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에 내려와 4년이 안된 시간에 벌써 3번이나 이사를 했을 때 아내가 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도 11년 사는 동안 대여섯 번은 이사를 한 것 같다. 계획도 없이 이사를 하며 새 집으로 거처를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떠나는 날 그 많던 모든 짐들을 다 정리하고 나눠 주고 없앤 후에 가방 몇 개 들고 미국으로 떠나야 했다. 어렵게 그 많던 짐들을 정리하며 이제 짐 없이 살자고 다짐하며 살았지만, 십여 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도 또 무엇이 그렇게도 많이 쌓였던지 이것저것 다시 버리고 나서 가방 몇 개 들고 한국에 돌아왔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땅 끝인 진도에 오면서는 또 다짐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4년도 채 안된 시간에 다시 이사를 하며 쌓아놓은 짐들을 정리하니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무슨 짐들이 이렇게 많은지 짐을 옮길 때마다 나눠줄 것과 버릴 것이 그렇게도 많은데 쌓아놓고 살았던 것이다. 이사를 하며 버리는 연습을 하는 것 같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아직 박스에 담겨 풀지 못한 짐도 있다. 다시 언제 또 거처가 옮겨질지 모르는 생활에서도 당장 쓰지 않는 것들은 쌓아놓게 된 것이다.
어느 날 천국에 가야 할 때도 너무 무거워 천국에 못 가면 어쩌나 싶다. 모든 것 훌훌 다 털어 버리고 가야 할 그날 언젠가 편한 마음으로 다 놓고 갈 것인데 뭘 이렇게 살면서 쌓아 놓았는지…. 그 짐 중에는 1년에 한 번도 써보지 않은 물건도 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니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걸림이 되고 짐이 되어 이사하는 것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내는 그때마다 이제 다시는 이사 안 간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이 고맙다.
아직 몇 번이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마지막 이사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또 털어버리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집을 옮기다 보니 마당이 있을 때 키우던 진도에 흔한 진돗개 한 마리도 어쩔 수 없이 터가 있는 집에 나눠 줘야 했다. 가끔 그 집에 가서 개를 만나면 바라보는 눈초리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주인의 의도에 따라 터전을 옮겨야 하는 개를 보며 주인님의 명령을 따라 어디든 갈 준비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임을 배우게 된다. 지시하시는 땅을 향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루든 한 달이든, 몇 년이라도 순종하며 멈추기도 하고 행진하기도 했던 이스라엘을 생각하며 이사하는 연습을 한다.
“이틀이든지 한 달이든지 일 년이든지 구름이 성막 위에 머물러 있을 동안에는 이스라엘 자손이 유진하고 진행치 아니하다가 떠오르면 진행하였으니”(민수기 9:22)
주님, 주님과 동행하며 천국을 향해 언제 어디든 이사 갈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