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로 전 세계 대륙 중 유라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대륙, 가장 낙후된 지역이지만 인류의 발상지로 알려진 아프리카는 과거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유럽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에 놓이면서 침탈과 노예무역 등 무수한 핍박을 받아온 땅이다. 또한 아프리카 내 많은 국가에서 독재자들이 정권을 잡아 쿠데타와 내전이 끊이지 않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곳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논산한빛교회(강신정 목사)의 아프리카선교회(이사장 서경조 목사, 후원이사장 이영환 목사, 대표 강신정 목사)는 이러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으로 치유시키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 선교단체이다. 현재 아프리카선교회는 탄자니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에 3000교회를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68개 교회(탄자니아 김정태 선교사 140개, 탄자니아 조강식 선교사 23개, 케냐 나정희 선교사 4개, 우간다 김지영 선교사 1개)를 세우는 역사를 이뤄냈다. 교회 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간호대학, 병원 등을 세우며 과거 개화기 당시 조선에 당도한 선교사들이 했던 것과 같은 사역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소망을 품고 예수님 앞에 나아와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프리카에 닿은 첫발
아프리카 단기선교에 동행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두려움이 앞섰다.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딱히 좋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더위에 취약한 나로서는 그야말로 쥐약과도 같은 취재였다. 편도로 18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도 문제였다. 한번 집에 들어가면 왠만해선 나오지 않는 집돌이인 나에게 이러한 장거리 비행은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라하면 가고, 서라하면 서는 것이 직장인의 삶이기에 내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아프리카선교회의 안내에 따라 검은 대륙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아프리카로 떠나는 당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짐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가는 도중 초대된 단기선교팀 카카오톡 단체방은 논산한빛교회 성도들이 보낸 응원 영상이 팀원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보니 문득 준비태세 후 행군을 앞둔 상황에 놓인 것처럼 긴장으로 목이 말라왔다.
공항에서 강신정 목사(논산한빛)와 이번 단기선교에 동행하는 이병탁 목사(시온성), 한국침신대 최원진 교수 등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아프리카선교회 김지연 전도사에게 비행기표와 공용짐을 인계받았다. 단기선교 팀은 논산한빛교회 성도들과 한국침신대 학생들로 구성됐다. 다들 20대 초반의 생기발랄한 그야말로 ‘E’(외향적)의 전형들이어서 과연 내가 이들과 2주간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하던 중 어떤 한 사람이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이번 단기선교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딱히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떠오르지 않았다. 동행 취재 요청으로 함께하게 됐다며 나의 소속을 말하니 마침 내가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잠시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처음 들었던 이야기는 CTS기독교TV 등 타 언론사도 함께 간다고 들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언론사는 나 혼자 뿐이었다. 내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유주현 전도사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향이 나와 같은 광주였다. 미디어팀을 맡은 그는 이번 단기선교를 위해 급하게 드론 조작을 연습했다.
새벽 비행기였기에 탑승시간이 꽤 남은 상황, 입구에 앉아 기다리던 중 한 집사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남편 집사는 이미 한번 아프리카 단기선교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지 연신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아내 집사에게 설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는 원래 이번 단기선교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지만 아내가 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함께 따라나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단기선교에서 코로나19 확진이 떠서 1주일간 아무것도 못하고 격리됐던 그는 이번에는 모든 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나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18시간의 비행은 쉽지 않았다. 길어야 3~4시간 비행해본 것이 전부인 나에게 비행기 안은 정말 시간과 정신의 방에 갇힌 기분이었다. 오랜 시간을 버티고 버틴 끝에 경유지인 에티오피아를 통해 아프리카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마침 하루 전날은 6·25로 한국전쟁 참전국인 이 나라에 발을 디딘 것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 아프리카는 겨울이라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와 비슷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간에 여권을 분실해 한참 식은땀을 흘리며 찾아 해매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무사히 목적지인 탄자니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험난한 탄자니아 입구
탄자니아에 도착하기 전, 아프리카선교회 측에서는 절대로 세관을 통과하기 전 서로 아는 척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의를 줬다. 공용짐에 들어있는 여러 물품들로 인해 보따리상으로 오인해 붙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공용짐은 현지 아이들에게 줄 선물들이 들어있었다. 단기선교 경험이 아예 없었던 것이 아니었지만 보따리상으로 오인해 붙잡힐 수 있다는 이야기에 괜시레 걱정이 앞섰고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후 아 유!”
