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 청소년 자살 사망률의 절대적인 수치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청소년 자살의 증가 추세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빠른데다 이른바 ‘자살예비군’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적신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아동, 청소년(10~19세)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5.5명으로 60~70대(50.1~84.4명) 고령층은 물론 30~40대(30.5~34명) 장년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자살 이유 역시 성적 비관과 가정불화, 우울증, 학교 폭력 등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원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경찰청 경찰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0년 10~20세 인구의 자살원인은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가 28.0%로 가장 높았고, 남여문제(12.7%), 가정문제(12.4%)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자살의 원인이 개인적인 문제로 분석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살의 문제는 결코 가벼이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장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은 청소년 자살의 증가 추세라 할 것이다.
지난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펴낸 연구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 31개국 아동 청소년 (10~24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000년 7.7명에서 2010년 6.5명으로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6.4명에서 약 1.4배 증가했다.
2000년, OECD국가 중 18위 수준이던 수치가 2010년에는 5위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서도 지난 2003년 10대 자살자 수는 약 82명인데 반해 2011년 한 해 동안 4.5배가 넘는 약 37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른바 ‘자살예비군’으로 불리는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청소년교육복지과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생의 20%, 많게는 50~60%가 자살을 떠올려본 적 있는 응답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폭력에서 노출된다거나 성적이 떨어지는 등의 스트레스 요인이 발생할 경우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 자살이 주변 또래집단에 쉽게 전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유명인의 자살 후 자살자가 급증하는 ‘베르테르 효과’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연령대도 바로 청소년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발생한 대구 청소년들의 자살사건이다. 2011년 겨울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한 권모 군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총 11명의 사망자를 낳은 비극적인 사건이다.
사망자 11명의 자살 수단은 모두 투신이었고 유서의 작성 형태가 비슷한 경우도 다수 발견됐다. 학교폭력 등 비슷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던 학생들이 권 군의 사례를 하나의 해결 방법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청소년 자살은 적절한 조기 개입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사회적 관심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청소년 자살은 특정한 촉발 사고에 의해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고 특정 시기를 잘 넘기게 도와준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고위험 청소년들에 대한 적절한 조기개입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청소년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접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청소년들에게 계속 보여주고, 알려주고, 가르쳐줘야 한다.
청소년 스스로가 순간의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어떤 문제가 이들을 아프게 하고 자살을 생각하게끔 만드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교회와 목회자들 또한 청소년들의 방황이나 생명을 경시해 스스로 버리는 것을 방관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생활을 철저히 할 수 있는 성경프로그램과 영성으로 생명을 귀중히 여길 수 있도록 신앙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