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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두 번째 죽음

신약원어 산책-6

최선범 교수
침신대 신학과
(신약학)

(qa,natoj kai. o` deu,teroj qa,natoj)


죽음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가장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죽음은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바람 같은 존재이다. 장례식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조금만 현실에 놓여 있는 죽음에 대해 숙고해 본다면 죽음만큼이나 비밀스럽고 무서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없다. 어제만 해도 유연하고 부드럽던 몸이 오늘은 돌덩이나 쇳덩이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는 시체로 변해 있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가?


 헬라인들은 순간적으로 닥친 죽음의 가면을 벗겨버리면 영원한 영혼의 자유가 있는 이데아의 세계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현인들은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군인들은 전쟁에서 용맹스럽게 전사하는 것을 남자다운 행동으로 여겼다. 그러나 신약성경에 나타난 죽음에 낭만적인 요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예수님이 죽음을 결단하고 맞이하는 모습과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완전히 상반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다정한 친구처럼 여기고 살기 위하여 도주하는 것보다는 독물을 마시며 죽는 것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육체에 갇혀 있던 영혼이 해방되어 영원한 세계로 귀환한다는 헬라 철학의 영혼불멸설에 근거해 죽음을 하나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을 핏방울처럼 흘리면서 죽음의 공포와 고뇌 속에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에 비친 죽음은 모든 인간이 대면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원수이다.


신약에서 죽음에 대한 특이한 점은 죽음마저도 죽는다는 것이다. 바울은 죽음은 맨 나중에 멸망 받을 인간의 최고의 원수임을 지적했다(고전 15:26). 요한계시록에도 최종적으로 죽음이 죽게 될 것을 말씀한다. 죽음에 첫 번째 죽음이 있고 두 번째 죽음이 있다.


“사망과 음부도 불못에 던져지니 이것은 둘째 사망 곧 불못이라”(계 20:14) 두 번째 죽음이 있다는 것은 첫 번째 죽음을 전제로 한다.
첫 번째 죽음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경험하는 죽음을 의미한다면 두 번째 죽음은 죽음마저도 죽게 하는 불못으로 표상되는 지옥을 의미한다. 죽음(qa,natoj) 과 죽은 자들이 갇혀있는 음부(a[|dhj)는 인격화된 같은 존재이다(계 1:18; 6:8; 20:13, 14). 죽음이 음부에 갇혀 있는 죽은 자들을 석방해 준다는 요한의 표상을 바울의 언어로 바꿔 놓으면 믿는 자만이 아니라 불신자들도 심판을 받기 위해 부활하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인간이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이 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예수님을 팔아먹고 양심에 가책을 받고 자살한 가룟 유다의 선택은 가장 인간적인 인본주의 꽃이 되었을 것이다. 한 인간의 영혼에 깊은 상처를 주고 지울 수 없는 육체의 수치감을 분사하고도 양심선언을 하듯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모든 기소 내용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첫 번째 충분하다.


성경에는 죽음 후에 있을 심판에 대해 말씀한다. 성경은 믿는 자들의 부활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불신자들을 포함한 모든 자의 부활을 언급한다. “바다가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고 또 사망과 음부도 그 가운데에서 죽은 자들을 내주매 각 사람이 자기의 행위대로 심판을 받고”(20:14). 그래서 첫 번째 죽음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일반적인 죽음(qa,natoj)을 의미하고 두 번째 죽음(o` deu,teroj qa,natoj)은 특별한 행악자들이 심판으로 맞이하는 죽음이다.


그렇다면 누가 두 번째 사망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인가? “그러나 두려워하는 자들과 믿지 아니하는 자들과 흉악한 자들과 살인자들과 음행하는 자들과 점술가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거짓말하는 모든 자들은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에 던져지리니 이것이 둘째 사망이라”(계 21:8).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죽음과 두 번째 죽음의 상관관계에서 보여주는 교훈은 두 번 죽는 자가 영원한 불못의 형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고 한 번 죽는 자는 다시 눈물과 죽음이 없는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계 2:11; 20:6).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은 한 번 태어난 사람은 심판을 받고 두 번 태어난 사람은 하나님 나라의 영생을 얻는다고 말씀하셨다(요3:5).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포할 복음 즉 예수 복음은 코로나19로 죽은 자들을 모두 다시 살리실 하나님의 능력이 담겨 있고 첫 번째 부활만으로 영원한 생명을 받을 믿는 자들의 구원의 능력이다(고전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