탄자니아 세관원은 뭔가 하나 잡았다는 듯 소리치며 내 앞에 한 명을 붙잡았다. 나 또한 금세 같은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세관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니 이미 몇 명이 더 열외를 당한 모양이었다. 아마 같은 동양인이고 비슷한 가방에 똑같은 물품을 가득 담아 들어왔으니 안 걸리는 것이 어찌보면 이상할 수도 있었다. 유리문 너머 무사히 세관을 통과한 강신정 목사를 비롯한 단기선교 팀원들이 애타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자니아 현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김정태 선교사가 나섰다. 탄자니아에서 21년째 사역하고 있는 그는 아내와 함께 조이풀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선교회와 함께 3000교회 건립과 신학교 설립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김 선교사와 세관, 양측의 오랜 실랑이 끝에 우리는 겨우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뭔가 이야기가 잘 안되는 듯 보여 걱정이 앞섰지만 무사히 빠져나온 공항 주차장 건너편에 위치한 교회가 우리의 수고를 알아주는 듯 탄자니아와의 첫인사를 건네줬다.
내 심장을 이곳에
공항에서 단기선교팀의 주 활동무대가 되는 조이풀스쿨로의 이동은 장승빈 선교사가 맡았다. 공항에서 시간을 너무 끄는 바람에 앞서 나온 인원들은 버스를 타고 먼저 출발한 후였다. 장승빈 선교사는 논산한빛교회 장로로 지난해 탄자니아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 아프리카 3000교회 건립과 탄자니아 청년들의 자립과 교육을 위한 베이커리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해당 베이커리는 준오헤어 그룹의 후원으로 세워져 ‘주노 베이커리’란 이름으로 탄자니아 청년들의 희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장 선교사는 탄자니아의 상황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들려줬다. 전세계적으로 흔치 않게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 탄자니아는 우리나라가 아직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실천하기 전의 모습과 같은 상황이라고 한다. 발전 가능성은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산업이 발전하지 못해 청년들이 하루 벌어 먹고 사는 형편이었다. 길거리를 둘러보니 딱히 인도라고 하기에도 뭐한 길가에 사람들이 좌판을 펴놓고 무언가를 팔고 있었고 차도에는 보따리상들이 위험천만하게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면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와 물건을 팔려고 한다기에 학창시절 불량배 근처를 지나갔던 때를 떠올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나마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국내 상황은 안정된 곳이라 어떠한 기회가 작용한다면 크게 변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이풀스쿨 근처에 위치한 ‘바가모요’란 지역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바가모요’란 “내 심장을 이곳에 두고 간다”는 의미로 과거 노예로 끌려가던 탄자니아 사람들이 노예선에 승선하며 목 놓아 부르짖었던 것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노예의 길에서 복음의 길로”란 아프리카선교회의 구호는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략 1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조이풀스쿨은 현지인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위해 머나먼 극동에서 날아온 청년들을 뜨겁게 맞이하며 2주간 있을 단기선교팀의 사역에 주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이 넘쳐흐르기를 간구했다. 단기선교팀이 꽤나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내일을 기약하며 숙소에 짐을 풀고 아프리카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탄자니아판 연세대학교를 꿈꾸며
현지 목회자 세미나가 열리는 와중 아프리카선교회에서 건립 중인 학교와 보건소를 미리 둘러봤다. 조이풀스쿨에서 차로 30분 정도를 달려 찾아간 곳은 한참 인부들이 보건소의 기틀을 세우고 있었다. 인부들은 이 지역의 청년들로 전문 건설업체를 불러 건축을 시행할 수도 있었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부러 지역 청년들을 고용해 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문 건설업자가 아니기에 마땅한 건설장비 없이 수작업으로 건설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건소는 총 4층으로 간호대학도 이곳에 함께 자리하게 된다. 1층은 보건소로 사용하고 2~4층은 간호대학으로 설계해 강의실과 실습실이 들어선다. 보건소 바로 옆에는 교회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교회는 근처에 위치한 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지어지고 있다. 2000여명이 공부하고 있는 해당 학교의 학생들이 언제든지 와서 예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놓은 것이다.
