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신자 됨의 의미 ‘침례’를 돌아보다

교회기초시리즈 ‘침례’┃바비 제이미슨 지음┃김승진 옮김┃116쪽┃9000원┃디사이플

 한국의 개신교가 분화하는 과정을 추적해 보면, 신학적 입장보다는 정치적, 사익적 이유가 더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단순하게 신학적인 보수와 진보로 나눠 본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은 그리스도(기독)’예수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다.

 

침례와 세례도 마찬가지이다. 한글 성경 번역에서 주도권을 가졌던 교파에 의해 밥티스마가 세례로 번역되면서 침례라는 용어가 더 성경의 의미에 부합하는 번역임을 확인했던 침례교를 비롯한 몇몇 교파는 신학적 입장을 달리했다. 밥티스마의 형식에서부터, 성경번역본에 침례 병기 또는 침례표기만을 사용하며 교단의 정체성을 재고했다. 때로는 본말이 전도될 정도로 서로의 주장을 펼치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혹자는 침례, 세례가 아닌 뱁티스마, 뱁티즘이라고 헬라어를 그대로 음역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기존 교단들을 부정하며 자신들만이 가장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단들조차도 이러한 차이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성도들을 미혹하기도 한다.

침례교는 무엇을 믿는가?” “침례교는 어떤 교파인가?”와 같이 침례교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첫번째로 무슨 답을 할 수 있을까? ‘침례야 말로 침례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첫번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도서출판 디사이플에서 9Marks의 교회기초시리즈 6권 중 두번째로 번역 출간된 침례는 이에 대한 짧지만 명확한 답을 제시해 준다. 이 책은 침례란 무엇인가? 누가 침례를 받아야 하나? 유아세례란 무엇인가? 교회회원권과 침례의 관계, 성경적인 침례가 아닌 것과 교회가 침례를 행하는 법과 같이 침례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을 명쾌하게 짚어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첫째, 유아세례를 받은 사람들을 포함해 아직 침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성경적 이해를 제공해 침례 받기를 소망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먼저 침례를 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설명할 수 있기를 원한다. 나아가 침례가 주님이 주신 지상명령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침례 전반을 관장하고 있는 교회지도자들에게 침례에 대한 이해를 돕기를 기대한다. 특히, 침례를 교회회원권의 조건으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에 기준을 설정하는데 유익을 주기 원한다.

 

저자는 침례란 신자를 물속으로 침수시킴으로써 신자와 그리스도가 연합되었음을 확인하고 표현해 주는 교회의 행위라고 정의한다. 침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그분의 백성에게 공개적으로 헌신한 것을 고백함으로써, 교회와 연합되고 세상과는 분리되었음을 선언하는 신자의 행위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저자의 강조점은 침례가 교회의 행위라는 점이다. 이는 침례 의식이 한 개인에 의해 시행되지만, 교회를 대표하기 때문에 교회의 행위라는 단순한 의미 이상을 담고 있다. 침례는 비가시적이고 영적인 실체(spiritual reality)에 대한 가시적이고 공적인 보증인 것이다.

 

‘(성경)책의 사람들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침례교는 어떤 교파보다도 성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헌신해왔다.

침례에 대한 이해 역시 이러한 노력을 치열하게 하면서 이뤄졌다. 단순하게 신학적으로 보수(保守)가 기존의 방식이나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성향을 말하는 것이라면, 성경을 철저하게 믿고 따르는 것을 보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밥티스마를 (침수)침례로 믿고 이를 실천하는 침례교는 신학적으로 보수이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과 사역이 당대의 종교지도자들의 성경(율법) 이해, 종교적 행태와는 명징하게 결을 달리하는 급진적인 메시지였다는 점에서 성경의 메시지는 매우 진보(進步)적이다. 그러므로 침례를 주장하는 것 신학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성격을 함께 담고 있는 통전적 이해이다.

 

독자들은 본 서에서 성경적인 증거들과 반대 주장에 대한 논증을 성실하게 제공해 침례가 적어도 침례교인의 자기 합리화나 자화자찬의 주장이 아님도 분명히 확인해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주목해야 할 내용은 저자가 침례를 교회의 행위이며, 교회회원권의 중요한 기초로 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교회가 침례 후보자들의 신앙상태를 평가하고 침례 여부를 결정한다.

 

침례는 교회의 회원으로 영접하고 제자삼는 과정이며 세상과 선을 긋고, 교회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침례는 믿음을 갖게 된 침례 후보자에게 교회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교회회원권의 절차에 포함된 교육과 평가를 통해 전체 교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신자가 교회 회원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박찬익 목사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