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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눈 깜짝할 새에 달력이 어느덧 한 장만 남았다.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지 엊그제인 것만 같은데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올해도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모두들 코로나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특히 교회는 더욱 그럴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배의 핍박을 심각하게 받았다고 느꼈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혹자는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왜 교회가 욕을 얻어 먹어야하냐고 항변하지만 오해받고 핍박받는 것은 기독교인의 숙명이 아니겠는가? 차라리 그동안 너무도 평안히 신앙생활을 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한국교회는 그토록 2022년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정권이 바뀌면 예배가 회복되고 동성애라는 악의 세력이 물러날 것이며 교회는 다시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올해 대선도 어김없이 여러 목회자들이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만남을 가졌다. 그렇게 정권이 바뀌었지만 퀴어축제(동성애축제)는 어김없이 서울광장을 차지했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의 주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 저출산 문제도 그다지 호전되는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 물론 현장예배에 대한 제한이 풀린 점은 기뻐할 만한 일이다. 현장예배의 시작과 함께 교회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빈부격차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이지만 교회들의 임직식 소식 등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을 보니 이제 누가 뭐라해도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 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온라인 예배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이 현장예배에 오지 않는다고 아우성인 상황도 눈에 띄지만 말이다.


올해 한국교회의 큰 이슈는 포괄적차별금지법과 대선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앞서 이야기했으니 넘어가도록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태원 참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한국교회봉사단을 비롯한 많은 NGO단체들이 나서서 난민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자처했다. 우리교단을 비롯한 많은 교단들도 모금활동을 펼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되도록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국제적인 불행에 발 벗고 나서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니 여러모로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이슈 뿐만 아니라 미얀마를 비롯한 우리 기억에서 지워져버린 고통받는 이웃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은 올해 하반기를 잠식해버렸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으며 분노했다. 특이한 것은 세월호 참사 때와는 달리 일명 ‘교회발 망언’이라는 이슈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지금은 다른 메시지보다 추모하자는 주장들이 힘을 얻어서일지 아니면 학습효과에 따른 것인지는 지켜봐야하겠지만 교회들마다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이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흐름이 좋은 것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만약 목회자들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설교를 자신의 신념에 의해 자제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사회의 시류에 따랐다면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전해야 할 말씀을 전하지 못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는 문제이다. 2023년은 어떠한 일들이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에 있으니 긍정적인 교회들의 기지개와 함께 더욱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부디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 가운데 우리가 성경 말씀이라는 기준을 잃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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