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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새해의 기도 : Kyrie eleison

<최현숙 교수의 문화 나누기>

최현숙 교수
침신대 피아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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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휴식의 시간이 주어지는 연휴나 휴가기간에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그 시간속의 자신과 마주할 때가 많이 있다. 이번 설 연휴도 예외 없이 그렇게 과거 속의 나와의 해후를 한다.

지난 시간 속에 나는 웃고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눈물 그렁한 모습일 때가 더 많은 것은 아직도 내면은 성장기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도 해 보지만 마음 한켠에는 찬바람이 분다.


언제부터인가 나를 포함한 인간관계를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모두들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연민의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표현일 수도 있다. 일상 속에서 부대끼는 많은 어려움, 그로 인한 고민과 갈등을 겪는 나자신에 대한 가여움도 있지만, 그보다 그렇게 어려움을 주는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클 때도 있다.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또 얼마나 어렵고 무거울까하는 생각이 들면 미움이나 원망보다는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연약한 모습으로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주 오랜만에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음악을 꺼내보았다. 바로 b단조 미사곡인데 이 작품은 언뜻 형식상으로만 보면 천주교 예배 음악 같지만 루터교 신학으로 신앙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던 바흐의 신학이 담겨 있는 루터교의 전례음악으로 이해되는 작품이다.


1749년경에 작곡된 이 작품은 총 24곡으로 이뤄진 대곡으로 베토벤의 “미사 솔렘니스”와 함께 합창곡의 진수라고 평가받는 만큼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단일곡으로 등재 돼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각 악장마다 표기되는 라틴어의 제목이 가사의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하나님을 향한 예배의 요소가 모두 포함 돼 있는 찬양이다.


이 작품의 첫 악장이 바로 “Kyrie eleison(주여, 불쌍히 여기소서)”이다. 바흐는 다른 미사여구는 일체 배재하고 오로지 주님께 불쌍히 여겨달라는 한마디만으로 악장 전체를 이어간다. 첫 부분부터 장엄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주님을 향한 간절한 부르짖음으로 시작하는 이 음악은 주님의 자비와 긍휼함을 향한 간절하고 절박한 간구이며 기도이다.


이 기도의 후반부는 엄격한 푸가 형식으로 진정성을 극대화하는데 이 구간을 지날 때쯤이면 듣는 이도 함께 그 기도에 동참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이 음악이 가진 호소력과 흡입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바흐의 음악이 단지 인간의 재주를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영성과 신학적 바탕위에서 만들어 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문득 바흐의 삶은 어떠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의 삶이라고 비바람, 폭풍우 한번 없이 늘 평탄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또한 생활인으로, 가장으로, 음악가로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살다보면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억울함을 당하기도 하고 또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갈등을 지나면서 바흐의 해법은 자신을, 그리고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었고 또 이 가여운 인생들에게 주님의 자비는 필수적 필요임을 고백하는 것 이었다. 그래서 그는 주님의 불쌍히 여기심을 위해 이토록 가슴 절절하게 기도했다. 바흐의 해법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도 정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를 향한 불쌍한 마음에서 출발한 진정한 사랑, 그리고 그 안타까운 기도를 주님 앞에 올리는 진실한 겸손을 바흐의 음악에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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