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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나라

계인철

마린온이라는 물잠자리
하늘 길 나서다 날개가 꺾이며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다 으스러진 몸에서 숨이 멎었고
물잠자리 등에 올라탔던
다섯 개미 숨들도
으스러지고 깨어져
거친 흙에 뒹군다
숲속 깊은 파란 집에 사는 매미
잠자리들은 아주 건강하다 소리할 뿐
숨 꺼진 개미들 위해 슬픈 곡조도 없다
개미들 아비어미
꺼억 꺽 소리 내지도 못하고
숨 죽여 울다 울다
영정 사진 끊어 안고 숨 들다 말다
돌아올 수 없는 길 떠나는 아들
‘한 번만 만져 보자’며 오열하는데
푸른 집 큰 매미
색 바랜 조화로 체면치레하고
큰 매미 눈치 보며 사는 개미장수
허튼소리 하니
개미들 부글부글
푸른 집 향해 침 뱉어 댔다
숲을 지키며
큰 매미에게 복종하고
생활 개미들을 지키는 군사 개미들은
이렇게 또
길을 잃는다
숨이 길을 잃는다
나도
그래서 하늘만 본다
빛은 거기에서만
내려오기에


시인은 ‘한맥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목산문학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다.

시집 ‘하늘향기’, 저서 ‘그리스도 예수의 심장이 뛰는 사람’ 등을 냈으며

현재 광천중앙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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