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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마스크 쓴 로잔 5, 6항 되살려야 한다”

한국신약학회, 간담회 통해 로잔대회 본질 성찰

 

4차 로잔대회가 올해 한국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222개국에서 5000여 명의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기독교의 오른쪽과 왼쪽 모두 다 로잔대회를 비판하고 나선다는 점이다. 보수 쪽에서는 로잔대회 선교 신학이 복음전도를 통한 영혼 구원이라는 선교의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 윤리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있고 진보 측에서는 로잔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참여’란 모토로 시작된 복음주의 운동으로,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는 로잔 대회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지만 지금 그 의미가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소마스크를 낀 로잔 선언 5항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신약학회(회장 이민규 교수)는 지난 1월 20일 연동교회(김주용 목사)에서 “기독교의 쓸모”란 주제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4차 로잔대회에 즈음한 기독교의 방향 모색”이란 부제로 진행한 이번 간담회는 오형국 목사(청년신학아카데미)가 사회를, 김회권 박사(숭실대)가 발제를, 김학철 박사(연세대), 차정식 박사(한일장신대), 홍동우 목사(기독교 작가)가 패널로 참석했다.


주최 측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며 그분을 따라 하나님 나라에 헌신하고 있음에도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기독교세계의 확장과 존립에 몰두하느라 시대의 사명에 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심지어 재난의 일부가 돼 버리기도 했다”며 “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대회의 최근 행보를 성찰하는 한편 장차 한국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가치들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보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복음주의자들의 광폭 연대, 로잔 언약
발제를 맡은 김회권 박사는 먼저 로잔 대회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교부 시대에는 구약의 구속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사도신경을 통해 약식으로 신앙을 가르치던 시기가 있었다. 시간이 흘러 D. L. 무디의 집회 또한 당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청중들을 위해 간단하고 알기 쉽게 복음을 전했고 그러는 가운데서도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됐다. 김 교수는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며 “미국이라는 독특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육체 노동자들 중심의 고난받은 민중들, 가난과 흉년과 기근 등 온갖 종류의 열악한 삶의 조건에 노출된 사람들은 그것만 하더라도 이미 기독교 복음이 전파됐다. 이는 빌리그래함 전도집회로 이어졌고 직접 회중과 만나 복음을 전해 교회를 성장시키는 흐름이 복음주의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즉 구두 복음만 잘 증거해도 개인이 바뀌고 공동체가 새로 형성되며 주변 사회가 바뀐다는 믿음이 공유된 것이다. 


복음주의 진영은 세계교회협의회에서 1940년대 반핵 운동을 일으키니 핵을 걱정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이며 하나님의 영원한 복음을 믿는 사람들에게 핵 너머의 천국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기독교의 사회적 책임에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여기서 존 스토트가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복음주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정확한 대책을 수립하고 하나님의 총체적 복음에 대한 응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상반된 빌리 그래함과 존 스토트, 그리고 중남미의 해방적 복음주의가 만나 세계 복음화를 위한 복음주의자의 광폭 연대를 다짐하는 언약이 바로 로잔 언약인 것이다.


기독교 신앙, 공적화폐로 거듭나야
로잔 언약은 모두 15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서 김 교수는 5항과 6항에 집중했다. 이 조항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복음 전도와 동등하지 않지만 여전히 중요하며 이는 그리스도인의 본질적인 과업임을 명시한 것이다. 


김 교수는 “복음주의라 불리는 근본주의자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도 교회가 잘 되는데 왜 사회문제까지 끌어들여서 교회를 정치적 이데올로기 투쟁의 자리로 삼느냐고 걱정한다. 이 말에도 일리는 있다. 우리가 사회 정의를 추구한다고 했을 때 가장 큰 약점은 사회 정의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지 관점이 분분하기 때문에 교회가 분열되기 쉽다. 복음주의가 아닌 사회 정의를 추구하다 보면 이러한 문제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이 부분을 빼려고 하는 목사들의 마음을 나는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좋을지 몰라도 사회 전체가 엉망진창이 돼 버린다.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하나님의 성도’란 책에서 기독교인이 절대 다수를 구성한 나갈랜드와 북아일랜드, 수단이 굉장히 악하고 부패한 것을 이야기한다. 즉 개인 전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회 정의를 따로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개화기 당시 조선에 발을 디딘 외국인 선교사들 또한 구두 복음만 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병원이나 고아원을 세워 총체적인 인간의 필요를 채우며 감동시킨 후 복음을 전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특히 선교사들이 반상 차별 폐지에도 적극 나섰음을 말하며 “우리나라 목회자들 중에 초기 선교사들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목사의 개인기 또는 입담에 의존하는 복음을 전하니 설교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아니라 말 잘하는 사람들의 경연장이 됐고, 어느 사람이 재미있게 설교하는 지가 교인들을 끌어가는 위닝 포인트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의 신앙은 교회 안에서만 소비되는 지역화폐가 아닌 공적 화폐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로잔 언약 5항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지금 로잔 언약 5항은 나머지 14항 때문에 질식사 직전에 가고 있다. 이번 대회가 5항을 질식시키는 대회가 아닌 성경의 총체적 복음운동과 연접(連接)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기도해야 한다”고 선포했다.


패널들, 로잔대회 변질 우려 
김 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패널토의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로잔대회에 대한 비판들이 쏟아져나왔다.
차정식 교수는 “나는 로잔대회를 반대하는 이유를 SNS 통해 밝힌 바 있다”며 단순한 대형집회로 전락할 우려와 여기저기 헌금을 받고 후원을 받아 인천의 5성급 호텔에서 식사하며 행사를 여는 등의 행위를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한국교회의 70%를 차지하는 미자립교회나 개척교회의 목사와 성도들을 능멸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 교수는 “대형 군중 집회는 우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그 구조 자체가 우리한테 강요하는 뭔가 극장식 연출이라고 하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그런 모종의 폐해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홍동우 목사는 “복음을 전도하는 데 있어서 나는 사회정의 다 필요 없고 세계가 어떻게 되는지 망하든지 상관없고 나는 그냥 천국 보낼 거야라고 하면 복음 전도의 순수성은 높아지겠지만, 복음 전도의 효용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큰 틀에서 빌리그래함이 존 스토트나 혹은 남미 해방신학자 같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싶다”며 “통전적 복음이라는 개념처럼 어쩌면 사회 참여는 복음 전도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복음 전도주의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5항의 의미가 지금도 유효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목사는 “40~50년 전만 하더라도 기독교가 사회에 참여해야 된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일 수 있고 혹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선교사들이 병원이나 고아원을 만드는 것 자체가 유효한 컨텍스트가 될 수 있겠지만 오늘날의 우리가 복음 전도를 위한 컨텍스트로 이것을 해야 된다고 하는 공통된 어젠다가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은 있다”고 말했다.


김학철 박사는 “유대 기독교의 가장 큰 정신은 우상 비판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독교가 사회에 공헌할 바가 있으면 우상 비판을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우상에 매몰돼 있는 것이 아닌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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