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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와 명품 번역성경(1)

시대를 읽는 지혜-8
임원주 목사
진리교회 협동

필자는 종종 ‘어떤 성경이 가장 좋은 성경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이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질문자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다른 답변이 필요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래서 질문자 자신도 명확하게 의식하지 못한 ‘궁금증’의 원천을 찾아보면 대개는 두 개의 질문으로 정리된다. 그렇게 수렴되는 이유는, 필자가 제작해 올리는 설교 동영상에서 설교 본문을 아직도 ‘개역한글’을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개역한글 본문을 기준으로 설교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필자의 유튜브 채널 “임원주 목사 :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에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라는 이의 신학과 이 사람이 주장하는 소위 ‘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KJB onlyism)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다수의 동영상을 제작하여 올렸기 때문이다. 정동수 씨가 ‘사랑침례교회’란 교회를 개척하고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는 영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어떤 영어성경을 사용하면 도움이 될까 혹은, KJV을 공부하면 성경지식과 더불어 영어실력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질문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킹제임스 유일주의는 본래 미국에서 세대주의가 위세를 떨치면서 등장한 20세기 미국적 현상이다. 1611년에 KJV을 발간한 영국이나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는 ‘킹제임스 유일주의’같은 이런 운동이 나온 적이 없었고 자리를 잡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유독 미국에서는 세대주의라는 기현상이 미국교계의 저변을 휩쓸었고, 그 기반이 되었던 ‘스코필드 관주성경’에서 ‘킹제임스 유일주의’라는 기이한 운동이 번져 나왔다. 20세기 중반에, 고전적 세대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정 세대주의라는 수정판이 나왔고, 20세기 후반에는 점진적 세대주의가 등장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변혁의 핵심에는 ‘스코필드 관주성경’의 본문과 각주해설에 대한 고집이냐 아니면 개정(수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과, 세대주의 성경해석 원리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부정하고 수정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 뒤섞여 있다. 이러한 갈등이 깊어지고, 세대주의가 많은 갈래로 쪼개지고 세대주의와 킹제임스 유일주의가 퇴조하면서 21세기로 접어들었던 것이다.한국교계에 세대주의가 침투하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초창기부터다. 이는 1950년대에 접어들 때까지 말콤 펜윅 선교사의 단독 사역과 자립자생을 원칙으로 하다시피해 성장해온 우리 침례교인들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장로교와 감리교 선교사들 가운데 신학대학을 정규적으로 이수하고 건전한 신학을 가르친 선교사가 소수였고, 대다수 선교사들은 ‘성경학교’에서 어설프게 신학교육을 받았고, 가볍고 뜨거운 체험을 중심으로 한 엉성한 관념을 들고, 일제 치하에 신음하는 한국 땅에 들어와 민중들과 교회에 근본적인 처방을 고민하지 않고 세대주의 종말론이라고 하는 ‘마약’처럼 강력한 처방을 무분별하게 남발했다. 그 결과, 한국 장로교회가 세운, 한국 땅에 세워진 최초의 개신교 신학교인 소위 ‘평양신학교’ 조직신학 교수가 ‘무천년설’을 가르쳤지만 전국에 흩어져 사역하던 수십명의 미국 선교사들은 대략 10여개 정도의 ‘성경학원’ 출신들이었고, 20세기 초반에 맹위를 떨치던 세대주의를 신봉하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올바르게 신학을 이수하고, 바르게 성경을 가르친 이들의 사역 탓인지는 몰라도 한국교회의 세대주의는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고, 따라서 위험도는 약했다.


한국교회 전반적으로는 세대주의에 취약한 상태였지만, 세대주의 종말론이 맹위를 떨치지 못했고, 다미선교회 같은 극단적 부류들이 ‘시한부 종말론’이란 형태로 이단화했을 때 홍역을 치른 정도였다.


