 개척한 것 같은데 벌써 목회를 정리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목회자는 매순간 최선을 다하되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내 몫을 감당하면 족합니다. 한 모퉁이에서 몸부림치다 갈 인생입니다. 사명을 감당하면서 주님의 긍휼을 기대하시기 바랍니다. 항상 감사함으로 살아야 합니다. 감사는 모든 문제의 특효약입니다. 승리의 비결은 얼마나 감사하며 사느냐에 있습니다. 목회는 결국 주님이 하십니다. 주님만 철저히 의지해야 합니다.”



◇ 침례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침례교회의 목회자가 된 것과 성도가 된 것에 긍지를 가져야 합니다. 침례교회는 지극히 복음적입니다.
바로 예수중심, 말씀중심, 성도중심이 바로 침례교회입니다.
성도들은 그 어떤 경우에 있더라도 주의 종과 함께 하고 사역에 힘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우리 모든 교회가 그 기쁨에 함께 동참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대담=최건석 목사·신철모 목사
■ 정리·사진=최치영 국장·이송우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