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종교는 성역이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감정과 맹종이 논리와 이성을 압도해 종교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종교를 비판하는 데 특별한 용기가 필요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말기를 맞이하고 있다.
집권 초기에 한국교회의 득세에 따른 다종교 질서의 붕괴를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을 무릎 꿇게 하고 대통령 하야 발언도 교계에서 서슴치 않게 나오곤 했다. 대표적인 교계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를 뽑는 선거는 금권 논란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권력 싸움이 벌어지면서 분열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을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더욱이 한국교회를 향하는 시선은 요즘 들어 더 서늘한 기운을 느낄 정도로 냉랭하다. 이에 맞춰 한국교회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권선거 물의를 일으킨 한기총의 해체를 요구하며 물신주의를 배격하려는 움직임이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교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물론 이들 단체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전부는 아닐지 모르지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단체나 일부 대형교회들의 금전적인 비리와 성적인 부패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기독교와 교회 지도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기독교인들까지도 교회와 지도자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사회의 어느 집단들보다도 더 강한 비난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기도한 것을 가지고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 모습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이 대통령이 기독교인인 만큼 무릎 꿇고 기도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외국 원수 등 다른 사람 앞에서 무릎 꿇은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절대자 앞에서 그렇게 한 것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 그것을 거부했다면 더 난감한 상황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인도한 목사가 분별없고 상식 없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런 식으로 기도하는 것은 기독교 정신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가장 많이 드러낸 지도자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인 대통령이라면 의식적으로라도 기독교인을 멀리 했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기독교인을 중직에 앉혔는데 그들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단순히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사람을 중용했다면 분명히 잘못된 인사일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이 기독교에 편을 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종교에 공평해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한국교회는 손해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특혜를 받았기 때문에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됐기에 피해를 봤다. 다만 손해를 봐야 기독교의 원래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손해를 본다 한들 기독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도록 하나님께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은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종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가 정치에 응하면 잘못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기독교 대표를 불러다 밥 먹이고 하니까 기독교인들이 서로 대표가 되고 싶어 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생겨나는지 부끄러워 견디기 어렵다. 여러 정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에 비해 적은 수이지만 의식적으로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신도는 많다.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독교인들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사람을 세워서는 안된다. 또한 편을 들어서 분열을 획책하는 망동을 해서도 안 된다. 공평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빛이 되고 소금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