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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붙이려는 세상에서

맥스 루카토의 ‘너는 특별 하단다’(고슴도치)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웸믹”이라고 불리는 “작은 나무 마을 사람들” 이 모여 사는 어느 마을 이야기다. 이 마을 웸믹들은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금빛 별표가 든 상자와, 잿빛 점표가 든 상자를 들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이들마다 서로 별표나 점표를 붙이며 하루를 보낸다. 재주가 뛰어나거나 잘 생긴 웸믹들은 항상 별표를 받았고, 보잘 것 없고 내 놓을 것이 없는 웸믹들은 잿빛 점표를 받았다.


온몸이 별표로 가득해서 번쩍거리는 웸믹들도 있었다. 별표를 받을 때마다 너무 기분이 좋으니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쓰게 됐다. 하지만 웸믹들 중에는 재주가 없는 이들도 있어서 그들은 언제나 잿빛 점표를 받았다. 그 중에 펀치 넬로라는 웸믹이 있었는데 그는 남들처럼 재주가 있거나 자랑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남들처럼 높이 뛰어 보려고 해도 넘어지기만 하고 그럴 때면 웸믹들은 너도 나도 달려들어 잿빛 점표를 붙여 줬다.


넘어져 상처라도 나면 더 많은 점표를 붙였고, 왜 넘어졌는지 설명이라도 하면 “말투가 우스꽝스럽다”고 또 다시 점표를 붙였다. 점표가 많이 붙어 있다고 덤으로 점표를 하나 더 붙이는 웸믹들까지 있었다.
결국 펀치넬로는 “좋은 나무 사람이 아니다”라는 평판이 붙었고 그래서 그는 바깥세상이 싫어졌다. 오히려 집안에만 있는 것이 그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루시아 라는 웸믹을 만났는데 그는 몸에 별표도 점표도 붙어 있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묻는 펀치넬로에게 루시아는 엘리라는 목수 아저씨를 만나보라고 일러준다.


망설이다가 펀치넬로는 엘리 아저씨를 만나서 그분이 자신을 만들었고 너는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자신에게 별표나 점표를 붙이는 웸믹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펀치넬로를 만든 엘리 아저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별표나 점표는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웸믹에게는 붙여지지 않는 것이며, 바로 루시아도 그런 연유에서 아무 표도 붙어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펀치넬로는 엘리의 말을 마음에 담는다. “내가 너를 만들었고, 넌 아주 특별하단다.” 바로 그 순간 펀치넬로의 몸에 붙어있던 잿빛 점표하나가 땅으로 떨어진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자. 온통 서로가 서로에게 별표와 점표를 붙여주기 위해 사는 웸믹들처럼 살고 있는 모습이 아니가?   
오히려 별표보다는 점표를 붙여주기에 온 힘을 쏟는, 그래서 남에게 잿빛 점표를 붙여주어 내 빛이 더 드러내게 하려는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도 그리하지 않았는가?
그를 알지 못하고 영접하지 않는 세상은 금빛 별표가 아닌 잿빛 점표를 붙이려고 달려들었다. 소위 의인이라고 자처하며 별표를 붙이고 자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수없이 많은 점표가 붙여지고 놀림과 조롱과 고난을 겪으셨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예수님의 몸에 점표를 붙여 주었지만 주님께는 점표도 별표도 붙여지지 않았다. 주님에게는 누구보다도 엘리 가 계셨기 때문이다.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침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임하시면서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애 기뻐하는 자라”는 엘리로부터 들려오는 그 말씀은 그로 하여금 어떤 점표도 붙일 수 없는 권세가 주어진 것이다. 말씀의 권세는 점표를 들고 달려드는 세상의 한복판을 걸어 공생애 길을 뚜벅뚜벅 걸어 가셨다. 골고다 언덕 십자가의 길은 멀고 험했다. 그래서 공생애 중간쯤에 또 한 번 엘리는 그에게 그 음성을 들려주신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데리고 변화산에 오르셨을 때 하늘로부터 들려주는 음성 “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그리고 십자가로 승리하셨다.


성경 속에 하나님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점표를 들고 달려드는 세상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분들이다. 모세도, 엘리야고, 이사야도, 사도바울도 세상은 별표를 들고 붙이려고 달려들었다. 특별히 요셉의 삶은 얼마나 놀라운가? 그 들이 어떻게 승리했는가?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음성을 들었다.
오늘도 주님은 말씀하신다. 주님을 믿고 순종하며 십자가를 지고  주의 길을 가는 제자들에게 동일하게 말씀하신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내가 너를 기뻐한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다” 아멘.


반종원 목사 수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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