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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럴 수가!

교정목회이야기 - 4
최만준 목사
천안서머나교회

어느 해, 초 겨울쯤으로 생각난다.


“퍼버벅, 쨍그렁”


교도소 안 교무과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뒤에서 문제 수용자가 상담실 거울을 깨고, 교도관을 폭행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버젓이 내 눈앞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수용자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는 데도 그 손으로 의자를 던지고 머리를 벽에 부딪히며 자해를 시도한다. 순간, 비상벨이 울리고 보안과 직원들이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와 온몸에 피로 범벅이 된 그 수용자를 제압하고 곧바로 수갑을 채워 일단락 마무리 된 듯 했다.


세상에 알고보니 그 수용자는 나에게 복음을 전해 듣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했던 형제였고 나에게 가죽 성경을 선물로 받았던 수용자였다. 그런 그가 왜 이렇게 난동을 부리며 직원을 폭행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 수용자가 있는 독방을 찾아가 상담실로 데리고 왔다. 왜 그랬냐고 물었다.


침묵이 흐린다. 입을 열지 않는다. 겨우 따스한 차 한잔에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기독교 집회에 이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선물 받은 성경책은 찢어 버린 지 이미 오래됐다고 미안한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전과 6범에 오갈데도 없는 수용자였다. 벌써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이 14년이었다. 어린 소년수 시절까지 합하면 별이 10개가 넘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형제였다.


때론 영치금도 넣어주고 나름 사랑을 쏟았던 그가 갑자기 돌연 변한 것이다. 그때 나이가 40대 초반으로 기억된다. 


나의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졌던 그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어찌 알고 찾아 왔냐고 물으니 인터넷을 검색해 찾았다고 한다. 꼭 보고 싶었다고 한 번은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놀라운 일이다. 꼴통, 문제수,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 않던 그에게 인간적으로 찾아가 작은 사랑의 손을 내민 것뿐인데 그 형제는 늦은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당근이지요. “제 마누라는 권사인데 저와 함께 성가대로 봉사하고 있고요. 아들, 딸은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어요.”


하얀 스포츠 머리에, 문득 세월의 빠름을 느끼면서 나는 그 형제를 벌써 잊고 있었는데 그 형제는 예순이 넘는 나이에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을 얼마나 기쁘게 보실까 생각하니 감사, 또 감사. 다시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주의 사랑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전해야 됨을 느끼는 가슴 벅찬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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