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로 설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성서에 나온 지명들과 관련된 배경에 대한 이해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책이나 사진, 영상으로 성서의 지명들과 환경들을 보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밟지 않은 상태에서 성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포항교회 조근식 목사도 말씀과 설교에 대한 갈급함 속에 1997년 이스라엘 성지 연구 및 고고학 발굴 연구에 참여하며 성서의 궁금증을 풀어냈다. 그리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이스라엘와 이집트, 요르단 등을 방문하고 수많은 성서의 지명들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그 생생한 현장을 ‘가자! 성서의 땅으로!’(쿰란출판사)에 담았다. 자신의 목회 여정에서 ‘성서의 땅’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서 지리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조근식 목사는 이번 책을 통해 1부 ‘고센에서 여리고까지’ 2부 ‘브엘세바에서 예루살렘까지’ 3부 ‘사마리아에서 헬몬산까지’의 여정을 해당 지역 사진과 성경말씀, 그곳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이스라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면서 방대한 자료를 담아냈다. 이에 본보는 조근식 목사와 책 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 성서의 귀한 발자취를 책으로 담아주셔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가자! 성서의 땅으로!’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요르단을 중심으로 기획됐습니다. 특별히 이 지역을 책으로 담으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 신구약 성서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많은 학자들을 통해 원어 분석과 주석 등 다양한 연구로 목회자들뿐 아니라 성서에 관심을 가진 성도들까지 은혜를 받아왔으나 더 이상 연구할 분야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연구 결과물들이 서재를 가득 메우게 됐습니다. 매주마다 설교에 부담을 갖고 말씀을 연구하던 저에게 다른 분들보다 조금 일찍 신구약 성서의 모든 근원이 되는 성서의 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지명마다 그 현장에 가서 느낄 수 있는 감동들이 본문을 이해하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더욱 분명히 깨닫기에 충분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목회자들이 성지 순례를 다녀와서 보고 느낀 것들을 메시지로 담지 못하는 현장을 보면서 여행으로 다녀오는 성지 순례가 아닌 이미 신구약 성서를 다 꿰고 있는 목회자들이 말씀의 배경과 역사, 지리적인 특성들을 이해하고 보더 폭넓게 본문을 볼 수 있는 안목을 넓혀 주기 위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료들을 찾고 정리해 본 것입니다.
◇ 목사님께서는 수십년 동안 성서의 땅을 밟아오셨습니다. 매번 그 경험이 새로웠으리라 생각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지를 꼽아 주신다면.
=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이스라엘 땅을 밟게 된 것이 1997년 이스라엘 성지연구 및 고고학 발굴연구로 텔 레흐브 발굴(Tel Rehov Excavations)이었습니다. 한 달간 키브츠에서 숙식하며 주중에 발굴하고 주말에 성지를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첫 주 금요일 점심식사 후 성지를 돌아보기 위해 숙소를 출발해 길보아산 자락을 지나 그리심산, 에발산 사이를 지나 세겜 평원을 보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야곱을 참 좋아합니다. 야곱의 생애에 대한 설교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그의 삶을 다 알고 있지만 창세기 32장 얍복강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기도하여 응답받고 형과 화해하고 요단강을 건너 세겜 땅에 와서 여호와 하나님을 만났던 벧엘이 한나절 거리인 40km를 남겨 두고 세겜에 돈을 주고 땅을 사고 집을 짓고 그곳에 머물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해 수많은 주석과 설교집을 뒤졌으나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했는데 세겜 들판을 보는 순간 그동안 모든 질문이 한순간 해결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지팡이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살기 위해 도망치듯 밧단아람으로 갈 때 야곱에게는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 바라보고 갔으나 평생 이룰 수 없는 두 떼의 재산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이르러서는 세겜 넓은 들판에 마음을 빼앗긴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지면으로 다 소개할 수 없지만 가는 곳마다, 보는 것마다 감동이요 신구약 성서의 본문들이 얼마나 새롭게 보이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 성지를 방문하고 탐방할 계획이 있는 교회나 성도들에게는 이 책이 주는 특별한 유익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성지도 여러 지역을 한 번에 다 볼 수 없기에 추천해주실 수 있는 성서 유적 탐방 방법을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 최근 막혀 있던 출애굽 루트가 회복돼서 보다 더 감동있는 성지 탐방을 계획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성지 루트는 인천에서 카이로로 도착해 고센땅 라암셋 발굴 현장에서 히브리 민족들의 탄식으로 쌓았던 진흙 벽돌을 직접 만져보고 그 엄청난 발굴현장에 서려 있는 땀과 눈물들, 출애굽 이후 걸었던 광야, 특별히 모세가 8번이나 오르내린 시내산과 이스라엘 땅을 돌아보고 요르단에서 성서의 흔적을 살펴보고 오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특별히 목회자들에게는 성도들과 함께 하는 계획과 목회자들과 함께 하는 계획을 좀 달리하면 좋습니다. 대부분 성서의 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1~2번 투어 코스로 다녀오면 다시 가볼 매력을 잃게 됩니다. 목회자들은 한 번에 다 돌아볼 수 없기에 탐방 코스를 미리 계획하고 여러 번 돌아볼 계획으로 코스를 짜는 것이 아주 효과적입니다.
◇ 아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서의 땅에 애정을 가지고 계시기에 더 안타까운 심정이셨을 텐데요. 이 갈등과 분쟁에 대해 목회자의 시각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으로 제가 섬기고 있는 포항교회가 지난 2023년 11월에 계획한 성지탐방을 취소했습니다. 성지탐방에 가자지구는 아예 가까이 가지 않고 또한 안전이 보장되기는 해도 엄청난 희생이 있는 현장에 탐방하러 간다는 것이 덕스럽지 않아 미루게 됐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지속되는 두 민족의 갈등은 현장에 가서 느껴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속히 화해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 땅을 밟고 그 땅에 역사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바라보며 그곳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오랜 세월 머뭇거리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거룩한 부담으로 이 책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좋은 출판사를 만나 용기를 갖고 그동안 교회에서 가르치고 세미나를 했던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 튀르키예와 그리스를 배경으로 사도행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책이지만 제 뜨거운 마음을 다 담지 못했으나, 이 책을 통해 설교자로서 본문을 대하시다가 지명이나 역사적 배경 자료가 필요할 때 찾아가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여 본문을 더욱 폭넓게 보고 사건의 현장에 숨겨져 있는 영적 보물들을 캐내어 성도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에 다 담지 못한 많은 자료들이 인터넷에서 설교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만나 보다 더 풍성한 본문 이해로 양무리들에게 아름다운 꼴을 먹이시기를 소망해 봅니다.
이송우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