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위기는 곧 선교지와 선교사들에게도 크나큰 위기이자 고난의 시간을 말합니다. 선교지의 위기는 한국교회의 위기 이상으로 하나님의 복된 소식 자체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상황입니다. 한국교회의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있지만 우리의 선교는 칠흑같은 밤의 밝은 별이 되고 싶습니다. 어두움과 두려움에 떠는 많은 이들이 별을 보고 안심하고 빛으로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바로 그 별이 침례교 해외선교회이기를 소망합니다.”
제4대 침례교 해외선교회(회장 이재경, FMB)로 전세계 670여 명의 선교사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김형윤 목사(서울제일)는 위기의 한국교회와 선교 사역에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특별히 제2대 이사장인 고 한기만 목사의 2주기 날인 지난 1월 29일 서울제일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김형윤 목사는 과거 해외선교회를 창립하고 함께 걸어온 선배 목회자와 동역자를 회고하며 세계 선교를 향한 꿈과 비전을 거침없이 제시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뿌리없는 나무 없듯 침례교 선교의 뿌리는 개교회
침례교 선교는 도전적이고 항상 적극적인 마인드를 꼽는다. 개교회의 후원과 협력을 통해 파송된 선교사들은 무엇보다 선교지의 환경에 녹아들기 위해 언어, 문화 등 선결 과제를 먼저 준비하게 된다. 또한 세계선교훈련원(WMTC) 등을 통해 선교적 목회의 사명을 고취시키고 다양한 분야의 목회 사역을 경험하고 자신의 선교지에 맞는 사역을 준비하게 된다.
이런 기간은 적게는 1~2년 많게는 3년 이상 소요되기에 파송한 교회의 중장기적인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김형윤 목사도 ‘한 번 선교 후원은 영원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현재 교회 재정의 30%를 선교 사역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 또한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음을 토로했다.
“제가 서울제일교회로 부임할 당시,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교회 재정의 50%를 세계선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시 교회는 교단의 역사와 전통을 품고 4명의 교단 총회장을 배출한 교회였습니다. 선교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기에는 적잖은 도전이었습니다. 더욱이 새로 부임하는 목회자가 교회 재정의 절반을 선교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에 모두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성도들에게 선교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우리의 복음 사명을 나누면서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났습니다. 아직은 50%에 미치지 못하지만 교회 재정의 상당부분이 선교 후원에 지원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내 나라별 공동체 목장에서도 개별적으로 선교사들을 기도와 물질로 돕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주님의 말씀대로 “증인된 삶”을 성도들이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바로 자신의 명예와 영광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개교회가 선교의 자원을 모으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은혜를 받기만 하는 교회가 아닌 은혜를 널리 주고 나눠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선교회 이사장으로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를 꼽는 것이 바로 개교회의 협력이다. 그는 선교사들의 개교회 후원이 끊어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무너지는 아픔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해외선교회 본부에서 제대로 행정이나 재정 집행을 못해줘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엔진을 움직이는 톱니바퀴 중에 이 하나가 마모되거나 부러지면 엔진이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듯이 해외선교회도 개교회와 본부, 선교지의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해외선교회 본부에 대한 오해들이 참 많습니다. 선교비에서 행정비를 너무 많이 뗀다고 합니다. 참고로 타교단 선교회에서는 10%를 본부 행정비로 떼고 있습니다. 우리는 6%를 떼고 있습니다. 또한 목적헌금으로 들어온 헌금에 대해서는 1원도 본부에서 사용하는 일이 없습니다. 본부에서 일하는 선교사들도 최소의 행정비와 자신의 선교 후원으로 재정을 감당합니다. 본부팀들이 더 열정을 다해 움직여주면 좋겠지만 언제나 부딪히는 재정적인 한계에 이사들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개교회에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저희가 부유하거나 풍족한 것이 아닙니다. 단 돈 1원이라도 목숨 걸고 사명을 감당하는 선교지의 선교사들에게 보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첫 MK 세미나
올해 해외선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바로 선교사 자녀, MK(Missionary Kid)에 대한 사역이다. 과거 MK에 대한 인식은 최근 들어 현지 선교사들에게 현실의 절실함을 넘어 절박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모 교단 선교사 자녀 4명이 국내로 들어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은 우리에게 MK를 돌보고 이들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해외선교회는 오는 7월 11일 용인 포도나무교회(여주봉 목사)에서 3박 4일간 첫 MK 세미나를 연다. 120~130명의 MK를 초청할 계획인데 해외선교회 이사들의 헌신으로 준비하고 있다. 예산은 약 1억원. 이들이 고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모든 방법에 대한 경비와 체류비용 등 일체는 100% 후원으로 준비하고 있다.
