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 경위
“그날은 제 생일이어서 제 가족과 팀원인 윤00 단기선교사 가족이 현지 선교사들의 초대를 받아 외부에서 저녁식사 후 늦게 귀가하였던 것입니다. 밤늦게 외출한 것이 화근이긴 했었지만 그 시간에 무장괴한이 주차장에서 기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경비원들도 사뭇 긴장하고 굳은 표정으로 저희를 맞았습니다. 평소 잘 웃어주던 경비대장 Charles의 표정도 영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미쳐 집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에서 인근에서 총성이 울렸고, 위기감을 느낀 저는 가족들에게 뛰어서 경비실로 도망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곧 괴한들에게 둘러싸였고 핸드폰 등 귀중품과 현금을 빼앗겼습니다.
총을 여러 발 쏘았다고 하는데 워낙 다급하였기에 총성보다 가족의 신변안전이 더 걱정이었습니다. 강도들에게 떠듬떠듬 현지어로 몇 마디 말하면서 안정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자’는 강도들에게 ‘안에 사람이 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설득하고, 남은 현금을 꺼내주며 ‘위험한 행동하지 말라’고 계속 설득했습니다.
돈으로 만족하진 못했지만 안전하게 도주하기 위하여 강도들은 돌로 우리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윤00 선교사에게 커다란 돌이 날아왔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만류하는 저에게도 커다란 돌이 날아와 대퇴부와 허리에 맞았지만, 아픔보다는 돌을 더 이상 맞으면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추격이 불가능하다는 제스처로 비명을 지르며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강도들은 4명이었는데 두 명이 권총과 기관총을 갖고 있어서 대항할 수도 없었고, 저는 가족의 신변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했습니다.”
2. 사고 후유증
“세 번째 당한 총기 강도이다 보니 총성과 긴박했던 순간들로 인한 트라우마(상처)가 제 가족과 윤00 선교사를 괴롭힙니다. 잠시 대피한 지역에서도 총성이 들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침입한 괴한들의 총성을 집안에서 듣는 것과 직접 강도들과 맞닥뜨려 총구 앞에 서는 것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당장 총을 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지나가는 차의 타이어 펑크 소리에도 놀랄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며칠 동안 하얗게 된 머릿속에서 아무런 신호가 없어 멍하니 앉았거나 가슴이 터질 듯 아팠고, 기가 막힌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경비원들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표정이 그랬고 모든 상황들로 짐작하건데 강도들은 이미 센터에 들어와 있었고, 경비원들이 위협을 받았거나 동조한 느낌이 들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었습니다.”
3. 단체의 철수결정과 귀국 심정
“파송단체가 큰 충격을 받은 우리 가족을 철수키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분노했습니다. 제 가족의 입은 상처를 헤아려 준 점은 감사하지만, 우리가 철수하면 현장에는 초임 사역자 한 가족만 남게 되었기에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우리를 철수시키는 본부 행정이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주신 말씀을 - ‘본부가, 그리고 교회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너희를 보낸다.”- 묵상하면서, 주께서 이 사역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기에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선교지에서 3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본부에서는 3년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갖고 ‘트라우마’를 치료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쩌면 본부의 결정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순종하려고 합니다.
남겨진 사역들이 지속되어야 하는데 주께서 이 모든 것에 간섭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제 저희는 한국으로 철수하며 주께서 다시 말씀하실 때까지 잠잠히 기다릴 것입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적도 없고, 다시 어디로 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받은 충격도 너무 커 어떻게 치료를 시작해야할지 당황스럽습니다. 부르신 주님에 대한 충성을 잊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4. 위기관리 관점에서 고려해야할 사항들
- 철수 선교사를 위한 선교단체의 위기관리정책과 지침은 준비되어 있는가?
- 파송교회와 후원교회 선교위원회도 파송단체의 위기관리정책과 지침을 이해하고 있는가?
- 철수의 경우 철수결정권자는 누구인가? 철수에 대비한 현장 비상계획은 마련되어 있는가?
- 피해 선교사가 본부의 철수명령을 거부하고 현지에 계속 머무를 권한이 있는가?
- 현장사역의 연속성을 위하여 파송단체는 어떠한 조처를 취해야 하는가?
- 단체가 이 위기를 맞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사역인가? 사람인가? 단체인가?
- 철수선교사 가족을 인천공항에서 누가, 어떠한 모습으로 맞아주어야 하는가?
- 철수선교사 안식관과 자녀 교육, 생활 지원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단체·파송교회·후원교회는 선교사 가정을 어떠한 자세와 태도로 돌보아야 하는가?
- 선교사 가족이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파송·후원교회는 인내를 갖고 품어줄 수 있는가?
- 선교사 가족들이 받은 충격과 외상은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그 치료 기간은?
- 재 파송 시점까지 파송·후원교회들은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믿음으로 후원할 수 있는가?
- 세 번째 강도를 당하기까지 현장의 위기예측과 강도 대비책은 갖추고 있었는가?
- 현장에 남은 초임 선교사 가족을 위한 멤버케어 대책은 무엇인가?
김진대 목사
한국위기관리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