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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방치하면 민주주의 무너질 것”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가짜뉴스 문제를 짚어보는 포럼이 열렸다.

패널들은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통 생산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가짜뉴스에 대한 올바른 분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4월 6일 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한국교회와 사회에 만연한 가짜뉴스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포럼의 패널은 변상욱 대기자(CBS)와 정재영 교수(실천신대원 종교사회학)가 맡아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지와 가짜뉴스가 왜 문제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논했다. 가짜뉴스의 생산자와 유통과정을 설명한 변상욱 대기자는 “가짜뉴스의 주 생산자와 유통자는 대게 보수 우익”이라며 대표적인 단체의 활동영역과 가짜뉴스 전달 방식 등을 소개했다. 가짜뉴스의 전파 방식은 뉴라이트 초창기 인쇄물을 중심으로 전달되던 옛날방식과 유투브나 SNS를 통해 전파되는 현재의 디지털방식으로 나뉜다.


변기자는 이에 대해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보수우익들이 디지털 장비에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짜뉴스의 유형으로는 정부여당이 사회주의개헌을 만든다는 것과 같은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을 창작하는 창작형과 왜곡보도형, 일본발 오보 및 가짜뉴스 등이다.
변기자는 이러한 가짜뉴스의 생산에 보수우익성향이 강한 교민사회를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60~70년대에 이민을 떠난 교민들의 인식이 보수 우익 쪽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교민신문이나 TV방송을 통해 가짜뉴스가 흘러나오면 이것이 그대로 한국으로 전송된다는 것이다.


변기자는 이러한 교민사회에서 만들어진 가짜뉴스의 특징으로 과거 맞춤법을 사용하는 것과 말머리에 붙는 ‘충격증언’ ‘진실을 말한다’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분들은 옛날에 한국을 떠난 분들이라 ‘습니다’가 아닌 ‘읍니다’를 주로 쓰신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볼 때는 ‘읍니다’로 나오는데 한국에서 유통되는 찌라시는 보수우익단체가 이를 재작업하면서 ‘습니다’로 고쳐 퍼뜨린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는 어느 커뮤니티보다도 기독교 공동체에서 가장 많이, 효과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변기자는 “기독교는 전국적으로 촘촘한 조직을 가지고 있고 충성도는 물론 결집력과 배타성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우익세력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데 기독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기자는 기독교보수우익진영이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퍼뜨리며 박근혜 전 대통령 구명에 앞장서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보수우익진영이 이제 더 이상 내세울 구세주가 없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끄집어낸다는 점과 과거 사학법 투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가장 앞장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이후 보수진영이 위기의식을 느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 성향이 강한 기독교와 관계를 맺게 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기자에 이어 단상에 오른 정재영 교수는 한국 교회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 지적받는 현실에 대해 “한국 기독교가 지나친 보수 근본주의 신앙을 고수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가짜뉴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며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문다”며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교수는 “이러한 가짜뉴스는 정식으로 발행되는 신문기사나 동영상으로 보도되는 뉴스의 형태를 띠고 있어 대충 봐서는 조작된 것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힘들며, 가짜뉴스를 진실로 믿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SNS에서 퍼 나르며 사람들 사이에 의사소통을 어렵게 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등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가짜뉴스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사회분열은 물론 우리사회의 핵심 가치인 민주주의의 근본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회 안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에 대해 정교수는 “아침마다 보내져 오는 묵상 내용과 함께 현 시국에 대한 내용들이 기도제목이라는 신앙적 명분으로 포장돼 오기 때문에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또 기도 많이 하시는 권사님 장로님이 영적 지도자인 목사님이 보내오는 내용이기에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며 교회 커뮤니티에서 가짜뉴스가 쉽게 펴져나가는 원인을 분석했다.


정교수는 “목사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이라 자칭하는 이들이 특정 그룹들을 운영하거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루머나 가짜뉴스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며 “성도들의 단톡방에 가짜 뉴스들이 흘러넘쳐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교수는 현재 국내에 퍼져나가는 가짜뉴스에 대해 “가짜뉴스는 정치적으로 사람들을 동원해 세력화 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마찬가지로 교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활동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이러저러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교수는 최근 가짜뉴스를 처벌하겠다는 경찰청과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가짜 뉴스를 제재하겠다는 중앙선관위의 발표를 언급하며 “범죄에 대한 처벌이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돼 왔고 한편에서는 엄격한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며 “규제보다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의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의 온상이라고 지적받는 교회의 현실에 대해 정교수는 가짜뉴스를 자신이 하는 활동의 확장이나 사역의 강화를 위해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신앙의 양심에 따라 중단할 것과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우리 공동체가 바로 서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깊이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앙적인 내용으로 포장됐다고 해서 주위 기독교인들에게 무분별하게 퍼 나르는 일도 삼가야 한다고 권면했다.


범영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