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남짓 계속되면서 지구촌 곳곳의 삶의 환경과 제도 등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다. 교회의 생태 환경도 완전히 새로 거듭나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면 예배 사역은 정부의 방역지침과 사회의 따가운 시선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야말로 교회는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교회들이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지구촌교회는 천재지변이나 재난, 전쟁 등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지침을 갖고 있어 담임목사부터 새 신자 가정에 이르기까지 지침서에 따라 이를 삶에서 실천하고 있다. 삶의 적용은 결국 흩어지는 교회 사역이라 말할 수 있다. 최성은 목사는 교회가 먼저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교회 모든 성도들에게 공지해 코로나 방역지침을 지켜나갔다.

그리고 예배를 비롯해 교회 행정에 관한 전체적인 사역을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전환한 뒤, 2020년 사회와 교단, 전 세계 선교사 가정에 대한 눈에 띄는 감동적인 섬김과 헌신의 사역을 감당해 왔다. 이에 본지는 새해를 맞아 최성은 목사를 만나 코로나 시대 교회의 사명과 교회 사역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21년 새해를 맞아 전국교회와 목회 동역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십니다. 이는 교회에도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여겨집니다. 힘든 환경 가운데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역사를 주관하시고 이끌어가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면서 목회에 전념하시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격려를 드립니다. 무엇보다도 어렵지만 새해 주님께서 주신 놀라운 축복으로 승리하시기를 계속 기도하겠습니다.”

◇ 지구촌교회 3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지 벌써 1년 반이 돼 갑니다. 이 기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그리스도인과 목회자들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도전과 고난의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목사님의 교회 사역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부임 첫 6개월은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기대가 넘쳤던 시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24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전도와 예배 등 모든 교회 사역의 시간들이 마치 신혼생활처럼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나오고 2월부터 심각해지면서 비대면 사역이라는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에 직면했습니다. 지구촌교회는 이 위기와 도전 속에서 고린도전서 2장 1~5절의 말씀을 중심으로 교회의 3가지 본질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를 선포하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라 △어떤 상황 속에서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라 등을 지키며 이를 담을 수 있는 8가지 변화-1. 사탄에게 양보한 가상공간을 탈환하라 2. 모든 목회 시스템을 소그룹으로 전환하라 3. 소그룹 모임보다 더 작은 단위인 가정 사역을 든든히 하라 4. 주일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5. 이웃과 소통하고 연대하라 6. 대사회적인 사역과 복음 전도가 함께 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라 7. 중보기도 사역이 교회의 영적 뿌리가 되게 하라 8. 세 가지 목회의 본질에 목숨을 걸라-가 필요함을 공유했습니다.

이를 교회가 ‘3·8전략’이라고 이름 붙이면서 코로나19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교회는 이 사역에 목숨을 걸고 수정하고 보완을 거치면서 모든 사역자들과 성도들이 함께 코로나19를 건강하게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 이민 목회 등 미주 목회의 경험을 간략하게 말씀해주시고 미남침례교회와 지구촌교 회의 협력 목회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1995년 미국으로 도미해 대학원과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미남침례회(SBC) 국내선교회에서 개척 훈련을 받고 개척 선교사로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협력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홈리스 사역과 다문화 사역, 장학사역, 6·25참전용사 사역, 오병이어 구제사역, 교회 전략개척 등 교회가 지역복음화를 비롯해 나눔과 헌신 사역을 전개하며 연합과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담임목사로 섬겼던 타코마제일침례교회는 서북미주총회에서 가장 큰 교회로 지역교회에서 가장 많은 협동비를 냈습니다. 이는 교회가 돋보이고 싶어하거나 잘나서가 아닌 교회 협력과 연합의 힘을 알기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재작년 11월 미국 남침례회 해외선교회(IMB)를 방문하고 IMB 폴 칫우드 총재를 비롯해 IMB관계자와 SBC관계자들과 함께 세계 선교를 향한 한국교회와 미국교회의 연대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작년에 한국 총회와 함께 다양한 목회 선교 사역이 이뤄졌을 것입니다.

특별히 IMB의 핸즈온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직접 선교 동역 훈련에 참여하는 과정인데 재정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선교를 경험할 수 있어 지구촌교회 젊은이들에게 좋은 동기가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가 진정된다면 다시 추진 가능한 사역일 것입니다. 제가 미국 목회 사역을 통해 이뤄진 관계성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 침례교회의 가교 역할을 감당하려고 합니다. 교단 차원에서 향후 귀한 협력 모델이 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지구촌교회는 지역사회에 좋은 이웃으로 발 빠르게 섬겼습니다. 특히 지난해 적잖은 후원과 나눔을 실천해 큰 칭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사는 교회와 성도들은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사명에 대해 칭찬을 듣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럽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통해 교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껍데기 신앙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앞서 언급했던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일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의 영성을 공적인 영성으로 회복시켜야 할 때입니다. 얼마 전 세브란스 병원에서 말씀을 전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우리의 신앙 선배인 박형용 박사님이 신앙생활을 생활신앙이라고 강조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이는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강조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모이는 교회도 중요하지만 흩어지는 교회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흩어지는 교회가 됐지만 저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이미지가 코로나로 한층 더 심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귀하게 섬겼던 부분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 세기 전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지고 들어온 개신교가 병원을 비롯해 학교, 고아원, 양로원 등을 세우며 섬김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처참하게 무너진 침례교회를 미남침례회가 협력해서 다시 한국의 침례교회가 일어날 수 있었으며 또한 놀라운 성장까지 이뤄냈습니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교회의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돌봐야 할 때입니다.

