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일 늦은 밤의 비상계엄과 6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은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충격의 시간이었다.
이 나라의 국민이 이렇게까지 분열되고 대립하며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목회자와 교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10·26 사건으로 1979년 10월 27일에 내려진 계엄령 이후 45년 만에 일어난 이번 일에 대해 교회는 어떤 관점으로 이 사건을 바라봐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의 책임, 누구의 과오, 정파 갈등을 넘어 나라의 아픔과 고통을 위해 우리 모두가 분연히 일어서 더욱더 간절히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임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이후 한국교회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에서는 관련 시국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비상계엄 선포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라의 화합과 국론분열을 억제하며 나라가 하루 속히 안정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 위기의 나라에서 어떤 선택을 하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과감하게 물어야 한다. 내수 경제의 위기는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대출규제, 고금리로 서민 경제는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처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세계 경제 침체까지 일어나며 우리의 삶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혼란을 자초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교회는 정치와 분리돼야 함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또한 역사를 통해 종교국가의 교훈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 나라의 위정자들과 지도자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있는 정책과 국가 운영을 맡기는 것이 국민이 부여한 주권이다. 나라의 운영은 한 개인의 권력이나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음을 기억하며 현 상황의 대혼란을 하루 속히 수습하고 국가 운영과 경제가 안정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교회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기를 원한다.
하나님과 이 나라와 국민을 존중하고 믿을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지 못함을 우리는 회개해야 한다. 국가의 운영을 개인의 이익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뤄진 일들을 방관하고 덮어둔 것을 회개해야 한다. 정치적 갈등과 대립의 갈등이 교회까지 넘어와 교회에서도, 목회자에서도 그 갈등과 분열이 이어져 온 것을 회개해야 한다. 한 영혼을 사랑하고 한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한 영혼 또한 용서해야 복음의 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비난과 가짜뉴스, 이념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며 앞장섰던 우리 스스로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혼란은 마치 민족의 지도자인 사사를 잃고 불순종의 길은 걸었던 이스라엘 민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스바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모아 죄를 자복하고 회개운동을 일으켰던 에벤에셀의 하나님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나아갈 때이다. 2024년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모든 갈등이 종식되며 갈등의 골은 메워지고 아픔의 상처가 치유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