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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편지

험한 길 가운데 주님의 평안이 임하네

해외선교회 안정규-윤옥자 선교사(케냐)


인생은 여정이라고 합니다. 저도 어느덧 환갑이 됐습니다. 물론 전혀 실감 나지 않습니다. 신앙도 길인 것 같습니다. 주님을 따라 달려가는 세월이 이제 만 31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케냐에서 선교사의 길을 걸은 지도 18년 6개월이 지나갑니다.


천성 문 앞까지는 얼마나 더 길을 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이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미카메니에서 나오는 길은 약 23~24km 정도로 모든 길이 비포장도로입니다. 저와 아내인 윤옥자 선교사는 여러 일을 마치고 아침 8시경 오토바이로 길을 나섰습니다.


최근 케냐가 우기로 접어들면서 도로 사정이 매우 좋지 않고, 매일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더 심해졌습니다. 아내와 저는 날씨 걱정을 하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길을 떠난지 5분도 안되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는데 급기야 길은 진창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트랙터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사람 무릎보다 더 깊은 수렁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토바이를 모는 ‘부야’가 전력을 다했지만 진흙이 달라붙은 오토바이는 1분도 못가 시동이 꺼지고 ‘부야’는 나뭇가지로 오토바이에 달라붙은 진흙을 걷어 내느라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다시 달리고 또 다시 서고 진흙을 걷어내고 또 달리다가 세우기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지나가던 마을 사람의 도움으로 걸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샌들에는 진흙이 두껍게 달라붙어 신발은 천근처럼 무겁고 자석처럼 빠지는 진흙 수렁에서 무거운 발을 꺼내다 보면 샌들의 찍찍이가 힘없이 떨어져 버립니다.


차라리 벗고 가는 것이 편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걸음마다 제 발을 위협하는 가시에 발이 찔리기도 하고 길가에 있는 모서리가 뾰쪽한 자갈들이 진흙에 섞이면서 한 걸음 내딛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때 정말 천사와도 같은 ‘라파엘’이라는 마을 사람이 팔을 붙들고 지팡이로 겨우 균형을 유지하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앞서 나간 윤옥자 선교사는 어디에 있는도 연락도 되지 않았습니다. 장대비와 천둥소리가 빗발치고 옷은 진흙을 뒤집어썼으며 무릎까지 쑥쑥 빠져 들어갑니다.


이렇게 4시간을 걸어 겨우 도착한 마을의 가게에서 잠시 쉬면서 음료수를 사서 마셨습니다. 장대비에 흠뻑 젖었고 몸속은 땀방울이 섞여 흐르고 있습니다. 사이다 2병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계시는 마을 촌로들에게도 음료수 1병씩을 안겨드렸습니다. 나눔의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제 겨우 절반 가량 온 것 뿐입니다. ‘부야’가 오토바이를 다시 타라고 해서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걸터 앉았지만 역시 얼마 못가 다시 서버렸습니다. 다시 걸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오른발 무릎 통증으로 다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발을 끌다시피 다시 진흙 수렁에서 3시간을 걸었습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주님을 생각했습니다. 바울도 생각했습니다. 복음의 길, 복음을 위하여 고난을 받으라는 바울의 글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복음을 위하여 받는 고난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이 7시간이 고난이라면 고난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불평과 원망은 없습니다. 다만 힘들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육신의 연약함 때문에 불평과 원망이 솟구쳐 나올 수는 있지만 본질상 불평과 원망은 없는 것입니다.
이런 감사의 마음으로 진흙 수렁을 걸었습니다. 저의 길동무와 보호자가 되어준 ‘라파엘’에게도 뜨거운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런 길을 한 마디 불평없이 함께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흙 수렁이를 혼신의 힘을 다해 두 발로 짚어가며 운전하는 오토바이 기사들이야 말로 우리에게 영웅일 것입니다.


이날 밤 10시간 동안 야간 버스를 타고 나이로비로 오는 차 속에서 정강이와 하벅지에서 쥐가 나고 하반신이 뒤틀리고 양다리에도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가 준비한 핫팩으로 찜질하며 누웠는데 다행히 조금씩 풀리면서 이제는 회복됐습니다.


며칠 뒤에 또 다시 같은 길을 가야 합니다. 우리 학교에 아끼는 오피오 선생의 결혼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하지만 비가 와고 그래도 가야 합니다. 선교의 길은 아마 진흙 수렁 가운데 노래였고 시원하게 들이킨 음료수의 쾌감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들어 가는 주님과 우리의 선진들, 그리고 함께 걷는 여러분이 마냥 고맙고 사랑스러울 뿐입니다.


안정규 선교사 지정후원계좌 KEB하나 181-0401160-245 예금주 : 안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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