지난해 지구촌교회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해 특별헌금 14억 원을 모으고 대구지역과 미자립교회, 해외 선교사 등 위기의 교회와 가정, 지역사회를 위해 전액 사용했습니다. 이는 어려운 시기에 하나님의 은혜라 생각합니다. 또한 코로나19로 대면 사역들이 어려워 헌혈 수급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피로회복’ 헌혈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저를 비롯해 교회 사역자, 장년, 청년들이 동참했습니다.

헌혈이 어려운 성도는 중보기도를 통해 함께 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피로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성탄절부터 부활절까지 교계 15개 대형교회뿐 아니라 지역의 교회들이 참여하는 연합운동으로 확장되어 교회별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리 침례교 총회도 박문수 총회장님을 중심으로 지난 1월 14일 ‘헌혈운동 발대식’을 갖고 침례교단 10만 성도 헌혈운동으로 이어지며 이 땅에 선한 마음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이 바로 오늘날의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여겨집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사역은 바로 기독교 세계관의 회복입니다.

과거 우리 세대는 복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뜨거워지고 감동이 먼저 왔습니다. 한국교회가 이 땅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울부짖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공감대를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아마 우리 목회자들이 제대로 말씀을 전하지 못하고 양육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교회에 오면 무엇을 가장 배우고 싶은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가장 많은 응답이 ‘기도’였고, 두 번째는 ‘말씀’이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영적인 갈급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은 복음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이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사역으로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이 소중한 가정 안에서 자녀 양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부모의 교육이 중요해졌습니다. 가정이 함께 말씀으로 세워지고 회복된다면 바로 교회 회복의 희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언론과 방역당국은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촌교회는 방역 당국이나 이웃 간에 방역문제와 관련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교회는 지금까지 방역당국이 요구한 이상의 방역지침을 수행하며 대처해 왔습니다. 지구촌교회도 매주 대응안내를 제작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성도들이 교회의 대응 지침에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동참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변경된 방역지침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임은 맞습니다. 교회에 대한 방역지침과 제한사항은 다른 시설물에 비해 차별적이며 불공평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교회의 형평성에 따라 보다 탄력적인 지침이 필요합니다. 교단 차원뿐만 아니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을 통해 한 목소리로 방역당 국에 우리의 명확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지구촌교회가 여러 지역에 채플이 있어 성남시와 용인시 등 지자체와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를 격려하고 기도해 주면서 코로나19 극복에 정부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교회도 함께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주고 있습니다.

교회 성도들도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부가 교회와 대립하는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코로나 블루로 국민들은 힘들고 어렵고 우울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지혜롭게 대응해 나간다면 성도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또한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국가와 교회가 한마음으로 위기상황을 잘 극복한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리라 믿습니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교회의 목회 환경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교회가 기도하며 준비해야 할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침례교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협동선교(CP)라고 말합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그렇게 배웠고 교회를 개척하고 매년 꾸준히 협동비를 납부하고 협동선교에 헌신해 왔습니다. 협동선 교를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침례교회가 수직적인 구조가 아닌 수평적인 구조입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함께 협력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힘을 실어주는 사역이 이뤄지는 것이 침례교회의 특징입니다.

저는 교단주의자는 아니지만 침례교가 가장 성경적인 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침례교 정체성이 성경적이고 마지막 시대적 소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많은 교단들과 교회들이 반성경적인 사상에 무너지고 갈라지면서 교회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성경적인 기준 즉, 교회의 본질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수많은 핍박과 고난 속에서 성경을 붙들고 무단히 선교와 복음증거를 하려고 애썼던 교단이기에 침례교의 독특성을 우리가 기억하고 이 전통과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 따라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과 능력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령님이 교회 지도자들에게 주시는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특별히 비대면 사역으로 전환되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가 바로 인터넷 등 가상공간의 사역입니다. 이 가상공간을 우리가 정복하고 다스려야 할 마지막 영적인 전쟁터라 생각합니다.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택에 머물거나 격리되어 있으면 하나같이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거나 인터넷의 홍수 속에 빠져 있습니다. 이 가상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대응하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대면 예배와 사역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비대면 사역의 플랫폼 또한 등한시해선 안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상공간과 영상 미디어가 ‘미전도종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놀라운 복음과 기적의 사역들이 지금도 펼쳐지고 있으며 앞으로 미래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목회 사역이 되리라 믿습니다.”

◇ 끝으로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 시대로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지금 특별히 대면 예배와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은 정말로 종말의 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미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아시고 우리에게 이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영적인 답을 주셨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교회는 초대교회 시절부터 고난과 핍박 가운데 이웃을 돌보고 복음을 전해오며 성장해 왔습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들은 주님의 십자가를 빛나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라고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포스트 코로나 이후 우리가 이 위기와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되돌아보며 교회가 이 땅의 희망이며 소망이었음을 고백했으면 좋겠습니다.”

대담=최성은 목사, 편집국장 최치영 목사

정리=이송우 취재부장

사진·영상=범영수 취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