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처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 일화 가운데 스승의 결혼생활을 잘 아는 제자가 결혼에 관하여 “꼭 결혼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결혼해라 악처를 만나면 철학자가 될 것이고, 좋은 아내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다. 둘 중에 하나이기에 결혼해라.” 그러자 힘든 삶을 아는 제자이기에 “선생님은 그런 악처를 왜 버리지 않고 함께 사시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소크 라테스의 대답이다.
“훌륭한 기수는 원래 사나운 말을 좋아하는 법이다. 내가 그것만 길들이면 세상에 못 할 것이 없다.” 어버이날 즈음에 지난해 천국에 가신 장모님을 보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부모님을 모신 곳에 가는 길이었다. 아내의 고향인 논산을 지나가다가 옛날 아내를 만나려고 새벽에 논산역을 찾아갔던 기억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그때 그랬는지 몰라.” 농담 삼아 던진 말에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나 혼자 주님께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랬어?” 투정 섞인 목소리에 “그 결과로 예쁜 두 딸을 선물로 받지 않았느냐?” 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내의 말대로 아내는 혼자 살았어도 자신의 일을 잘하며, 더 많은 일을 하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하며 살았을 것이다. 요사이 미혼(未婚)을 지나 비혼족(非婚族)이라는 유행을 만들어 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사랑을 하며 결혼을 해도 둘만을 생각하고 자녀나 가족이라는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결혼은 해도 자녀를 안 낳으려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라는 말까지 생기는 시대다. 그러나 결혼을 통해 부어주시는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 아버지를 바라볼 수 없다면 가정의 축복을 모른다.
세상을 창조하시며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하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가정을 통해 복을 주신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가정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를 느끼며 자녀의 마음을 깨닫게 하신다. 어버이 주일 아침 예배를 시작하며 ‘어머니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는데, 마침 근래에 부모님이 곁을 떠난 분들이 펑펑 눈물을 흘렸다.
곁에 안 계신 분을 생각하면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생각난다. 그것이 가까운 가족일수록 더욱 클 것이다. 목회자로서 장례식을 많이 다니다보니 장례식에 처음 보는 가족임에도 불효자인지 효자인지 쉽게 알아보게 된다. 예외도 있지만 초상집에서 큰소리치며 난리를 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제사를 지내거나 신앙이 없는 상갓집일수록 술을 치우고 상을 차린 것에 대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대부분 불효자이거나 고인이 살아 계실 때 속을 많이 섞인 사람이다. 살아 계실 때 물 한 그릇 드려본적 없었으면서 제삿장에는 과일이 어떻다느니, 고기가 없다느니 트집을 잡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며, 둘만의 행복만이 아니라 새로운 부모를 만나기도 하고, 자녀를 통해 새로운 세상 을 만나게 된다. 분명 전혀 모르던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것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아담을 깊게 잠들게 한 후에 돕는 배필을 만드신 것은 아닌가 생각 해본다. 깨어 있는 아담에게 여자를 선택하라고 하면 아마 결정도 못했을 것이다.
옛말에 눈에 무엇이 씌워져야 결혼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손수 그를 이끌어 오셨다. 잘났던 못났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리어 신랑에게 인계되는 모습은, 부부 사이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엮어 주신다는 것을 보여 주신 모습이다. 부부만이 아닌 부모와 자녀, 형제와 형제 사이에도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으면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십자가가 더하기 모양이듯 예수님의 십자가가 아니면 가정이 하나 될 수 없다. 가정만이 아니라 교회, 사회 모든 사람의 만남에서 십자가로 연결 되어질 때 하나가 될 수 있다. 거기에는 혼란과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분명 그 결과는 축복의 열매가 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며 가정에 수많은 바람이 불어도, 가정을 통한 축복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가정의 축복이 모든 가정 위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주님, 어떤 만남이든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셨음을 신뢰하므로 가정의 축복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김태용 목사 / 백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