다미선교회가 세간에 유명해진 사건이 1992년 10월 28일에 세상이 종말을 당할 것이고 성도들은 휴거할 것이라고 예언해, 한국교계와 사회를 뒤흔들었지만 결국 사기사건으로 끝났다. 그런데 다미선교회의 핵심인물인 이장림이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란 제목의 책을 1987년에 출간해 한국교회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직후인 1988년에 이송오가 ‘말씀보존학회’란 이름으로 문서선교를 시작했다. 1990년에는 ‘한글킹제임스성경’(2005년판)의 모체인 신약성경 번역본을 ‘새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고, 1994년 4월 12일에 신약과 구약을 완역하여 출간하게 됐다. 성경책의 이름도 ‘새성경’에서 ‘한글킹제임스성경’으로 바꿨고, 이후로 지금까지 약 65회의 개정판을 냈다.


세대주의에 기반을 두고, 다미선교회 활동을 한 이장림은 1992년 10월 28일에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며, 신자들은 휴거하고 불신자들과 유대인들은 7년 대환란을 겪을 것이라는 일종의 예언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는 자신의 예언활동을 1992년 10월 28일로 못 박은 셈이다. 그 날에 자신이 예언한 그대로 휴거를 하든 세상의 종말이 오지 않아 종교사기꾼으로 판명되든 그날 이후로는 세상에 얼굴을 내밀며 활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아놓은 셈이다.


반면에 이송오는 시한부종말론에 휩싸인 분위기를 어느 정도 편승하되, 1960년대에 활동한 미국 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 운동가인 피터 러크만의 사상을 도입했고, 이를 성경 번역출판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국교계와 커다란 마찰을 일으켰으나, 동조자들을 얻어 1992년에 ‘성경침례교회’라는 이름의 교회개척을 단행했다.


이송오가 개척한 이 교회가 현재 경기도 김포시 고촌에 위치한 ‘성경침례교회’이다.
우리 교단의 목사들도 종종 헷갈리는 명칭이 ‘성경침례교회’와 ‘성서침례교회’다. ‘성경’이라는 단어와 ‘성서’라는 단어가 한글로는 구별되지만 양쪽 명칭을 영어로 표기하면 똑같이 ‘Bible Baptist Church’이다. 교단·교파의 정체성을 ‘남침례교회가 성경적으로 불충실해져서 분리하여 독립한 침례교회’라는 식으로 설명하면, 그 나름 최소한의 사실성이 있다고 여겨지면서 양자를 헷갈리게 되고, 심지어 우리 교단의 성도들마저 침례교회의 올바른 정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부류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를 가미하면 웬만한 침례교인들은 깜빡 속는다.


성경침례교회는 196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한 피터 S. 럭크만의 ‘킹제임스성경 유일주의’와 이를 1980년대 말에 국내에 소개한 이송오(말씀보존학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교회(들) 즉, 분파를 가리킨다. 이들은 90년 후반부터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판정했고, 교류와 참석을 금지시켰다. 반면에 성서침례교회는 19세기 후반부터 자유주의 신학이 미국 남침례교회에 침투하여 그 신학이 좌경화되는 것에 저항하던 프랭크 노리스(Frank Norris) 목사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성경유일주의적 목사들이 1950년대에 미국 남침례교회를 이탈해 세운 교파다. 그 특징은 교회들의 연합을 ‘교단’(denomination)이라고 칭하기도, 교단화 되는 것도 반대하여 ‘친교회’(felowship)를 형성한다. 공식적인 입장 즉, 정체성을 천명하는 문장을 보면 “침례교회는 성경을 유일한 권위의 기준으로 삼으며, 성경의 무오와 성경해석의 자유, 신앙고백을 강조한다. 자원주의와, 전신자 제사장직 원리를 표방하며, 신앙의 자유와 교회와 국가의 분리(정교분리), 신자의 교회로서 회중정치를 표방한다”로 되어 있다. 문장만 보면, 우리 교단의 정체성과 미국 남침례교회의 정체성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차이점을 못 느끼는 이유는 자유주의를 반대할 뿐, 침례교인의 정체성을 반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서침례교회와 우리 교회들의 차이점은 남침례교회와 북침례교회의 차이점, 즉 문화적 차이점에 불과하다. 그런점에서 성서침례교회는 기본적으로는 우리와 자매지간, 혹은 사촌지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침례교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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