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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 Gratia: 오직 은혜로

<최현숙 교수의 문화 나누기>

최현숙 교수
침신대 피아노과

이제 겨우 끝나는 줄 알았다. 전염병의 어둡고 긴 터널도 끝이 보인다는 희망을 가졌었다. 그런데 갑자기 더 무서운 전파력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을 묶어버리는 코로나-19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맞닥뜨리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답답함을 경험한다.


거의 반년을 끌어온 팬데믹 상황은 우리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며 생활 패턴과 습관마저 수정하고 있다. 주변을 아무리 돌아보아도 온전하게 안전한 나라도, 도시도, 장소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조심조심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으로 견디며 살아내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에 기막혀 한다.


막막한 현실 앞에서 문득 떠오르는 라틴어 문장이다. 바로 종교개혁의 5대 표어 중 하나인 “Sola Gratia” “오직 은혜로”란 말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것, 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것 자체가 바로 은혜 때문이 아닐까? 사람의 힘으로 그 어떤 일도 완전히, 온전히 할 수 없음이, 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실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우리의 얄팍한 지식도, 그렇게 경이롭게 바라보던 과학의 논리도, 생명의 신비한 비밀의 영역을 알게 됐다고 흥분했던 의학도, 자신만만했던 인간의 의지도 여지없이 무너지는 상황은 우리들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지금까지 우리들의 성취라고 여기며 어깨 으쓱였던 일들이 얼마나 공허한 것이었나를 깨닫게 한다.


그 끝에서 만나는 은혜, 그래서 더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공교롭게도 은혜라는 의미인 Gratia에 s를 붙여 Gratias가 되면 그 뜻은 감사의 의미가 담긴다. 결국 은혜에는 감사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혜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부어지는 하나님의 일방적인 사랑의 선물이라면 감사는 선물 받은 자의 응답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은혜 받았음을 잊고 살 때가 더 많고 은혜 받았다고 입으로 말하면서도 진정한 감사를 잊을 때는 더 많았다. 살아있을 수 있는 오늘이 바로 은혜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하는데 우리는 전염병의 두려움 앞에서 감사는 까맣게 잊은 채 불평한다.


많이 부르며 사랑받는 찬양 “은혜 아니면”의 작곡가가 한 말을 읽은 일이 있다.
“기도를 많이 하고 봉사를 많이 하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하나님이 더 사랑해 주실 것이라 믿었고 구원받는 척도라 여겼습니다. 잘못된 ‘기복적 신앙’이 내 안에 자리 잡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내가 잘 하면 은혜가 더할 것이며, 못하면 벌이 더할 거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구원은 나의 의로움과 노력에 달린 것이 아닌 ‘은혜’란 선물이며 하나님의 사랑은 더 커지거나 작아질 것이 아닌,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하신 사랑이라는 것을 말씀을 통해 깨닫게 하셨습니다”


이런 고백과 함께 만들어진 찬양이 “은혜 아니면”이라고 한다. 나의 잘잘못에 따라 은혜의 척도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곧 신앙의 마음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이 작곡가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은혜 안에 나의 존재감이나 행위는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믿음의 통찰을 다시 가져야겠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십자가의 그 사랑 능력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은혜 아니면 나 서지 못하네. 주 은혜로 나 살리.
코로나의 두려움으로 불안하고 장마로 마음까지 꿉꿉해지는 계절이지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 있다는 것은 어둠을 비춰주는 희망이고 내일을 향한 소망의 씨앗이다. 잔잔하지만 마음 가득 평안을 주는 찬양과 함께 불확실하고 불안한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며 무조건적인 무제한의 은혜를 온 마음으로 감사하는 시간이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최현숙 교수
침신대 피아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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