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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순례자의 묵상 - 5
김형윤 목사
FMB 순회선교사

저는 캄보디아에서 이 글을 씁니다. 이번 방문이 네 번째인데,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아는 것은 지난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이 일어났던 국가라는 사실이지요. 1984년도에 개봉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던 영화 ‘킬링필드’(Killing Field)로 인해 세상에 많이 알려지고 관심을 끌었습니다. 캄보디아 내전을 취재하고 후에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시드니 쉔버그’의 체험에 근거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국 영화인 ‘킬링 필드’를 보면서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끼며 한 동안 가슴아파했던 기억이 내게는 아직도 새롭습니다.


과거 찬란했던 ‘앙코르(Ankor)왕국’의 신비한 유산을 간직한 나라이면서 동시에 근대사에 있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들이 저지른 ‘홀로코스트‘에 비견될 정도로 끔찍하기 그지 없는 야만적인 사건이 벌어진 곳으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고 극악무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소름 끼치는 대 학살극을 벌임으로 피로 물들었던 ’킬링 필드‘가 바로 캄보디아입니다. 그래서 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인 선교사들이 캄보디아에 첫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93년도 였습니다. 봇물 터지듯 수많은 선교사들이 이 땅을 찾아왔는데, 인구(1600만명)에 비해서 선교사 숫자가 많은 것은 누가봐도 사실이지만, 아마도 그것은 피로 얼룩진 가슴 아픈 비극의 근대 역사를 가진 이 나라와 민족의 상처를 씻어주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하고 회복시켜주려는 순수한 충정에서 그렇게 모이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강대국들의 전쟁 놀이터가 되었던 역사와, 동족분쟁의 비극적 아픔을 가진 동병상련의 정서가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더 이상 킬링 필드가 아닌 ‘힐링필드’(Healing Field)가 되어서 전통적인 소승불교의 나라인 캄보디아가, 구원의 하나님을 찬양하고 인도차이나의 등불 같은 나라로 변화가 되길 염원해 봅니다. 


아시아 최빈국 중에 하나인 캄보디아의 복음화가 아직은 갈길이 요원하지만, 2023년도가 캄보디아 개신교 전래 100주년이 되는 동시에 한인선교 30주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로서, 이때를 기점으로 캄보디아 선교의 놀라운 변화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전체 인구의 약2%(가톨릭 포함)밖에 되지 않는 기독교는 캄보디아에서 아직은 미미하기 이를 데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등불 하나가 온 집안을 비추듯, 상처와 고통의 트라우마가 심각한 캄보디아인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길 기원하면서, 이 곳에 와 있는 선교사들이 진정으로 한 마음과 한뜻으로 하나되어 영원한 생명의 주님 앞으로 나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작은 돌 하나를 놓는 심정으로 이 땅을 조심스레 밟아봅니다. 누군가 이 징검다리를 밟고 하나님의 나라로 가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테니까요.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들이 쫓겨난 자라 하며 찾는 자가 없는 시온이라 한즉 내가 너를 치료하여 네 상처를 낫게 하리라“(렘 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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