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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목사의 목회이야기(62) 십자가 앞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것이 내 인생에 던진 의미는 뭘까? 얼마큼의 가치일까? 고난주간과 부활을 맞아 그 십자가를 다시 묵상해본다.

우선 내게 십자가는 확실히 더하기였다. 생긴 모양처럼 실제로도 그랬다. 내 어릴 적 삶의 곤고와 빈궁과 핍절함이 십자가를 만나면서 참 많이 더해졌다. 참 많이 풍성해졌다. 부요해지고 넉넉해졌다. 아무 것도 없던 내 어린 시절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십자가였다. 내 마이너스 인생을 플러스 인생으로, 적자인생을 흑자인생으로 바꿔놓았다. 십자가를 몰랐다면 결단코 지금의 내 삶은 만나지 못했으리.

또 십자가는 이었다. 지치고 화나고 억울하고 외롭고 좌절했던 나의 고3시절, 내 모()교회 지하기도실에 들어가 앉아 홀로 강단의 십자가를 바라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그 십자가는 정말 넉넉한 품이었다. 나를 충분히 안으시고도 남음이 있을만큼의 두 팔이셨다. 그날 안긴 그 십자가 품은 참으로 따뜻했다. 그 후로도 십자가의 자세는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열중쉬어가 없었다. 차렷도 없었다. 두 손을 소매 속에 마주 넣고 근엄하게 팔짱낀 모습 역시 없었다. 언제나 두 팔을 벌린 그 모습 그대로셨다.

또 십자가는 다리였다. ‘Religion’(종교)의 라틴어 어원 ‘religare’의 의미도 다시 연결하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렇듯 뛰어넘을 용기가 없을 때 십자가는 내게 다리가 되었다. 건널 수 있는 담대함이 없을 때도 다리가 되었다.

군목사역을 끝내고 오산침례교회로 임지를 옮길 때 내게 용기를 준 건 십자가였다. 오산침례교회에서의 사역이 너무 힘들고 고단하고 억울하고 지칠 때 십자가가 내게 힘을 주었다. 그 십자가는 꼿꼿이 서있기만 하지 않았다. 때로는 십자가가 내 앞에 누워 나로 하여금 밟고 건너도록 허락했다.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인생의 수많은 깊은 계곡과 강들을 건널 수 있었다.

또 십자가는 내게 계급장이었다. 12년 군목사역을 하는 동안, 나의 계급장은 십자가였다. 중위, 대위, 소령 계급장은 오른쪽에, 십자가 계급장은 늘 왼쪽 어깨에 달려있었다. 그게 국방부가 명한 군목의 복장규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내 사역의 지경을 넓혀주었는지 모른다. 4개를 단 참모총장도 그 십자가 계급장을 달고 만나면 친구로 만나주었다. 이등병 계급장을 단 신병 역시, 십자가 계급장으로 다가가면 친구가 되었다. 신기하고 놀라웠다.

훈련 받을 때, 제네바조약(Conventions de Geneve)에 대해 배운 바 있다. 적십자의 창시자이자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앙리뒤낭(Henry Dunant)이 솔페리노전투를 목격한 뒤 주창하여 맺은 협정으로서, 1864년부터 1949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된 협약이다. 그 협약은 전장에서 전쟁과 직접 관련 없는 부상자, 전사자, 포로, 민간인에 대하여서는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있음을 천명했는데, 이를 위해 특별히 군목과 군의관은 중립이어야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비록 적군일지라도 부상을 당했다면 아군과 동등하게 치료와 기도를 해주어야 하며, 전사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절차로 장례를 집전해주라 명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특권이요 임무로구나란 생각을 배우면서 했었다.

그러고 보니 군의관과 군목은 동일하게 십자가 마크가 있다. 십자가 앞에서는 아군도 적도 없다는 얘기다. 오로지 기도해주고, 치료해주어야 할 연약한 존재일 뿐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나의 목회, 여전히 그래야지 않을까? 십자가의 더하기로 성도의 삶을 풍성케 하는 목회, 십자가의 처럼 안아주는 목회, 십자가의 다리로 용기주는 목회, 십자가의 계급장으로 모든 이의 친구와 치유자가 되는 목회. 예수 십자가 앞에서 다시 추스르는 나의 다짐이다.


김종훈 목사 / 오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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