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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과 침례교회

개신교회들을 비롯한 한국의 주요 그리스도교회들은 올해 초부터 마르틴 루터가 시작한 종교개혁의 배경부터 오늘날의 의미까지를 부여하는 기념 세미나와 각종 논문발표회 등을 앞 다투어 열어 오고 있다.
교회사를 전공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종교개혁은 진행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각 교단뿐만 아니라 평신도들 사이에서 종교개혁을 바라보는 시각차 또한 존재한다.


10월 31일은 ‘핼러윈 데이’가 아니라 ‘종교개혁일’이다. 1517년 이날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교회 성교회 정문에 95개의 논제를 게시했다.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이라는 슬로건아래 가톨릭교회의 개혁과 갱신을 외쳤던 500년 전 당시의 시대상황은 오늘의 개신교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 대다수가 오는 10월 29일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주일로 지킬 것이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교가 종교개혁주일을 기리는 것은 아니다. 침례교회는 가톨릭으로부터 모진 탄압과 박해를 당했고 종교 개혁가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았다.


대다수 침례교회는 종교개혁일과 종교개혁 주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의 침례교회는 종교개혁 주일을 전후에 가을 야유회나 온 교인 체육대회 등으로 성도들과 함께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류에서 기독교한국침례교역사신학회(회장 김승진 명예교수)와 침례교신학연구소(소장 남병두 교수)가 공동으로 지난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총회 강당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제 1차 논문발표회를 가졌다.


2차는 오는 10월 30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린다. 우리는 이번 논문발표회가 한국침례교회사에 정말 뜻깊은 행사였다고 본다. 이날 기독교한국침례교역사신학회장 김승진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주로 루터, 츠빙글리, 칼뱅 등 관료후원적 종교개혁가들의 관점에서만 16세기 종교개혁운동을 다루고 있다”고 밝힌 뒤, 그는 이번 논문발표회의 주제를 ‘자유교회 전통의 관점에서 본 종교개혁’으로 잡은 이유를 밝혔다.


김박사는 “성서적 아나뱁티스트들을 포함해 자유교회 전통 속에 있는 교회들이 종교권력과 국가권력으로부터 엄청난 핍박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그 명맥을 유지하며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며 “자유교회의 신앙과 신앙생활이 어떤 점을 강조해 왔는가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매우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총회장 유관재 목사는 종교개혁과 관련해 “루터의 종교개혁은 국가권력과 함께 했다. 츠빙글리도, 칼뱅도, 장로교회도 심지어 식민지 시절 미국교회의 시작도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침례교회는 국가권력과 함께 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기에 침례교회는 다른 교단처럼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신앙을 갖게 됐다. 복음적이면서 성경적일 뿐 아니라 예배가 살아있고 선교하는 교회가 될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 목사는 또 “과거 그 시작은 미약했던 침례교회가 앞으로 한국교회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며 “권위적이지 않고 자발적 회중정치의 시스템을 갖고 있는 침례교회가 이 시대 한국교회의 새로운 부흥을 견인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혼란하고 악한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정신은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성령의 역사를 통해 개인과 교회 그리고 사회가 변화된 것을 기억하고 위기에 처한 오늘의 한국교회를 침례교회가 앞장서 개혁·갱신해 주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