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목회자들은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하게 된다.
‘수십년간 교회를 위해, 성도를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를 위해 준비하거나 대비하는 목회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목회자는 막상 은퇴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아직 노년에 대한 계획도 세우지 못한다. 하지만 담임목회를 감당하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한 목회자가 있다. 바로 부산에서 목회하다가 은퇴 후, 충북 보은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우현 목사와 목현숙 사모였다.
목회 시절, 김우현 목사는 목회 외의 활동도 활발했다. 산을 좋아하면서 약초를 캐는 일도 했다. 친구 목회자에게 땅을 알아보고 과실수를 심어 과일도 재배했다. 약초가 궁금해 다양한 서적을 탐독하고 대체의학에도 관심을 가지며 전국을 다니며 대체의학의 권위자들과 교제했다.
김우현 목사는 “노년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궁금한 것은 꼭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국을 다니며 산을 타고 약초를 캐고 발효액도 만들면서 건강에 좋은 재료를 공부했다. 그러다보니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책도 구하면서 약 1500권의 대체의학 서적들을 구비하고 있다”며 “의사는 아니지만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질병이나 자신의 체질에 맞는 발효액이나 약초가 궁금한 이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부산임마누엘교회를 은퇴하고 충북 보은에 정착한 김 목사는 사과나무 농장을 인수했다. 원래는 사과농사를 배우려고 했지만 농장주의 사정으로 2000여평의 농장의 주인이 된 것이다. 농장을 인수할 돈을 당장 마련하기 쉽지 않았는데 아내인 목현숙 사모가 선뜻 나섰다.
목현숙 사모는 목회자의 아내가 되기 전에 조폐공사에서 일하면서 교회와 목회자를 물질로 섬겨왔다. 목 사모는 “목사님이 용돈이나 외부 행사를 하시고 오신 사례비를 한 푼, 두 푼 모았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아니면 우리 가정에 이 물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모았는데 그것이 우리 은퇴 자금이 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보은에 정착한 김우현 목사와 목현숙 사모는 목회자 부부에서 농장주가 됐다. 사과나무를 가꾸고 김우현 목사가 산에서 캐온 약초들을 활용해 발효액을 제조했다. 수익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았다. 초보 농사꾼에게 물질의 채워짐보다 작은 결실에도 감사하며 주변에게 나누는 기쁨이 더 컸다.
김우현 목사는 “은퇴한 이후, 동기들이나 목회동역자들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상태를 들어본 다음에 필요한 발효액이나 약초들을 주거나 소개해줬다”며 “의학적인 치료도 중요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물질로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기에 목회 시절보다 오히려 더 바쁘다”고 언급했다.
김우현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없었다면 해보고 싶었던 사역이 있었다. 바로 은퇴 목회자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나누는 것이다. 농지나 집은 어떻게 매매해야 하는지,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야생 약초에 대해, 대체의학에 대해 나누고자 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에 대한 준비는 잠시 멈췄지만 오히려 더 많은 지식을 쌓으며 풍성한 내용들을 수집해 자료화했다. 김 목사는 조만간 이 일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우현 목사는 “생산한 농산물을 나누고 내가 아는 지식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기쁨이고 즐거울 수 없다. 아직도 내가 필요로 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건강이 허락되는 한, 많은 목회자들을 섬기며 은퇴 목회의 새로운 인생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보은=이송우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