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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다가오는 이중직 시대

최근 한 은퇴 목회자가 이중직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는 야구선수 추신수를 언급하며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들을 향해 프로의식이 없다는 식으로 질책했다. 추신수와 목회자들의 상황이 전혀 다르기에 잘못된 비교이긴 하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보수적 사고를 지닌 목회자들의 목회관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목회환경은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고 이제 이중직의 가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초 지앤컴리서치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의뢰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49명 이하 소형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최저임금보다 낮은 사례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목회자들이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는 월평균 216만 원으로 2017년 176만 원보다 23% 증가했다. 사례비 외 기타소득은 평균 86만 원으로 2017년 108만 원보다 22만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월 사례비와 기타소득을 합한 총소득은 2023년 302만 원으로 2017년 283만 원보다 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자 총소득 302만 원은 2023년 한국의 4인 가구 기준의 중위소득인 540만 원의 56% 수준이다.


교회 규모별 사례비 수준을 살펴보면 49명 이하 소형교회 담임목사는 평균 153만 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사례비를 받고 있었다. 한국교회 절반 이상이 49명 이하 소형교회임을 감안하면 목회자(담임목사)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이하의 저소득층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형교회(49명 이하) 목회자의 이중직 현황은 어떠할까? 목회 이외 이중직을 하는 소형교회 담임목사는 32%로 3명 중 1명 수준이었다. 하고 있는 이중직으로는 ‘단순 노무직’이 30%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판촉’ 17%, ‘교수·교사·의사 등 전문직’ 13% 등의 순이었다.


목회자의 배우자, 즉 사모의 경제 활동 여부를 물은 결과, 전체적으로 목회자 사모 3명 중 1명 이상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사모의 경제 활동 비율은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높았는데, 특히 49명 이하 소형교회의 경우 목회자 배우자의 절반 이상이 목회 이외 다른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이중직에 대한 찬성 여론이 성도보다 목회자가 높은 것도 눈에 띄는 항목이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목회자와 개신교인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2022년 데이터(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변화 추적조사)를 살펴보면 목회자 78%, 성도 65%가 찬성한다고 응답해 목회자의 이중직 찬성률이 성도보다 더 높았다. 목회자가 성도보다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 관대한 것은 목회자가 처한 현실을 목회자 그룹이 더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조사들에 대해 모든 목회자들의 심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만큼 이중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이중직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되냐 안되냐가 아닌 어떻게 잘 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이중직을 했을 때 목회에 집중하지 못하는 부분은 피할 수 없다. 목회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터 또한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희소식인 것은 우리 교단 총회가 앞으로 준비할 공감센터에서 일터 목회자에 대한 문제를 가장 먼저 논의한다는 소식이다. 부디 이를 통해 이중직 문제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낼 지 심도깊은 고민과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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