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유 혹 (2)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8
김진혁 목사 뿌리교회


이 분위기는 제가 선배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3학년 졸업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졸업을 하고 떠난 사람이라도 흑석동 건일이 형의 존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3학년 수능시험을 몇 주 앞둔 어느 날 이었습니다. 위의 선배라는 사람을 한 명 데리고 건일이형이 학교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진혁아, 잘 지냈냐, 인사드려라 동석이(가명)형이다.”


덩치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 학교 선배님이시기도 하다.”

“네.”

“일단 어디로 가자.”


동석이형은 이미 술이 좀 취해 있었는데, 학교 앞 도로에서 제 교복을 벗어 달라더니 자기 바지까지 다 벗어서 저에게 던져줍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팬티 한 장 걸친 채 옷을 갈아입고, 형들이 안내하는 지하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야! 얌마!! 거기 교복 어디가!” 


화장실 쪽에서 나오던 사장님이 우리를 불러 세웁니다.


“사장님 저에요, 동석이” 


“동석이 왔는가? 이게 뭐여 깜짝 놀랐네.”


조그만 밀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이미 술이고 뭐고 다 세팅이 되어 있고, 제 자리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진혁이라고 했냐? 한 잔 받아라.”


옆에 있던 건일이 형이 양주잔을 하나 들어 저에게 주며 말을 잇습니다.


“형하고 같이 일 좀 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일을 맡길 사람이 너 밖에 없다.”


신학교를 들어가기로 결정한 저에게 첫 번째 유혹이 찾아왔습니다. 당시에 제법 유명한 방배동 모 나이트 클럽으로 들어가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동석이 형이 시키는 대로 건일이 형과 같이 다니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보수도 좋고 방도 내준다니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형, 죄송합니다.”

“뭐가?”
“저, 신학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럼, 신부나 목사 그런 거 되는 거 말하는 거냐? 건일아, 나가서 우유 사와라.”


천하의 건일이 형이, 저 때문에 당장에 뛰어나가 서울우유 500mm 1개를 사옵니다. 


“너 공부는 잘하냐?”

“아닌데요.”
“그럼, 붙을 수 있겠어?” “한 번 해 봐야지요.”
“그래? 형이 미안하다. 그런데 내가 너를 정말 아낀다는 것만은 알아둬라. 그래서 함께 하고 싶었던 거다. 근데 말이다. 형하고 약속하나만 하자. 신학굔지 뭔지 떨어지면 형한테 온다고 약속해라. 그러면 보내줄게.” “예, 알겠습니다. 거기만 넣어보고 안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심기가 불편한 동석이 형을 앞에 두고 난리칠 만도 한데, 얼른 수습하고 저를 그 자리에서 빼줬습니다. 이후로도 어떻게 저를 찾아왔는지 누구 때문인지 모르지만 두 번의 유혹이 더 있었습니다.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들이 그동안 소홀히 한 공부에 집중할 요량으로 들어가 있는 고시원까지 찾아와, ‘운동 좀 하다가 가게 하나만 지키면 오피스텔에 아가씨 하나 붙여주겠다’는 것과 청량리에서 왔다고 ‘생활비는 걱정말고 아가씨 셋만 맡아 관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건일이 형과 마찬가지로, 전부 ‘신학교에 간다’는 이야기로 물리쳤으나, 아무래도 건일이형과의 약속이 신경 쓰였습니다. 그 제안도 솔깃했을 뿐더러 제가 신학교를 들어갈 수 있을지도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건일이 형과의 만남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신학교에 들어가고 지금까지 28년 동안 한 번도 만나 보지는 못했으나 군에 다녀온 뒤에 고등학교 동기를 통해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건일이형, OO동에서 애들 데리고 사채 한다던데?”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신학교에 간다는 저를 ‘미안하다’는 말로 보내줬던 형이 정말 저를 아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만에 찾아와 후배의 앞길을 막지 않았던 그 마음이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목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뻐할 것이 분명한데, 언젠가 우연으로라도 만나면 그 날의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배너

총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