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지난해 12월 드디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선 2025년에는 다수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목회자가 은퇴를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소형교회 비중이 큰 한국교회 특성상 목사라는 직업은 노후 준비가 안 되거나 부족한 것이 실상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목데연)은 지난 1월 24일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목회자의 노후 준비 실태와 제안’을 주제로 하는 목회데이터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목회자의 노후 준비 실태와 인식을 통해 교회와 교단이 어떤 준비를 하고, 목회자 개인적으로도 노후 준비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조사 기간은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총 4일간 전국의 목회자 500명(담임목사 250명, 부목사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포럼에서는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백광훈 원장(문화선교연구원)의 주요 결과 발표와 김남순 소장(미래희망가정경제연구소)의 목회자 은퇴 준비를 위한 실제 적용 및 제안이 더해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시무 중인 목회자 3명 중 2명은 ‘노후 준비를 아직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은퇴 후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 여부를 물은 결과, 목회자의 35.5%만이 ‘이미 완료’했거나 ‘현재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아직 못하고 있음’ 비율은 64.5%로 목회자 3명 중 2명꼴이었으며, 부목사(76.4%)가 담임목사(52.6%)보다 크게 높았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노후 준비 못 하고 있는 목회자 대상)로 목회자 대다수(88.3%)가 ‘경제적으로 노후 준비할 여력이 없어서’를 꼽았다. 이어 ‘너무 바빠서 준비할 시간이 없다’가 5.0%, ‘노후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가 4.4% 등의 순이었다.
목회 은퇴 후 주거할 자가 소유 주택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목회자 3명 중 1명(35.8%)은 ‘있음’(24.1%), 혹은 ‘현재는 없으나 추후 마련될 예정’(11.7%)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나머지 3명 중 2명가량(57.8%)은 은퇴 후 주거지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아’ 노후에 주거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었다.
은퇴 후 노후를 위한 경제적 조건을 교회가 지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 담임목사의 62.6%는 ‘지원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고, ‘지원해 줄 것’이라는 응답은 14.2%에 불과했다.
10년 후 한국교회 원로목사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물어본 결과, ‘현 수준보다 축소될 것’ 68.3%, ‘경제적 지원이 없는 명예직이 될 것’ 27.2%로 현재보다 원로목사에 대한 대우가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목회자의 대다수(89.0%)는 은퇴 목회자의 경제적 지원 문제가 향후 한국교회에 ‘분쟁 요소가 될 것 같다’고 응답했고, 그중 ‘매우 큰 분쟁의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의견도 31.7%나 됐다. ‘매우 큰 분쟁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인식은 대체로 교회 규모가 클수록 높은 경향을 보여 교인 수 ‘3,000명 이상’인 경우 47.1%에 달했다.
백광훈 원장은 “목회자의 은퇴 후의 벌어지는 문제가 교회의 갈등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갈등에는 목회자의 노후 준비 실태와 이에 대한 교회 공동체의 인식에 문제가 같이 있는 것 같다”며 “이 점에서 목회자에 대한 노후 준비 실태 인식을 파악하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후를 건강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신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또 교회의 인식 전환도 요구가 되고 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과 발표는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됐으며 목회데이터연구소 유튜브 채널에서 전체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범영수 부장