장소를 바꿔 이번에는 (가칭)그레이스신학교 건설현장으로 이동했다. 해당 건설현장은 보건소 와는 달리 건축이 꽤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곳은 신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강의실과 게스트하우스, 교회, 기숙사, 직업학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학과 구성으로는 신학과와 유아교육학과 미디어학과 등을 계획하고 있다.
장승빈 선교사는 이곳을 소개하면서 “탄자니아는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 분쟁이 없는 국가이다. 이에 강신정 목사는 아프리카에 비전을 발견하고 이곳을 시작으로 주변국에 복음의 씨앗을 흩날려 아프리카에 복음의 물결이 흘러넘치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프리카선교회를 통해 3000교회 건립 프로젝트를 놓고 기도하고 있고 이 신학교 또한 아프리카 기독교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예술중고등학교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기숙사와 교회, 강의실의 토대가 쌓여가고 있는 예술중고등학교는 내년 2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건소 및 간호대학, 신학교, 예술중고등학교 이상 총 3곳의 건설을 위해 구입한 땅은 자그마치 3만 평이다. 원래 강신정 목사의 계획은 1만 평 규모였다. 그 땅을 구입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지만 당시 땅 주인이 흥정에 응하지를 않아 다시금 다른 땅을 찾게 됐다. 이에 현지 부동산업자는 지금의 3만 평 부지를 강신정 목사에게 소개했다. 원래 사려던 땅의 가격은 6000만원, 하지만 3만 평 부지는 2억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배 이상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강신정 목사는 이 또한 주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땅 주인을 만나러 몸을 움직였다.
땅주인과의 만남에서 강 목사는 제일 먼저 “혹시 교회에 다니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땅 주인은 순복음교회 집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신정 목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하나님이 계획하셨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땅 주인에게 자신이 한국에서 이곳까지 온 목적과 우리나라가 과거 선교사들에 의해 교회와 학교, 병원이 세워졌던 이야기 등을 쭉 설명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강 목사의 마음속에 ‘이 사람은 2억 중에 1억을 헌금할 사람’이란 감동이 몰려왔다. 이 나라 돈으로 1억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15~20억 원은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강 목사는 지체하지 않고 통역을 위해 함께 온 선교사에게 “내가 하는 말을 모두 똑바로 전하라”고 강조하며 이곳에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병원 등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구했다. 그러자 땅 주인은 “난 항상 영적인 것과 육적인 일이 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영적인 일을 선택하라고 교육을 받았다”고 화답하며 자기에게 기도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만난 땅 주인은 큰 두루마리를 들고 강 목사 일행을 찾아왔다. 땅 주인은 도면을 펼치며 이 3만 평 부지에 원래 자신이 병원도 짓고 학교도 짓고자 했던 계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양측은 의견을 모을 수 있었고 세종의 홍정숙 권사의 도움을 받아 오늘날 탄자니아판 연세대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강신정 목사는 6월 29일 열린 기공식에서 단기선교 팀을 향해 이렇게 선포했다.
“이 땅은 내가 계획하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이미 오래 전에 계획해 놨던 땅이다. 그것을 하나님께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는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또 그 일들을 진행하게 하셨다.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은 사람들을 통해 일하신다. 그냥 사람들도 아닌 바로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일하시는 것이다. 현재 탄자니아에는 종합대학교가 4곳이라고 한다. 오늘 여러분들은 탄자니아의 5번째 종합대학교가 설립되는 현장에 와 있는 것이다.”
<계속>
탄자니아=범영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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