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낮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주제별 전체회의는 3,000여명의 성직자와 신도들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 WCC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종교다원주의에 있다할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WCC 부산총회를 반대하는 이유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WCC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개신교회와 정교회를 대표하는 340여개 교단이 소속돼 있어 다양한 신학노선이 공존하고 있으며, 이들은 협력과 화합을 위한 목적으로 타 종교와의 대화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 교단들은 WCC는 구원에 이르는 길이 다양함을 인정하는 종교단원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교회 정체성과 맞지 않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삼환(명성) WCC유치위원장과 박종화(경동) 부위원장은 WCC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975년 제4차 나이로비 총회에서 타종교와의 대화를 부르짖으며 종교혼합주의 경향을 나타내더니 1983년 밴쿠버 총회는 힌두교, 불교, 유태교, 이슬람교, 시크교, 지도자들을 초청하여 공석에서 연설을 들었으며, 이 총회지도자들은 인디언 토템주상을 세우고 신학자들은 타종교의 예배의식에 참석했다.
이 총회는 “우리는 우리가 증거 하는 예수의 탄생, 생애, 죽음, 부활의 독특성을 주장하는 한편, 다른 신앙인들의 종교적 진리 추구에도 하나님의 창조적 사역이 있음”을 강조했다.
1990년 캔버라 총회를 준비한 대회 때는 “성령께서 교회와 인류사회,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체들과 우주만물에 내재해 계신다”고 선언했으며, 종교다원주의를 공식 표방한 바이마르 선언문(1990)을 발표한 직후에 모인 1991년 캔버라 총회는 또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의 대표자들을 초청, 그들과 함께 대화하며 종교다원주의를 통한 사회구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WCC가 선교의 목적, “인간화” 즉 선교의 영역을 지나치게 확대한 것은 문제이지만 선교가 영혼구원만 아니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운 점에서는 기여한 바가 크고 이것이 현재 한국교회에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교회론과 종교다원주의이다. WCC가 교회론에서 일치와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는 이유는 새로운 세계의식 때문이라 하겠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후 인류는 인류의 공존에 대한 세계의식을 가지게 됐다. 그런 상황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1948년에 WCC가 양차대전이 시작됐던 유럽(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 전쟁, 자연환경에 대한 무차별적 난개발, 핵전쟁의 위기,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에 경제적 불의가 지속되는 상황 가운데 전 세계적 의식을 일깨우게 됐다.
따라서 인류의 생존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사는 것과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됐다. 이 점이 WCC가 교회 연합과 일치를 통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종교다원주의도 개신교만으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개신교, 정교회, 천주교 나아가 타종교까지 힘을 연합해서 해결하려는 시도 가운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런 점에서 종교다원주의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류의 공존과 조화를 위해 인간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이 핵심이다. 단 교회의 연합과 일치 그리고 타 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세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종교다원주의도 허용하게 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진리를 희생해 가면서 연합을 추구하거나 중보자인 그리스도 없이 화해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게다가 그리스도께서는 사람들을 연합시킬 뿐 아니라 또한 불가피하게 분리시킨다. 그리스도는 자신이 “화평”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검을 주러 왔다고 했다. 그래서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고 있기에 강력하게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