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114차 정기총회가 2박 3일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회했다. 침례교단 역사상 초유의 직무대행 체제의 회기였기에 대의원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교단의 안정과 정상화를 기대하며 참석했던 총회였다. 이유야 어찌됐든 우여곡절을 겪었던 의장단 선거는 끝내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하고 임시총회를 통해 총회 의장단을 선출하게 됐다. 이 혼란 속에서도 지난 5년간 총회 행정 책임자로 교단 사역을 이끌어온 김일엽 총무는 다시 대의원들의 신임을 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114차 정선총회에서 대의원들의 관심을 모았던 한국침례신학대학교(총장 피영민)와 총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차성회 목사)의 사역 보고는 신안건으로 미뤄 보고를 받은 결과, 한국침례신학원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문용철 목사)의 조사보고는 결국 폐기됐다. 지난 113차 정기총회에서도 당시 신학교 조사위원회의 보고가 채택되지 못하고 재조사를 진행했지만 그 결과 또한 폐기로 마무리됐다.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여러 문제들을 제기했지만 결의로 이뤄지지 못해 앞으로도 신학교 문제는 교단 전체가 짊어져야 할 공통의 과제로 남게 됐다. 차기 총회 의장단이 임시총회 선거로 결정되고 이후 신학교 이사를 파송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지만 그동안의 이사회 파행과 또 다시 관선이사 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불씨를 안게 된 상황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교단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 정기총회는 폐회했지만 주요 결의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다. 총회 의장단 선거를 위한 임시총회를 위한 의장단 선출 공고, 의장단 선출과 한국침례신학원 이사 파송을 위한 임시총회 공고를 준비해야 한다. 일련의 일들이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아 움직일 수 있도록 대의원들도 정기총회보다 더 관심있게 총회와 선관위를 지켜보고 규약과 정관, 내규에 반하는 일들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침례교단을 대표하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대의원들의 뜻과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극단적인 문제 제기와 갈등, 비판보다는 상호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각각의 제안들을 귀담아 듣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정선총회를 계기로 교단 지도부가 대의원들에게 정쟁이 아닌 협동사업에 더욱 성숙하게 대처하고 응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2박 3일의 정선총회가 가진 아쉬움은 둘째날 의장단 및 총무 선거 이후 대다수의 대의원들이 교회 사역으로 마지막까지 정기총회를 행사장을 지키지 못한 부분이다. 정기총회 3일차는 200여 명도 채 되지 않은 대의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 가운데 대부분의 기관보고와 위원회 보고를 문서로 받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대의원들에게 되묻고 싶다. 적어도 지난 1년 회기 동안 각 기관과 위원회가 본연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사역이 전개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며 지난 1년 간 수고한 기관과 위원회를 격려하고 지속가능한 사역들을 발굴해 내는 것도 정기총회에서 이뤄져야 했었기 때문이다.
우리교단이 계속해서 사업총회를 추구하고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우리에게 2박 3일은 너무나 짧고 선거 중심 정기총회의 한계를 계속해서 경험한다. 앞으로 이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