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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밖 해답을 찾아서

세속성자┃양희송 지음┃252쪽┃14000원┃북인더갭


저자의 전작 ‘가나안 성도’가 교회론의 입장에서 교회란 무엇이고 왜 성도들이 교회 밖으로 나갔는지에 대해 논했다면 ‘세속성자’는 가나안성도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에클레시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대표로 있는 청어람아카데미는 2013년부터 ‘가나안 성도’를 위한 수요예배가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세속성자 수요모임’을 진행해왔다. 책은 이 모임에서 함께 고민한 교회와 신앙, 삶의 문제들에 대한 결과물이다.


부제 ‘성문 밖으로 나아간 그리스도인들’은 주제를 더욱 명확히 한다. 저자는 세상 것(문화)은 악한 것이라며 거대한 장벽을 쌓고 게토화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지적하며 성문 밖으로 나아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권한다. 문을 잠그고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막 9:5)할 것이 아니라 성 밖으로 나가 지금 우리 모습을 성찰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가나안 성도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세속성자’란 표현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들의 존재를 나약한 패배자들이라고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답을 찾아 성문 밖으로 향하는 탐험가들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성도’가 아닌 ‘성자’란 단수형 표현도 참으로 색다르다. 책은 집단으로서의 성도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성자에 집중한다. 이는 피상적 교회론에서 비롯된 집단주의적 성향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신앙의 개인성이 부각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성도를 담고 있던 기존의 그릇이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울타리 바깥으로 내팽개쳐진 개인들이 등장했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혹자는 교회를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부정한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면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책은 교회를 가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다른 교회를 찾아가라”는 제안은 생각만큼 좋은 대답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스스로 신앙적 생존이란 과제를 안고 있는 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성도’가 아닌 ‘성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책은 우리에게 그동안 당연한 것이지만 잊고 있었던, 잃어버렸던 신앙의 본질을 제시한다.
믿음, 기도, 예배, 전도, 그리고 하나님 나라와 공공선 등 당연한 부분임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외면 받았던 문제들을 다시금 일깨운다.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가나안 성도 현상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하셨던 것처럼 우리에게 본질을 잃어버리고 제도화된 교회에 창조적 파괴를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토록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본질을 회복한 에클레시아로 거듭난다면 세속성자들이 더 이상 홀로 고군분투하는 일도 없지 않을까 하고 희망해본다. 그리고 세속성자들이 성문 밖으로 나간 것처럼 교회는 성벽을 허물어 위기 극복의 때를 놓치지 않길 기대한다.


범영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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