“MK들은 부모의 선교사명에 떠밀려 선교지로 갑니다. 대부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으로 꿋꿋하게 성장하지만 개중에는 적응이 어려워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부모의 선교 사명을 이해하지 못해 신앙을 잃어버리는 이들, 부모의 사역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들이 가장 훌륭한 선교 자원임을 믿습니다. 이들을 돌보고 섬기는 이번 첫 사역에 후원교회와 동역교회의 헌신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아들 딸들을 위해 함께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선교 동역, 개교회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
최근 한국교회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무리한 교회 건축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회 재정 상태와 상황보다는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 인도하심을 내세워 보다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경쟁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교회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일정 부분의 교회당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 목적과 의미가 퇴색되거나 변질될 때, 교회는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될 수 밖에 없다.
김형윤 목사는 올해로 서울제일교회 부임 10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선교적 비전을 품기 위해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교회 목양 체제를 가정교회로 전환했다. 또한 목장은 하나의 선교지와 선교사, 또는 국내선교지를 정해 기도와 물질로 섬기고 있다.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 분이 세우신 곳입니다. 또한 명령하셨습니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제자를 삼으라하십니다. 그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며 목적입니다. 모든 교회들이 이 사명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천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교회들이 얼마나 됩니까? 우리 교회가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노력합니다. 치열하게 기도합니다. 헛되이 교회 재정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헌금이 들어오면 먼저 선교사들을 생각합니다. 복음 전도에 어려운 교회를 살펴봅니다. 분명히 하나님께서 그냥 주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 서울제일교회로 부임한 지, 10년이 되면서 귀한 결실들이 열매들이 맺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선교지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고 선교지에서 가장 필요한 기도와 물질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영광과 명예보다는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곳에 기쁨으로 드리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교회가 내세울 것 없다고 하지만 교회를 세우신 주님의 본질만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서울제일교회와 성도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가르치고 권면하기보단 더 낮아지고 섬기는 모습으로 세상의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을 자처하는 김형윤 목사. 감동을 주는 교회, 명예와 권위보단 더 무거운 멍에를 우리가 먼저 메고 섬겨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세계 곳곳에 선포될 것이라 확신하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 대담 정리 및 사진 =최치영 부국장, 이송우 부장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제일교회 부임초기, 김형윤 목사는 선교에 대한 사명과 본질을 강조하는 설교를 반복적으로 선포했다. 고령의 집사님 한 분이 이 설교를 듣고 마음에 큰 도전을 받고 결단을 하게 된다. 홀로 피붙이없이 단칸방에 살면서 15년동안 파출부로 일해 모은 돈을 캄보디아 한대희 선교사에게, 그리고 잠비아의 홍현기 선교사의 교회당 건축에 헌금한 것이다. 현재 96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교지에 대한 끊임없는 비전과 소망은 자신이 하나님 앞에 가기전 선교지에 세 번째 교회당 건축을 후원하고 싶다는 것.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월 40여 만원의 수입이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생명 걸고 사역하는 선교사들의 안위와 생활을 걱정하는 집사님. 김형윤 목사가 선교에 대한 소망과 비전,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이 집사님을 통해 보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