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위기가 다가 왔음을 직감하고 있다. 현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에는 대형 교단 신학대학에서 뿐만 아니라 중소교단 신학교와 몇 교회 있지도 않는데 교단을 창설한 군소교단 신학교가 무자격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렇게 과잉생산하다보니, 신학교를 졸업해도 갈 곳이 없고, 교회를 개척하자니 여러 가지로 조건이 맞지 않아 사역할 자리가 없다. 또한 낮엔 교회, 밤엔 대리운전을 이른바, “투잡”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0시에 식당으로 출근해 근무 오후 10시까지 12시간 일을 한다. 예배가 있는 수요일은 오후 8시 퇴근해 예배를 인도하고, 금요일 예배는 목사부인이 인도한다고 한다. 주일은 온전히 교회 예배와 사역을 한다.
그리고 어떤 목회자는 밤엔 대리운전 기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새벽엔 물류회사 하역, 우유, 녹즙 배달원 그리고 낮엔 목회자(목사),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이 같은 현실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가 목회자 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밝혀졌다.
조 교수는 이메일과 페이스 북, 그리고 전화설문을 통해, 모두 904명의 목회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주제는 목회자의 겸직, 목회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실태조사는 처음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월 사례비 기준으로 120만~180만원이 18.9%, 80만원 미만이 16%, 받지 않는다는 경우도 15%에 이르렀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월 163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66.7%나 됐다. 전국 교회의 80% 정도가 미자립 상태이고, 목회자 대부분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은 그동안에도 더러 알려진 사실이지만 목회자들이 생활비, 자녀 교육비를 벌기 위해 대리기사, 퀵서비스, 아르바이트까지 한다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앞에 알려진 직업 외에도 주유소 주유원, 과외 강사 등도 있다. 조 교수는 목회와 다른 직업을 병행하는 이 중 5명을 심층 인터뷰했는데, 물론 교회가 중요하지만 가정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가정이 무너지고 교회가 세워진다? 그것은 반대한다고도 한다. 부업을 가진 목회자들은 “좋은 점도 있다”고 답했다. 노동하며 돈 벌어 교회에 헌금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 같은 근본 원인은 교인 수는 그대로이거나 줄고 있는데, 목회자는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교세확장과 과시를 위해 목회자를 양산해온 각 교단이 이제는 신학대학원을 통해 배출하는 목회자의 수를 조정할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와 같이 목회하기 어려운 시점을 맞아 각 교단에서는 신학대학원의 과잉 양산을 줄여야 할 때가 됐다.
확실한 소명감도 없는 사람을 선발하여 무자격 목회자를 양산해서는 안 된다. 교회확장도 필요하지만 복음을 위해 생명을 걸고 목회 할 수 있는 소명감에 투철한 자를 선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어촌 교회에서 생활비 걱정하고. 자녀 교육비 때문에 고민하면서 목회에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목회자들을 돕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도시의 큰 교회들은 문어발식 교회를 확장하는 것보다 농촌교회를 부흥시키고, 목회자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 총회도 미 자립교회를 살리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회가 부흥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목회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하다.
예를 들면, 도시교회와 농촌교회 자매결연 맺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연구해 보아야 한다. 농어촌 교회가 건학하게 성장하고, 목회자들이 생활비, 자녀 교육비 때문에 목회에 지장을 갖지 않도록 하면 도시교회도 농촌교회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