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집을 지키는 개들만이 주변의 차량에 반응하며 짖어대는 마을에 태양광 지붕을 올린 교회가 있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면 교회 마당을 지키는 개들이 손님을 반겨주고 교회 외부 스피커에서는 찬양과 함께 방문자를 환영해준다.
어느 덧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나온 죽림교회 김일하 목사는 스마트폰 하나로 교회의 음향을 컨트롤하며 기자를 맞이했다.
김 목사는 “나와 아내가 거의 교회에서 생활하고 있기에 모든 시설을 스마트화 시킨 상태이다. 새벽예배 시간이 되면 알아서 교회 본당의 불이 켜지고 전기 난방기가 돌아간다. 이른 새벽 은은한 새벽공기에 맞춰 반주기의 찬양이 시간에 따라 흘러나온다. 대부분의 전기 제품이기 때문에 전기료가 걱정되지만 우리의 든든한 태양광 전기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교회 지붕도 사역을 위해 쓰여진다
죽림교회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들이 설치돼 있다. 태양광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생산된 전력을 교회에서 사용하고 한국전력에 판매한다. 정부 보조를 받고 설치했지만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김일하 목사도 울릉도 출신으로 경북 포항과 충남 서산에서 23년을 사역하고 7년 전에 죽림교회로 부임했다. 워낙 오래된 교회 건물과 사택이나 친교실도 변변치 않았고 교회 마당은 비포장으로 비가 오면 진창이 되기 십상이었다. 화장실조차 편하게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김일하 목사는 교회가 깨끗하고 정갈해야 교회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해 대대적인 환경개선에 들어갔다.
교회가 점점 바뀌기 시작하고 교회의 부족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묘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묘책으로 사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광으로 발전하며 사택의 전기를 절약해보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당연히 전기 사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택의 전기 비용은 현재까지 0원을 기록하고 있다.
설치에 부담은 가지만 정부 혜택을 받고 상환 기간을 조정하면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판매도 할 수 있게 되면서 교회 재정에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년의 시험 기간을 거치고 교회 지붕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34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설치한 죽림교회 태양광 패널은 10년 동안 설치 비용을 상환하며 10년 이후에는 생산된 전기 비용은 교회의 재정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정된 교회 수입이 발생하면 재정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외부에도 지원을 받지 않을 정도로 자립이 가능한 상황을 조성했다.
김일하 목사는 “시골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염려는 성도수의 감소와 재정난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현실적으로 이 지역은 개발이 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인구감소가 이뤄지는 곳이기에 언젠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겠지만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회의 재정 부담을 줄여주고 성도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교회를 세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성도 돌봄 사역 맞춤으로 이뤄져
죽림교회 성도들 대부분은 고령이다. 김일하 목사는 혹시 교회에 온 성도들이 갑작스럽게 아프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길 때를 대비해 교회에 우황청심환을 비롯해 다양한 비상상비약을 교회 곳곳에 비치했다. 언제라도 성도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들 농사일로 피곤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는 성도들에게 교회는 편한 안식처이며 휴식처를 주고 있다.
김일하 목사는 “일상의 삶이 쉽지 않은 이들에게 신앙생활이 강요나 강제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성도들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성도들이 힘든 삶을 말씀으로 위로하고 기도해주며 축복해주는 것이 목사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일하 목사는 성도들에게 말씀의 양식도 채우면서 육신의 양식도 풍성하게 베풀었다. 교회에서 동네분들과 함께 키운 닭으로 닭죽을 만들어 마을 어르신 50여 명을 대접했다. 김 목사는 교회에서 붕어빵이나 팝콘, 핸드드립 커피 등을 만들어서 일하는 성도들을 찾아 위로하고 격려하며 집에 머물고 있는 성도들을 심방하고 교회 인근에 믿지 않는 가정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는 항상 퍼주고 나누는 곳이다. 계속 움켜쥐고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성도들도 이기적인 사람밖에 되지 않는다. 나누는 것, 이웃을 생각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교회가 아직은 부족하지만 최대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추수감사절에는 전교인들이 고운 한복이나 좋은 옷을 입고 와서 단체로 기념 사진을 촬영한다. 부임 이후 매년 빠지지 않고 성도들의 모습을 담으며 죽림교회의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있다. 이외에도 설 명절에 고향을 찾아온 가족이 있으면 그 중에 한 가족이 특송을 부르며 명절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아울러 주일 낮 12시는 대천농아인교회에 예배당을 무상으로 대여해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성도를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면서 특별히 김 목사는 기도의 중요성을 많이 경험했다. 기도의 힘을 알기에 중보기도를 통해 기도에 대한 응답이 이뤄지고 실제로 치유의 역사, 회복의 역사를 경험했다. 담도암 말기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동료 목회자를 위해 중보기도할 때 무려 1년 8개월 동안 연명할 수 있었다.
목디스크로 수십년을 고생했던 성도는 안해 본 치료가 없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결국 김 목사의 안수기도로 치료받았으며 김 목사 본인도 35년 동안 B형 간염이 중보기도로 완치되는 역사를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목사는 하나님의 역사이며 인도하심이라고 믿고 있다.
김일하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죽림교회에서 행복한 목회, 스마트한 목회, 치유와 회복이 일어나는 목회를 꿈꾸며 매일 매일 기도의 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76년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죽림교회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보령=이송우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