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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에 머물러야 할 때

상담&치유-46

코로나19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격변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의 일상이 멈췄다.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달라지고 있고, 경제활동의 종류와 양상이 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돈을 번다는 사람과 돈을 잃는다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린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당연히 여겼던 것들이 불가능해졌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은 물론이고 집 밖에서 몰려 노는 아이 들의 고함소리, 웃음소리도 그쳤다.

하다못해 아프신 부모님을 방문하는 일도 금지됐다. 노환으로 몸이안 좋으셔서 요양원으로 가신다는 집사님의 전화가 마지막이 됐다.

 

 

목회자로서 심방도 심지어는 장례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교회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도, 나가서 전도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다. 사람에게 너무나 자연스러 웠던 삶의 모습들이 다 멈추어 섰다. 그리고 언제 이 사태가 종식될 지는 기약이 없다.

 

 

모든 것에 쉼표가 붙여졌을 때 우리는 갑작스러운 정지의 순간 앞에 선다. 여태껏 해오던 일들도, 숨가쁘게 달려가던 삶도 멈추어 섰을때 당혹감과 혼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알코올 중독이 몇십 년째 계속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 빈 잔에 대체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지로부터 시작된 황당함이 조금씩 수그러들면서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쉼표라는 삶의 여백에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하기(Doing)’에서 멈췄을 때 남는 것은 (Being)’이다. 그저 가만히 있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때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 자신이다. 어느 순간 닥쳐온 정지의 순간에 홀로 덜렁 남겨진 자신을 마주하기를 거부했던 한 내담자가 떠오른다. 온 가족이 자살이나 살해로 죽음을 맞았던 가정에서 자라 혼자 남겨졌다.

 

희망을 걸었던 남편과의 관계는 외도와 이혼으로 끝이 났고,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죽도록 일했다.

하지만 장성한 아이들이 자신의 품을 떠나면서 덜 바빠지기 시작한 시간들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알지 못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 못드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뭘 새롭게 시도하기에 어정쩡한 50 대 후반의 나이에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해고됐다.

 

모 든 것 이 멈추어 선 지점에서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약과 술을 함께 삼켰다. 병원에서 퇴원해 상담소로 온 그녀는 마치 머리도 가슴도 텅 빈 사람처럼 어떤 질문에도 잘 모르겠어요만 반복했다.

 

딸도, 엄마도, 직장인도 아닌 자기 자신 그 자체를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놓아버렸던 순간에도 자신을 놓지 않으신 하나님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삶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다시 찾아갔다. 분주함을 핑계로 한편에 안 보이게 치워 뒀던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멈춤은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넣지만, 그 안에서 진짜를 찾도록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남아있는 진짜 내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를 마주하게 한다. 가만히 있을 때 내가 하는 일이 아닌 나 자신을 보게 된다.

Doing이 아닌 Being으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우리는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어 부끄럽다. 내가 대체 뭐 하고 살았나 싶다. 그런데 숨 가쁜 달리기가 멈춘 잠잠한 중에 의외의 목소리를 듣는다.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셨다고 말씀하신다(1:5).

주님이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3:17)는 잔잔한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한다. 주님 안에서 Being만으로 충분함을 알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그다음이 보인다. 교회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제한되기 시작했을 때 그 존재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를 직시하게 된다. 어딘가 도달하려는 달리기를 멈췄을 때, 빛으로 지음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교회의 의미는 더 강해진다. 뭔가를 해내는 것보다 존재 자체가 살아감 자체가 훨씬 중요함을 깨닫는다. 교회가 무엇인지 알면 그다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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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차 선관위, 총회 의장단 후보 출정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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