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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려놓고 보자

계인철 목사
광천중앙교회

제107차 총회는 임시총회를 통해 참으로 슬프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했다.
오랜 세월 곪을 대로 곪은 침례신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명제로 소집된 임시총회의는 그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었고, 의제에 따라 의사를 찬반으로 대답해야 하는 대의원들의 간절함도 실상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절망 속에 볕뉘 같은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들이 그 얼굴 면면에서 진하게 묻어나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제명과 정직이라는 결과 앞에 대부분의 대의원들은 ‘왜 이 지경까지 됐는가?’ ‘꼭 이렇게 밖에 방법이 없는가?’라는 자괴감 속에 이렇게 해서라도 신학교만은 살려야 한다는 소망을 표현해야 했다. 동시에 이것이 끝이 아닐 것이라는 염려도 상식 아닌 상식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신학교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과 그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들에서 보여줬던, 또 봐왔던 경험적 지식 때문이다.


이번 임시총회의 결정은 사실상 승자 없는 우리 모두의 패배였다. 그래서 더욱 고통스럽고 아픈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다음 행동이 또 이전과 같이 법적인 방법으로 다시 싸움을 시작할 것 같은 염려가 생기는 것은 어느 새 습관처럼 되어버린 그 동안의 모습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방법만큼은 버리자. 이미 시작했다면 멈추고 철회하자. 원하지 않은 표심을 보여야 했던 다수 대의원들의 뜻이 불편하더라도 일단 받아들이는 성숙함으로 더 나은 최상, 최선의 방법을 함께 찾고 찾아 신학교를 일단은 살려놓자.


법적 방법은 해결의 길이 아닌 서로 함께 망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며, 동시에 신학교도 침례병원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현 총회 집행부 또한 목적한 것을 이뤘다고 자만하거나 안심 또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총회는 길고 긴 고질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07차 총회의 결의를 존중하며 집행했지만 그 동안 총회가 이 문제를 접근하는데 미숙함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하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총회 또한 같은 수준일 뿐이다.


이번 임시총회를 통해 드러난 대의원들의 결심은 오직 단 한 가지다.
어떤 특정인을 제명하고 징계하기 위함이 아닌 신학교를 살리자는 것이었다. 찬성했든 반대했든 이제는 정치적 견해 또는 특정인의 견해를 벗어나 신학교를 일단 살리는 일에 자신들을 희생해야 한다. 임시총회에서 발언한 Y목사도 침례신학교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말했다.
많은 대의원들로부터 자신의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여 그 선한 뜻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지금 신학교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단두대에 오른 사형수와 다를 바 없다.


총장과 이사장의 직무 정지로 사실상 아무 행정적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 모든 행정의 기능과 의무가 멈추었다. 교단 모든 목회자는 이 현실을 정상화 시켜야 할 의무와 사명이 있다.
이것을 위한 첫 단추는 이사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에 진행되던 각자의 이해타산에 의해 이루어졌던 논쟁들을 잠시라도 내려놓는 선을 행하자.
일단은 신학교를 정상화시키자. 모두가 알다시피 신학교는 하나님 나라의 미래뿐 아니라 교단의 미래이고 현재 목회하는 목회자들의 미래이다.


입장에 따라 억울함과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와 과정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모습들에 감정이 상할 수 도 있다. 나름대로의 방식을 따라 학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인정받지 못함에 대한 서운함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멈추고 나를 넘어 우리를 보자고 간절히 요청한다. 산소 호흡기를 떼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건강해졌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더 이상 살아날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침례신학교는 산소 호흡기를 통해 간신히 그 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나 다름없다.


교단의 모든 목회자와 신학교 교수를 비롯한 모든 교직원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열망은 다시 신학교가 건강해져서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 저편에 있는 언어가 있다”는 말처럼, 말의 벽을 넘어서 언어를 만날 수 있듯이, 지금의 문제의 벽을 넘으면 해결이 보인다.
나를 넘으면 우리가 보인다. 나를 넘으면 신학교가 보이고 학생들이 보인다. 나를 넘으면 교단의 희망이 보인다. 나를 넘으면 예수가 보인다. 지금은 우리가 좀 더 냉정해져야 할 때이고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다.
처음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사명이다.


침례병원 사태는 너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원망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그런데 침례신학교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이 갈망은 오늘 이 교단에 속한 모든 이들의 간절함이다. 다른 이유와 원인을 찾지 말자. 감정보다 이성으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는 심정으로 신학교를 살리자.  신학교를 살려놓고 그 다음을 하자. 싸워도 살리면서 싸우자. 역사의 죄인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지금 신학교를 향한 주님의 뜻은 오직 살리는 것이다. 일단 살려놓고 보자.  그 다음 시시비비를 따져도 늦지 않다. 눈앞의 단수(單手)를 즐기다 대마(大馬)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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