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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돋우라

교회를 세워갈 불씨-5
안창국 목사
라이트하우스고양교회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미 거리에서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달이나 남은 시점부터 상점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가게마다 반짝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불빛이 영롱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으로 화사했고, 크리스마스 캐럴로 인해 어둡고 칙칙한 겨울에도 마음이 밝아지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 교실에서도 색종이와 반짝거리는 재료들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성탄카드를 만드느라 분주했었다.


교회는 당연히 크리스마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들마다 크든 작든 성가대에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준비하느라 한 달여 전부터 간식까지 챙겨 먹으며 부산스러웠다. 아이들과 청소년들도 연극이나 성탄절 발표에 마음이 들떠 준비하는 데 열심을 내었다. 크리스마스는 교회의 축제이자, 마을의 축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아졌다.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기 어려워졌다. 카페나 백화점 등에 가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듣기 어렵다. 라디오를 비롯한 방송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럴은 거의 사라졌다. 일부 체인점들은 종교편향이라 해 크리스마스트리나 크리스마스 장식을 제한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에 장식을 시작해 설날 때까지 장식을 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니 거리에서 예전만큼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교회들조차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장식 등에 많은 예산을 사용하기보다는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이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덧붙여져서 점차 크리스마스 장식은 소홀히 하게 되고, 교회의 크리스마스 행사도 점차 축소하는 흐름도 있는듯하다. 물론 과도한 예산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불우한 이웃이나 소외된 이웃을 진심으로 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섬김이다. 그러나 그러한 섬김은 교회가 크리스마스 때에만 해야 할 사역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늘 해야 하는 사역이다. 크리스마스라는 절기에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특별한 모임을 가지는 이들에 비해 불우하고 소외된 이들은 더욱 외로움을 느낄 수 있기에 크리스마스 절기에 이들을 돌보는 것은 정말 필요한 사역이다. 겉으로만 시끌벅적 크리스마스 행사를 치르기보다는 그러한 내실있는 섬김의 사역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세상에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선포할 필요도 있다. 겨울이 되면 해가 짧아 쉽게 어두워지고, 날씨가 추워 움츠러들어 행동반경도 좁아지는데, 이러한 때에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돋우는 일들을 교회가 해야 한다.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을 입으시고 이 땅에 탄생하신 날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가 온 세상이 기뻐해야 할 얼마나 소중한 날인지를 크리스마스 장식과 크리스마스 캐럴을 통해서도 알릴 필요가 있다. 교회의 외관과 예배실, 교회 로비 등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수 있다. 굳이 큰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장식은 참 많다. 교회학교 어린이들과 청소년들, 청년들이 교회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함께 만들어 장식하는 것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좋은 시간들이 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건물 밖에 있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겠다. 내가 독일에 살면서 유럽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해 새롭게 느낀 것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할 때 내가 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이었다. 실내에 장식을 하더라도 창문 쪽에 장식을 해 거리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장식을 한다. 


한 가지 더 권면을 하자면, 교회 건물 안에서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기보다는 성도들 가정마다 정성스럽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게 하고, 집에서든, 사무실에서든, 자동차 운전 중에든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게 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이들이 많은데, 외부에서 볼 수 있도록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도록 권면해 시도했다. 저녁이 되면 아파트 거실이나 발코니에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의 전구들로 인해 너무 보기가 좋았다. 아파트 주민들도 크리스마스를 마음에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제 대림절이 시작됐다. 자녀들의 생일이나, 어르신의 생신이 되어도 함께 시간을 가지면서 선물도 준비하는데, 만왕의 왕이시며, 인류의 구세주가 탄생하신 날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면서 그 분위기를 돋우는 것은 우리 교회들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야할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